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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로 보는 한국 현대미술
박영택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현대 미술을 대할 때 느끼는 생각은 대부분 동일 할 것 같다. “뭐지?”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정말 작가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필요하다. 그 작가의 생애와 추구하는 방향 그리고 표현하는 주체 그리고 사상이 말이다. 아마도 이 책은 그 역할을 톡톡하게 할 것 같다. 현대미술에서 작가를 위주로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작품을 위주로 설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제목 그대로 테마로 구분하여 작가의 의도와 표현 기법 그리고 의미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좀 두껍고 생각보다 그림이 많이 없어서 힘들게 읽혀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의외로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하나의 작품에 많은 시간을 몰두하게 만드는 글들을 접하게 되었다.
저자는 제목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일곱 가지의 테마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일을 한다. 그 작품들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글로 표현하는 또 다른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저자는 테마를 일곱 가지로 구분하였다. 시간, 전통, 사물, 인간, 재현, 추상, 자연으로 구분하여 각 작가들의 대표 작품을 앞장에 놓아두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한다. 많은 작품들에 대한 해석 중에서 처음 시간에 대한 작품들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조금 소개하면, 어떤 작가는 오래된 골목길에서 시간을 찾아내고 표현한다. 자신이 느끼는 시간의 흐름을 그 속에서 그리고 도시화에 대한 향수를 찾아내는 작업이라 설명을 한다. 김종엽이라는 사진작가의 작품에서 찾아낸 저자의 시간이라는 테마이다.
김종엽은 오늘날 새로움과 편리함, 자본에 대한 무서운 욕망으로 질주하는 우리 사회의 광기와 탐욕에 의해 소멸되는 장소를 보존하고 추억하려는 의지와 함께 골목길 풍경이 자연스럽게 만든 색채와 구성미를 재현하고자 한다. (17쪽)
또 다른 작가는 시간을 어떻게 표현을 할까? 사진이라는 순간적인 장면을 장시간의 노출로 만들어낸 형상을 가지고 시간이라는 테마를 표현한다. 또 다른 작가는 자신의 주변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그렇게 자신의 시간 속에 담아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또 다른 작가는 자신의 여행 중 오랜 시간이 흘러 폐허로 남은 모습을 재현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 다른 작가는 자신의 일상을 그렇게 시간의 흐름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어떤 작가는 흔적을 주제로 시간을 표현하기도 한다. 모두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가 만들어 낸 시간은 모두 제 각각이다. 그렇게 같은 테마임에도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느끼는 감정 그리고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르다. 아마도 작가들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나 보다. 알고 보는 그림과 사진 그리고 예술작품은 다시 또 다른 의미로 재해석이 된다. 이렇게 같은 테마를 모아 놓고 보니 그 테마별로 느껴지는 작품의 차이와 작가들의 고민이 다시금 새롭다.
모든 테마에서 작가들의 고민이 그리고 사회의 현상을 함축적으로 혹은 일반화 시켜 담아내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설명이 없었다면 아마도 “뭐지?”하고 넘어갈 만한 사진과 그림 그리고 작품들에서 말이다. 아직도 잘 모른다는 표현이 맞다. 하지만 읽고 나서 왠지 모를 뿌듯함은 현대작가들이 담아내려고 하는 절절함을 조금이나마 저자의 입을 통해서 듣고는 아는 척 하고픈 자랑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접근하다 보면 저자처럼 나름대로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길까?
작품 사진이 많은 미술 책 그리고 작가의 생애와 연대 별로 작품해설 집 여러 종류가 있지만 작품의 내면을 감상하기에는 여러 작가의 동일 테마의 표현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보는 이 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작품으로 고뇌하는 작가들의 속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 아직은 부족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