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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녀발랑기 - 이대로 서른이 되어도 괜찮을까?
이주윤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물 공원에 놀러 갔다가 나오는 길에 엘리베이터를 탔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으로 보이는 두 명, 부부로 보이는 남과 여 그리고 이 부부의 아이 둘 대략 4살, 2살 정도로 추정이 됨. 날도 좋았고 더워서 그런지 놀이 공원에는 사람이 많았다. 아이들이 많아서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였고 바글바글한 느낌이 멍한 상태에서 우연이 미혼 여성으로 보이는 두 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너무 크게 이야기 해서
여성1 : “오늘이 무슨 어린이날이야, 왠 얘들이 이렇게 많아, 얘들 때문에 놀지도 못하고 애들 따라 다니느라 부모들은 놀지도 못하고 우는 애들에 소리 지르는 애들에 저런 애들을 어떻게 키우냐? 내가 이래서 결혼을 못하겠다.”
여성2 : “ 그래 OO이 봐라 얘 보느라고 우리랑 이야기도 못하고 애 따라 다니느라 밥도 못 먹고 고생은 고생이다.”
여성1 : “얘들도 고생인데 뭐 하러 데리고 다니는지 몰라”
나 : “.......................”
부부 : “........................”
나도 아이들을 데리고 갔는데, 그리고 그 부부도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난 잘못 한 거 없는 것 같은데, 이 또래의 여성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책은 그런 면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라보는 놀이에 가장 적합한 것 같다. 젊은 여성의 일상과 생각을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로서는 접하기 힘든 일상이니 말이다.
경쾌한 이야기가 될 줄 알았다. 많은 기대는 없었지만 밝게 웃고 싶기도 하였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용은 좀 갑갑함과 철없음 그리고 멋대로의 인생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 나이가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좀 가벼운 느낌, 어쩌면 백마를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공주님이 자신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막상 백마를 탄 왕자님이 와서 하는 말이 공주님 거처를 물어 보며 하녀 취급을 받은 사람의 푸념 같은 느낌의 글. 그 속에 간간히 담겨 있는 자신에 대한 약간의 자신감과 혹은 좌절 같은 것이 담겨있는 글이라고 할 것 같다. 생각보다 대책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의젓한 것 같기도 하다가, 남자를 볼 때는 그 나이에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글이었다. 자꾸 책을 읽으면서 엘리베이터의 두 여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건 어쩌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그리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가치와 사고가 우리 사회에 공존하는 것을 가끔은 잊고 산다는 것 같다. 내 가치와 사고의 자를 들이대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고 내가 맞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기에 자유로운 젊음을 때로는 많이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녀는 바빠서 블로그를 닫은 것이 아니다. 슬프면 슬프다고, 기쁘면 기쁘다고 시시콜콜 끼적이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유치하게 느껴진 것이다.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과 자신의 미성숙함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110쪽)
아마도 꾸밈없이 블로깅을 하면서 그리고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살았을 것 같은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맞춰 나가기도 한다. 남자를 보는 눈이야 개인적인 성향이니 내가 이러쿵 저러쿵 할 말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조금 더 산 사람의 마음으로 본다면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것을 불안해하면서도 즐길 줄 안다는 것이 어쩌면 부러울지 모른다. 그 속에서 다시 삶을 배우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멋진 삶인 것이니 말이다. 다만 백마 탄 왕자님 같은 남자는 남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없는 것 같다. 자기 기준에 모두 백마 탄 왕자님이라 믿어주는 사람과 같이 살아가고 있는 남자만 있을 뿐이다. 그 허물이 벗겨지는 날 진정으로 둘이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