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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빛과 그늘 - 불멸을 꿈꾼 진시황의 광활한 능원 건설 프로젝트
장점민 지음, 김영수 옮김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책에 대한 관심은 진시황이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보다 그 속의 유물에 대한 관심이었던 것 같다. 병마용갱의 위용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20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문화재에 대한 값이 얼마일까에 대한 관심이 더 간다는 것이 세속의 욕심이라는 것에서 출발한 것 같다. 고대의 유물 그 값이 얼마일까. 그 것이 아마도 이 책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 정도가 얼마이기에 규모는 또 어떻고 하는 관심이 아마도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두께가 무심할 만큼 진시황릉에 대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는 섬뜩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였다.
먼저 중국의 기록문화이다. 사기에 대한 이야기는 벌써 몇 번에 걸쳐서 들었고 초한지에 나오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우리는 수 없이 들었던 이야기가 그저 옛날 전설처럼 들려오는 이야기의 일부일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그 많은 세월의 기록이 현재의 유물을 통해서 우리 앞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틀리지 않은 기록 그리고 그 것을 보여주는 진시황릉은 38년에 걸쳐 70만 명 이상이 동원되어 건설 되었다는 기록만큼이나 위용이 대단다다. 저자는 40년 넘게 이 황릉을 발굴하면서 인류의 문화유산인 진시황릉에 대한 애정과 기록과 전설과 구전을 조합하면서 발굴을 계속하고 있다. 기록의 정확성과 그 것을 보여주는 유물 그리고 현재의 기술로 유물이 회손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물 발굴에 조심을 기하고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발굴해 가는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 모두 경건함 혹은 서늘함 이 느껴지게 한다. 역사를 대하는 우리의 가벼움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두 번째 2000년 전 진시황의 권력과 문화에 대한 생각이다. 유물들의 각기 다른 표정과 역할에 따른 배치와 구성 그리고 그 시대상을 보여주는 유물들의 하나 같이 다른 몸짓과 당시의 기술력과 예술성 등이 보여주는 문화에 대한 경외감이 절로 생긴다. 지금의 기술로도 만들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그 것을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만들고 도굴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까지 만들었다는 생각, 그리고 일부 도굴의 흔적 이런 것을 본다면 진시황릉의 현재 규모는 도굴이전 그 위용은 더 어마 어마 했을 것 같다. 항우의 기록이 맞는다면, 아마도 그 당시부터 훼손이 진행 되었을 것이니 말이다.
다음은 그 황릉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다. 일부는 순장이 된 사람도 있겠지만 당시 중국에서 끌려와서 일을 했어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전쟁 속에서 살아남고 병마에서도 살아남았음에도 힘든 부역으로 그렇게 일을 했어야 하는 사람들의 서른여덟 해를 생각해 보니 당시의 민초들의 생활과 버거움이 생각나게 만든다. 권력의 소모품 혹은 자신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후세에 알리고자 하였던 진시황의 목적은 그렇게 20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고고학적 가치로 보면 위대한 업적이지만 당시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힘든 고역이 아니었을까?
책을 읽은 감상은 이렇게 정리가 되었다. 책이 무엇을 담고 있냐고 묻는다면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1부는 진시황릉에 대한 묘사이다. 릉의 구조와 배열 그리고 미 발굴된 지역 그리고 발굴되는 과정의 이야기와 유물의 배치 그리고 저자가 발굴에 참여하면서 느낀 내용이다. 기록과 현재의 발굴 상태를 비교하고 있으며 전설과 유물에 대한 실제와 허구를 저자의 입장에서 정리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발굴조사가 완료된 병마용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시 전투에서 사용된 방진에 대한 기록과 용갱의 방진과 전투형태를 묘사하고 있으며 군제와 편제를 고찰하고 있다. 역시 마찬가지로 병법서의 기록과 비교하며 당시의 전투상황을 고찰하는 내용이다.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그저 위용과 모습에만 감탄하는 답사가 아닌, 혹시 관광이나 방문을 할 경우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보다는 진시황릉의 비밀이니, 그 발굴의 역사와 유물에 관한 단편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다 이 책은 하나의 발굴의 역사와 유물의 분석 그리고 당시의 사회상과 생활상을 볼 수 있는 방대한 분량의 기록이다. 저자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진시황릉을 발굴하는데 거의 모든 평생을 바치면서 저자가 공부하고 기록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거친 어쩌면 진시황릉의 모든 것을 담은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한 번쯤 진시황릉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많지 않은 인구 속에서도 그렇게 멋진 작품들을 만들 수 있는 것 어쩌면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그런 사람을 힘으로 굴복하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죽어서도 자신의 세계를 지키는 영원한 지배자였던 진시황의 무한한 욕심 혹은 욕망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