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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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작가로 우리나라에도 꽤나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이전의 몽환적 그리고 주술적 느낌의 작품을 주로 읽었던 것 같다. 특히 다잉 아이의 마지막 강렬함을 잊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번 작품이 또 어떤 충격적인 결말을 던져 줄지 하는 기대감과 그의 실마리를 푸는 단초를 어디에 숨겨 놓았을까, 하는 의문이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번 작품은 그런 강렬함 보다는 평범함 그리고 평범함 속에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살인 사건을 주제로 다루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어서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강렬함 보다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추리소설이 아니었나 한다.

 

니혼바시의 닌교초 거리에서 벌어진 40대 이혼 여성 미쓰이 미네코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가가 형사는 닌교초 거리의 상점을 하나씩 돌아보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사실 사건의 실마리라기보다는 닌교초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서로 으르렁 거리는 고부 관계이면서도 속마음은 서로에게 다가가기 힘들었음을 그리고 그 속에서 서로 터 놓고 지내고 싶은 마음을 담은 이야기부터, 골동품 시계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센베이 과자점, 민속공예점을 운영하는 가족의 이야기 등등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추리 소설이라는 전제를 깔고 본다면 모든 사람들을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담게 만든다. 마지막에 가서야 범인을 제외한 사람들의 생활이 정말 일상의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마도 작가의 의도였을지 모른 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삼각기중 시계의 구조는 스승님네 가족과도 같다. 각각 다른 방향을 향해 있는 것 같지만 실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어 있다. (188쪽)

 

소설의 구조 역시 비슷하였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오가는 사이에 그 이야기와 저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서로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하나의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처럼 그 내부는 같은 고리로 연결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닌교초 거리의 사람들이 똑 같은 말을 하는 것처럼 가가 형사가 파해 친 이들의 일상은 방향만 다르지 그들의 생할은 같은 삶을 말하는 것 같다. 누구나 하나쯤의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또 하나를 말미에 언급하는 그 것이 떠오른다.

 

사람들을 죽이는 몹쓸 짓을 한 이상 범인을 잡는 건 당연하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철저히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그걸 밝혀내지 못하면 또 어디선가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죠. (426쪽)

 

추리소설 그리고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의 작품만 접하다 보니 이제는 그가 어느 정도 사람들의 사는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질 범죄의 뒤 배경과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게 만들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범죄의 현황과 범인의 행적은 잘 보도가 되고 있지만 구조적 즉 사회 구조적으로 그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을 하고 해결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좀 필요할 것 같다. 개인적인 부족함이나 이상으로 분류하여 처리하여 버리기엔 희생자의 아픔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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