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엘리엇 부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어떻게 이런 글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을 접하면서 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가지게 된 의문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책을 읽고 그 책에서 골라내는 문장 즉 자신이 감명 깊게 받아들이는 문장의 글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신기하게도 이 한 줄의 문장들이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주제에 맞는 글로 이어지며 그렇게 책이 이루어지고 나는 그 책을 읽고 있다. 방대한 독서량에서 출발한 그의 글쓰기는 자신의 이야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과 글에서 느껴지는 생각과 자신의 생각으로 즉 자신의 한 마디로 책을 구성한다. 작가의 이력도 특이하려니와 역자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보니 한국 사람이었다는 추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한국의 정서에 맞게 아니 내 생각과 비슷한 사고를 가진 사람의 글이라 그렇게 느끼게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 게 한다.

 

도발적인 제목이 가져다준 의미는 명사들의 한마디를 따르는 저자의 한마디를 생각하면 아마도 적절한 제목을 선택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자살과 커피한잔, 절박함과 여유로움 그 속에 생각의 역발상 혹은 무겁게 느껴지는 삶의 무게를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적, 사고적, 공간적인 공허함을 찾을 수 있게 하여준다.

 

어른들의 삶에 녹아있는,

보이지 않는 모든 위선들이 아이의 눈에는

역겨워 보일 뿐이다. - 톨스토이

 

불행하게도,

그 아이도 어른이 된다. - 엘리엇 부

(177)

 

한 줄을 인용해 본다면 책의 제목은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톨스토이의 말을 저자인 엘리엇 부는 이렇게 가볍게 받아들인다. 틀린 말도 아니고 그 아이의 감성을 무시해서도 아니다. 무언가 모를 힘겨움에 어른의 마음이 되어가는 아이의 생각을 담아내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단순하게 본다. 무얼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볼 것인가? 결국 그 역겨움도 하나의 인생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어른이 되어서는 똑같은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좀 비약이 심한 것도 있지만 제목이 가지는 역발상의 제안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명언의 심각함을 가볍게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있다면, 혹은 심각하고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면 한 번쯤 읽으면서 웃음을 참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 한 책이다. 같은 현상을 보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선천적 특권이 아닐까 한다. 같은 시를 읽고 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듯이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다른 생각으로 이 힘들어 함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절망과 불운의 억울함이

가족의 일상을 마비시켰다. -프란체스 카프카

 

이 양반 다 좋은데 생각이 너무 많아 -엘리엇 부

(409)

 

가끔은 복잡하고 어려움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면 대비하느라 허둥대지 말고

 

커피 한 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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