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군주 조조 난세의 능신 제갈량 - 삼국지로드를 따라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걷다
윤태옥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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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조조를 다시 보는 관점 즉 재해석을 하는 관점의 이야기들이 많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비와 관우 제갈량을 중심으로 삼국지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 우리는 어쩌면 조조를 너무나도 나쁜 사람 황재의 자리를 찬탈한 사람, 유비를 괴롭히는 나쁜 사람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접한 삼국지는 삼국지연의 즉 나관중의 소설을 접하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맥락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조조에게 눈을 돌린다. 조조의 업적과 행적을 찾아가며 소설 속에서 조조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간신의 처지로 전락하게 된 부분을 짚어보고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과연 삼국지연의의 그 주술 같은 이야기를 벗어난 조조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저자는 '21세기형 CEO'라 칭하고 싶어 한다. 조조의 성격과 지도력은 한마디로 법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 즉 법대로 를 외치는 리더였으며, 이천년 전에 둔전제를 시행하여 국가의 재산을 늘리고, 인재를 기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연공과 서열을 무시한 공평한 인재를 등용하는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행정 개혁을 선보인 장본인이다. 즉 중국을 통일하기 위한 발판과 중원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능력과 포부를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재갈량이 없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 그렇게 유비와 관우 재갈량에 밀려 역사적으로 자신의 행적을 왜곡 받으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럼 재갈량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어떨까? 인류역사상 최고의 자리에 오른 셀러리맨? 아마 재갈량을 두고 하는 말 중에 가장 저평가 된 말로 요약을 한다. 중원의 문화를 발전할 수 있는 그리고 통일된 중국을 가질 수 있었던 기회를 제갈량 덕분에 날려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주군에게 충성하여 자신만의 이름을 지킨 사람정도, 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제갈량의 최고 덕목이 지혜와 충성인데, 결과로 보면 그의 충성은 ‘자기 주군’만을 위한 것이었지 결코 역사의 진보에 기여한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주군에 대한 의리’에 충실하면서 역사의 진보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41쪽)

 

삼국지연의라 불리는 삼국지 소설은 어떤 면에서 역사 삼국지와 다를까? 한마디로 유비 관우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아니었을까? 이로 인하여 역사적으로 적당한 평가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매장 당하고 간신으로 간웅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저자는 이 부분을 답사여행과 역사와 소설을 비교하며 현장감 있게 전하여 준다.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화타의 등장도 좀 놀라운 부분이지만 관우에 대한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한 소설적 허구를 잘 보여주는 구절을 골라보니 청룡언월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관우 하면 누구나 긴 수염과 함께 청룡언월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삼국시대에는 아직 청룡언월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언월도가 처음 등장한 것은 당, 송대며, 훈련 때 위엄을 드러내는 용도로 쓰였을 뿐 실전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의장대용 무기였지 실전 무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관우는 <소설 삼국지>에서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래의 무기를 들고 싸운 셈이다. (95쪽)

 

이뿐 아니라 저자는 여러 부분에서 역사와 소설의 차이를 짚어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조는 중국 내부에서 조차 관우보다도 대접을 못 받고 있는 느낌이다. 그의 행적과 개혁정책을 알고 있음에도 소설 삼국지의 위력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행적을 옳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소설의 힘이 너무 강해서 그런가? 인간적이며 문학적으로 혹은 로맨티스트로 그리고 행정적으로 정치적으로 나무랄 때 없는 개혁군주 조조에 대한 평가를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이 먼저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아니겠지? 그런 면에서 삼국지는 조조의 이야기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군주로서 멋진 사람이 조조였다면 신하로서 최고봉은 제갈량이다. 제갈량 역시 소설 삼국지에서 과대포장 되어서 천재 그리고 신이내린 책사 혹은 국사지만 그가 선택한 주군은 세상을 변화시킬 그런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소설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오너보다 우수한 참모였으나 평생 청렴한 마인드로 자기 자리에서 수장과 조직을 위해 헌신한 인물, 그가 바로 제갈량이다. 설사 그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반동이었다 해도 말이다. (153쪽)

 

제갈량의 능력은 정사를 보더라도 훌륭하기 그지없으나 다만 그가 선택하고 충성을 바친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박하기에 그의 선택은 시대적으로 오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조조와 제갈량이 만났다면 아마 중국은 오래전에 통일 왕조를 만들고 전쟁으로 인한 소모전이 없이 더 크게 발전할 기반을 만들 우 있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책이었다. 제갈량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터라 이렇게 가끔은 정사를 통해서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책도 필요하다. 우유부단한 유비보다는 조조가 좋았던 터라 제갈량도 별로였는데 역사적인 사실에서 보면 조조의 행적이 그렇게 치졸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역사적 관점과 자신의 이해에 따라 소설로 만들어진 삼국지 하나 때문에 이천년이 넘게 시대의 간웅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조조의 운명은 좀 서글프다. 나라를 위하고 국가를 위하고 후세를 위한 사람이었을지 모르는 조조에게 후세의 평가는 너무 박한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역사를 보는 관점의 차이는 너무나도 현저하게 자신의 시대 중심적인 면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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