-
-
그림에게 나를 맡기다 - 영혼을 어루만지는 그림
함정임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책을 읽고 있다가 누군가가 이 책에 관심을 보여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책을 보면서 그림을 보고 소장된 위치가 어디인지를 먼저 보시더군요. 여행 중에 혹은 출장 중에 방문하였던 도시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보았던 그림을 먼저 떠올리셨습니다. 그림의 흐릿한 기억보다 그림을 매개로 한 자신의 추억을 더듬고 계셨습니다. 전 사실 미술전이나 전시회를 일부로 찾아다니지는 안습니다. 그저 기회가 된다면 피하지 않는 정도로 삶을 살아갔습니다. 어느 순간 어느 시간에 무언가에 큰 감명을 받았던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지나치지 않았을 것 같은 그림들이 작가의 에세이 혹은 시의 형태로 그림과 같이 배열 되어있습니다.
그림을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작가는 자신의 인생과 추억에 그림의 무게를 담아 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화가의 이야기와 그림의 숨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공간을 주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작가의 일상과 기억 그리고 추억에 그림의 무게보다 더 많은 비중을 담아내었던 것 같습니다. 유럽의 많은 미술관의 어느 한 면을 장식하고 있을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족과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림을 보고 느낀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는 것 역시 하나의 감상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미술에 관한 그림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저자 함정임의 추억 더듬기라고 해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는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그냥 스쳐 지나기도 합니다. 무엇이 잘 그린 그림인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그 한 장의 그림을 자신의 기억에 담으려 하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거기에 포함이 됩니다. 그림과 자신을 연결할 수 있는 감정의 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 것을 글로 그리고 감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책은 가치가 있다고 할 것 같습니다. 다만 그 감상이 때로는 지극히 작은 자신의 기억이라는 점에서 읽는 사람은 그림에도 집중하기 어렵고 작가 함정임의 일상에서 공감을 얻기도 조금 어렵습니다. 산만하게 읽혀진 것은 저만의 느낌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림에 좀 더 많은 이해를 원했던 사람이라면 많이 아쉬웠을 것이고 쉽게 그림을 나름대로 기억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원했던 사람이라면 많은 만족을 하였을 지도 모릅니다.
약간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연속감이 없다는 점과 책의 전반에 걸쳐 시와 산문 그림 이야기가 왔다 갔다 하는 점을 조금 감수한 다면 유명한 그림과 개인의 일상을 볼 수 있는 그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책을 접한 다면 아마도 그림을 보는 또 하나의 방법을 아니 그림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