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마징가 담쟁이 문고
이승현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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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길고 지루한 것은 무언가를 이루려는 사람들의 이른 발걸음이 무겁기 때문입니다. 그 들의 발걸음이 느리고 더딘 것은 목적과 방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길을 편안하게 만들지 못한 앞서 걸어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그렇게 선명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라는 시기는 우리에게 하루로 치면 아침 언저리 8시에서 9시쯤이 아닐까 합니다. 출근을 해서 멍하니 하루를 무엇을 핚까 고민하는 시간 그 시간에 차도 한잔 하고 싶고 어제 못잔 잠을 보충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그렇게 어쩌면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는 시기입니다. 이 나이가 그런 나이가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 길을 알려 주지 않고 그저 세상은 돈이 지배하는 세상처럼 보이고 남에게 주목받고 싶어 하고 친구들에게 지고 싶지 않았던 시기, 그 시기에 우리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의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취업을 하든지 대학을 가든지, 안타깝게도 지금은 많는 사람들이 편향된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모두 그렇게 사회에 진출하는 일을 뒤로 미루어 놓고 고등학교에 가듯이 그렇게 대학을 가야만 하는 것으로 인지한 지 오래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예외라는 것은 항상 존재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학교를 졸업하던 시기에는 이 소설에서처럼 3학년 2학기에 실습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직접 현장에 나가서 업무에 적응을 하면서 일종의 OJT 기간을 거치는 것이죠. 공업계 고등학교에 있던 친구들은 별 말없이 이 시기에 하나의 회사를 정해서 나가 일을 시작합니다. 처음 보는 낯선 환경에서 어렵게 그리고 힘들게 일을 배웠나 봅니다. 어린 나이라는 것이 실감이 날 정도로 그들은 학교에서는 그렇게 자신만만했지만 직장에서는 어리고 말썽 부리는 사고뭉치로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저와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말입니다. 당시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그 친구는 공업계 고등하교에 다니고 있어서 그 친구의 말을 여러 번 들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지금으로 치면 수능이겠죠? 당시 시험을 치기 전 100일 전에 아마도 저희 또래에게 백일주라는 그런 행사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것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름 범생은 아니었기에 친구들과 같이 한 분식점에서 주인의 눈을 피해 그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당연히 돈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던 우리들에게 그 행사를 준비한 친구는 그렇게 실습을 나가서 실습기간의 수당을 받아서 그 속의 음식 값을 계산하였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선배들과 한 잔씩 술을 배웠던 친구가 몇 순배 하더니 조금 취해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내 손을 봐라 기름때 보이지? 손톱 밑에 까맣게 끼어있는 검은 자국을 보여주며 그 친구는 다시 말을 이어갔습니다. 많이 힘들어, 내가 지금은 니들 사주지만 니들이 대학가고 나보다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돈 많이 벌면 니들이 맛있는 것 사주는 거다. 이렇게 말하고 한 잔을 더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대학에 꼭 붙으라며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친구를 아주 많이 생각나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만들지만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공감을 하게 만드는 요소가 많다는 것이죠.


그 후에도 그렇게 그 친구와 20년 가까운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그 녀석이 사고로 죽기 전까지 말입니다. 안녕 마징가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산업재해라는 것이 그렇게 한 순간이더군요. 열심히 자기 일을 하던 친구였는데 다른 사람의 일까지 열심히 챙겨서 해주다가 결국 그런 일을 당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험한 현장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은 적습니다. 대학을 나오고 직장을 잡아서 하는 일이 관리직이기에 그렇게 힘든 경험은 적습니다. 그나마 많이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그 친구의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그와 기울이던 소주잔에 그 녀석이 담았던 한 숨과 그리고 그녀석이 고민하면서 잊으려 했던 현실의 막막한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더욱 짠하게 다가옵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 딛는 순간에 그렇게 세상이 모두 내 것 같았던 순간에 우리는 많은 고민을 접합니다. 그 고민 속에서 무엇이 해답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소주잔에 손이 가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잔을 같이 기울이던 친구의 모습이 그리운 건 그 시절 까마득한 마징가에 대한 추억처럼 그 친구의 미소가 담겨 있는 술잔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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