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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ㅣ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5
김영주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여행지에 밤늦게 도착해서 주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허기진 배를 채우는데 급급해 배를 채우곤 잠에 빠져 듭니다. 어떻게 찾아 왔는지 모를 이 여행지의 아침은 나를 순간이동 시켜 놓은 듯한 또 다른 별천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밤이라 보지 못했던 주변의 풍경은 산과 계곡 그리고 하늘이 어우러져 도심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의 마음을 시원하게 정화 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여행은 이렇게 새로운 환경과 사람 그리고 주변의 공기마저도 새롭게 나에게 다가옵니다. 짧은 시간의 아쉬움을 던지고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리기 싫은 발걸음을 옮겨야 하지만 이 모든 자연은 언제라도 돌아오라고 푸근한 웃음을 던져 줍니다.
짧은 여행의 아쉬움은 자연의 품에서 나를 돌아보지만 그 곳에 있는 사람들과는 많은 관계를 가지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그 곳 사람들을 평가하기도하고 가게나 음식점의 손님맞이가 그 곳의 인심인양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여행을 하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아름다운 곳을 조금 뒤로 미루시고 해외에서 머무르며 여행기를 쓰셨던 분인 것 같습니다. 이분이 이제는 지리산 자락을 두루 머무르시면서 우리의 삶의 이야기 그리고 산의 정감을, 그리고 그 곳의 사람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구례에서의 1부와 지리산 종주가 2부 산청에서 3부를 구성하고 있는 이 책은 일상의 여행기가 아니라 저자 자신이 여행을 하면서 성장하고 깨우치는 구도의 여행 같은 글귀를 발견합니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그리고 산행을 하면서 느끼는 자신에 대한 감정을 깔끔하게 여과 없는 문체로 정리합니다.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한 고정관념일 뿐이데, 서서히 입 안으로 퍼지는 맛을 느끼며 한 그릇을 다 비웠다. - Page123
익숙지 않은 음식, 어디를 가든 자신의 입맛에 익숙한 것을 찾다보니 우리나라 여행지는 서울의 음식 맛과 똑 같아 졌다는 푸념을 하시는 분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이 부족하였나 봅니다. 그 것이 여행의 또 다른 맛이었던 것을 요.
사흘간 비누 세수를 하지 않아도 피부에 이상이 없고, 또 사흘간의 총 수면 시간이 네 시간에 그쳐도 결코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 나이 되어서야, 내 육체가 카멜레온처럼 환경에 적응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age 297
게으르고 치장하는 일에 익숙해 졌었나 봅니다. 우리 몸은 그렇지 않고도 잘 적응 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그 것을 지저분하다 여기고 그렇게는 못 살 것 같다는 선입관을 우리 몸에 미리부터 심어 놓았던 것 같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저자는 득도의 수준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사실 몇 해 전에 지리산 주변을 빙글 빙글 돌면서 여름휴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화엄사 쪽에서 산청 함양 쪽까지 두루 산 밑을 돌아다니고 지리산 제 1관문 근처의 도로를 운전하면서 신기한 도로 사정에 사진을 눌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7살짜리 우리 아가씨를 모시고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올라가기도 했구요. 많은 분들이 우리 아가씨를 많이 칭찬을 해주어서인지 한 번도 찡찡거리지 않고 노고단에 올라간 우리 아가씨 기압차인지 피곤해서 인지 코피를 터뜨려 무모한 아빠를 멋쩍게 만든 일도 있었습니다. 지리산은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산입니다. 하지만 종주의 꿈은 버린 지 오래였는데, 작가님의 눈물어린 투혼을 보면서 한 번쯤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다른 종류의 사람이 되어 보는 것도 제 인생에 큰 변화가 될 듯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