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박물관 2 민음사 모던 클래식 28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 그 것은 시간의 흐름에 거스르는 행동인지 모르겠다. 흘러가는 시간을 처음 그리고 익숙한 감정을 담아 놓아두는 그런 행위 인지 모르겠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며 단 하나의 존재에 적응 되어지고 몰두하여야 하는 행위, 그리고 그렇지 못하면 내가 망가지고 견디지 못할 것 같은 그런 감정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감정의 흐름을 잡아 두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 흐름을 거슬러 하나의 존재를 나의 느낌으로 담아 두고 싶었던 것일까?




박물관은 시간의 흐름을 담아 두는 장소이다. 누군가가 상용하였을 것 같은 그릇 혹은 누군가의 생명을 지켜주었을 것 같은 칼, 혹은 창, 그리고 누구의 몸을 보호하였을 것 같은 옷가지들 그리고 그들의 기록을 담아 둔 책들 그리고 그림들... 이런 익숙한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박물관의 기억이다. 이런 기억 속에서 우리는 지난 시간을 보는 것이다. 순수 박물관은 그럼 무엇에 대한 박물관이 대어야 할까? 순수함에 대한 기록 그리고 흔적이 되어야 할 것인가?




이 벽시계는 시간을 떠올리고 무언가 변했다고 생각하게 하기보다는, 정반대로 그 무엇도 변하지 않았다고 느끼게 하고 믿게 해 주었다. - Page 30




시간의 변화를 알려 주는 시계의 용도조차도 변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힘 바로 사랑이라 말하고 싶은 감정이다. 이 주인공의 가련한 사랑은 숫자가 보여주는 처절함 보다도 그 인생의 전반을 지배한 그 감정속의 주인공에 대한 기억의 보관 장소로 박물관을 선택한다. 자신의 기억을 남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사랑의 부끄러움을 당당하게 드러내 놓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집착과 사랑의 경계 혹은 혼란 속에서 시간은 그에게 그다지 변화의 요인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뒷 감정을 남겨둔 작품은 그렇게 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랑이라 쉽게 말하기에는 한 남자의 일생은 집착이라 말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의 순수한 감정을 집착이나 정신병적 증상이라 말하기에는 그의 감정이 너무 순수하고 고결하며 그의 행동 역시 일반적인 사람의 행동에서 벗어남이 없다. 오르한 파묵은 나에게 묻고 있다. 어떤 것이 사랑의 감정이라 정의할 수 있겠느냐고? 그녀의 자유를 위해 내가 놓아 주고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이 사랑이었을까? 끝까지 그처럼 그녀의 흔적을 그녀의 자취를 찾아 해매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 사랑이었을까? 하고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다시 사랑이 아이었다 말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이런 저런 감정의 혼란 속에서 순수박물관에서 보여주는 한 남자의 사랑은 집착도 아니고 정신적 병리 증세도 아니다. 다만 그녀를 향한 한 남자의 그저 순고한 느낌과 사랑이  었음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요즘의 흔한 이별의 결말을 예고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평생의 짐처럼 안고 가면서도 힘든지 모르고 행복감에 젖어 있는 그런 사랑처럼 말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가 옆에 없는 것 보다는 덜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랑. 그런 사랑의 표본을 전시하고 싶은 오르한 파묵의 메시지가 아닐지 모르겠다.




시간의 흐름조차 사랑 앞에서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상징으로 느껴질 만큼의 사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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