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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걷기여행 지리산 둘레길 ㅣ 주말이 기다려지는 여행
황소영.강병규 지음 / 터치아트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가끔은 일상을 벗어나 어디선가 낯선 곳에 놓인 나를 생각하고 싶다. 풍경이 좋은 어느 곳에서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그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 힘을 건네줄 그런 새로운 환경에 접하며 그렇게 나를 돌아보고 싶은 곳을 찾아 나서고 싶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이라면 좋겠지만 그렇게 떠나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고 때론 금전적인 문제를 동반하기도 한다. 훌훌 털고 떠나는 길에서 그런 두려움 보다는 포근함을 찾기를 바란다면 우리나라 한 곳에서 나를 던져 놓고 빠름의 편리함 보다는 터덜거림의 미학을 찾기를 바라는 여행을 찾는 다면 지리산 그 언저리에 놓인 20개구간 300여 킬로미터의 그 길을 찾아봄이 어떨까 한다. 아직 나도 가보지 못한 낯선 길, 그 길에 내 몸이 아닌 내 머리를, 내 가슴을 놓아 봄이 어떨까? 그 길의 안내서를 차분히 돌아보면서 상상속의 그 길에 나를 놓아 본다.
유명한 관광지 혹은 유적지 때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그 곳에 나를 보내놓고 후회하는 일이 가끔 있다. 자연을 만나기보다, 자연과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 더 많은 소음과 차들 그리고 그 주변에 놓인 많은 상가들을 만나고 이 먼 길을 달려온 보람도 없이 그렇게 사람들에 밀려 걷는 길을 떠올리면 여행은 그렇게 사람구경이 될지 모른다. 나를 찾는 여행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영행 그리고 일반화된 음식 맛에 새로움을 얻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느끼는 피로감은 어쩌면 여행이라는 것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지리산이 좋아서 지리산 자락에 눌러 앉아 사람들에게 손짓하는 사람들이 있다. 백두산, 한라산의 웅장함 그런 느낌 보다, 많은 이야기와 사연을 간직하고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느낌을 주는 지리산 그 산을 올라야만 산행을 좀 했다라고 인정하는 그 산의 천왕봉 그 느낌, 체력이 조금 부족하고 산에 오르기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면 그 산을 사방에서 바라보는 느낌을 한 번 느껴 봄이 어떨까? 그 길에 우리나라 3개도, 5개 시 군, 16개 읍면, 80여 개 마을 3백여 킬로미터를 잇는 길이 있다. ‘둘레길’ 우리 시골의 풍경을 담고 있으며 3개도의 서로 다른 말투가 있고 음식이 있으며 산 하나를 둘러싸고 벌여진 우리 사람들의 생활이 담겨있는 길이 있다. 방송을 통해서 소개된 그 길을 지금은 찾는 사람이 좀 있다고 하지만 그 길에는 아직도 세상의 편리함을 찾아 나서는 사람의 모습보다 원초적인 이동수단을 통해야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길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리산을 오르지는 못했지만 차로 둘레를 돌아 본 길이 있다. 천황봉을 바라보면 남원 구례 함양을 돌아보면서 그 주변의 산세와 느낌을 보았던 그 시기에 힘들다는 핑계로 성삼재까지 차로 올라 노고단을 오르면서도 헉헉 거리던 시절의 느낌, 그렇게 오르고도 힘들어하며 부족한 체력을 탓했던 여행이 있었다. 산이 준 선물 나물에 밥을 섞어 먹으면서 맞아 이게 지리산이야 하면서 여행의 기억을 자랑하던 시기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느끼면서 나는 그 근처의 한 포인트만을 보고 세상을 다 본 것처럼 말하고 다닌 것 같은 부끄러움이 든다.
정말 지리산이 보고 싶다면, 삼개도의 생활과 느낌을 고스란히 받고 싶다면 이 책을 들고 떠난다면 많은 두려움이 없어질 것 같다. 소박한 민박집, 그리고 산이 준 식사 민박집 식단, 그리고 걷는 길의 역사, 그리고 시간과 준비, 모든 것을 담고 있다. 3백 킬로미터 지금은 도전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되고 말, 이 길에 나는 소중한 가이드 한 권 챙겨서 꿈을 만들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