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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도시 - 우리 시대 예술가 21명의 삶의 궤적을 찾아 떠난 도시와 인생에 대한 독특한 기행
오태진 지음 / 푸르메 / 2011년 6월
평점 :
어디에서 태어났건 어디에서 자랐건, 지금 어디에 있건 간에 나에게 가장 소중한 장소가 있다. 그리고 그 곳을 떠나지 못하고 그 곳을 그리워하면서 사는 곳이 있다. 그 곳이 고향일 수 도 있고 때로는 나의 반려자를 만나 가정을 처음 꾸린 곳일 수 도 있다. 그렇게 각자의 삶에 인상적이며 떠날 수 없는 그런 곳이 있다. 오태진 작가는 예술가 21명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그렇게 인상적인 도시와 그 들의 인생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 그 곳이 외진 시골의 마을이기도 하고 북적거리는 시장을 끼고 있는 서울의 한 복판이기도 하다. 누구는 자연을 벗 삼아 살면서 쥐었던 주먹을 풀어 놓기도 하고 누구는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여러 곳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무래도 관심이 가는 곳은 지금 내가 있는 곳 그리고 내가 태어난 곳이다. 그 곳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 그리고 익숙한 지명 그리고 익숙한 먹을거리들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그 장소와 추억이 오고 가니 말이다. 하지만 나의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한 시인은 항구도시이면서 바다를 볼 수 없는 지금의 모습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바다를 메워서 만든 도시의 그림을 첫 장에 배치하면서 문화적으로 많이 소외받고 있는 도시에서 그는 시를 쓰면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몇몇을 제외하고 예술가들의 삶은 그렇게 편안하지 않았나 보다. 너무 어렵고 힘들게 살아온 그 들에게 각자의 도시는 그들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고 시인으로 혹은 작가로 혹은 화가로의 입지를 만들어 준 도시 들이다. 그렇게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들어 준 장소이기에 더 없이 소중하고 아끼고 싶은 곳이 아닐까?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좋아서 떠나지 못하고, 자신의 작품에 담겨져 있는 그 곳의 소중함을 알기에 어쩌면 그 장소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
황루시는 산책 나올 때마다 집 앞 강릉고에서 야구부 학생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본다. 기특하고 예쁘다. 은퇴하면 후원회원이 돼 한 해 두어 차례씩 고기파티를 해주고 싶다. “누가 뭐래도 나는 강릉 사람이니까.” (139쪽)
황루시는 부산에서 때어났고 그의 집은 서울이다. 물론 본인만 부산에서 태어났지 서울에서 대대로 살아오던 집안이다. 그런 황루시가 대학원에서 무속을 공부하면서 우연히 접하게된 단오제의 황홀함에 빠져 강릉을 떠나지 못하고 살고 있는 황루시는 그렇게 강릉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따라 그리고 그 곳에 살면서 그 곳의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고 나 또한 그들과 하나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황루시는 강릉사람이 되었다. 모두들 그렇게 그 곳에 정착하고 정을 붙이며 살아가고 그 곳 사람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작품에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그 도시를 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