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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서는 기쁨 - 우리 인생의 작디작은 희망 발견기
권영상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언제나 앞서가려고 하였다. 내가 제치고 온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앞에는 언제나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보였고 그 것을 쫓아가기에도 내 숨은 너무 힘들게 호흡하고 있었다.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었고 그저 휙휙 지나가는 일상을 고마워 할 줄도 몰랐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 세상을 느리게 사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어린시절 하나씩 배워가던 그 순간처럼 말이다. 이제는 사람도 보이고 앞서가는 사람의 숨가쁜 호흡도 들린다. 모두가 그렇게 힘들게 누구보다 앞서나가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 사람을 앞서 보내야 할 시기가 되어가는 사람의 글을 만난다. 나도 멀지 않았다.
나의 길을 고집한다 해도 세상의 모든 순서가 그렇듯 언젠가 나는 내가 가는 길을 누군가에게 비켜 줘야 한다. - Page 146
딸에게 앞길을 결정하게 한 자신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아이들에게 혹은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길을 내어주고 기쁘게 받아들이는 저자의 마음을 받아들여 본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교육에 자신의 만족보다 상대보다 우월하기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자신이 제치고 앞서간 그 사람의 뒷모습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의 뒷모습의 평안함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세상의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우직하리 만치 곧고 정직한 아이를 보고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여 줄 수 있다면 이 글은 얼마나 넉넉한 시간을 우리에게 줄지 모르겠다.
호적에 엄마가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랬어요, 아빠가. Page 122
이 한 줄에서 눈이 멈춰 서서 뒷줄로 이어지지 못한다. 아이가 한 말은 어쩌면 상처가 될 수도 자신의 허물이 될 수도 있는 말을 아이는 말똥말똥한 눈망울로 말을 한다. 이렇게 사소한 것에 감사하여 본 기억이 언제였는지를 묻는다면 아마도 답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랜 기억이었다.
동화작가인 저자는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딸을 키우면서 그리고 아내와 생활하면서 일상의 소소함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거두어들이는 따뜻한 일상의 행복은 우리에게 뒷모습을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한 사람을 앞세우고 뒤따라가며 그의 앞길을 조용히 받쳐주는 기쁨을 편안하고 맛깔스러운 문장으로 따뜻하게 이어준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산문은 삶의 활력을 준다. 내가 놓치고 버리고 온 많은 것들에 기쁨을 느끼는 작가의 일상에서 어쩌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단어 하나는 ‘감사’가 아닐까 한다. 무엇이든 부족하다 투덜거리고 더 가지려고 아등거리는 그런 모습이 아닌 지금의 내 모습에 감사하며 세상을 따뜻하게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그 것이 산문의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