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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괴수전
이지월 지음 / 민음사 / 2010년 4월
평점 :
소설은 작가가 만들어 낸 가상의 공간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묘사하고, 그 들의 고민을 전하고 있다. 여타의 소설은 나의 경험을 전제로 하지 않기에 늘 새롭고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작가가 만들어 낸 상상의 공간과 인물을 내 나름대로 만들어 내어 나마의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즐거운 카타르시스를 얻는 것은 작가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공간 속에서 나는 그 곳의 전능한 관찰자가 되거나 그 인물과 동일화 된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내기에 읽는 즐거움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변두리 괴수전은 몇 장을 넘기지 않아 많은 공간이 나의 현실의 공간과 일치감을 만들어 주었다. 시대적 배경역시 나의 학창시절과 다르지 않았으며, 학교라는 공간 역시 내가 경험을 한 공간과 일치하기 시작하였다. 작가가 은강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하였던 공간은 나의 성장 공간이었음을 금방 알아 차리며 공간적 이동은 그 장소에 대한 이미지와 추억으로 옮겨가기 시작 하였다. 서울의 변두리 서울로 입성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 다른 곳에는 있는지 모르지만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기관이 한 장소에 모여있는 곳, 공원 밑에 있는 중국인 거리, 시장 뒷골목의 칼국수 집과 닭 강정, 공원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청동상, 먹거리를 이야기하는 뒷골목의 음식집들, 모두 내가 경험하고 방문하며 지인들과 젊은 시절을 보냈던 장소이다. 이 쯤 되니 작가가 궁금해 졌다. 이지월 끙~ 작가의 소개는 철저한 비밀이었던가? 나이는 나보다 조금 아래 그리고 출생지 및 기타 약력, 전무한 상태 알 길이 없었다. 책 마지막 작품해설을 보고서야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해설이 말해주듯이 공간적 제약에 이 소설의 한정성을 찾겠다는 뜻은 아니나, 소설의 경험이 나의 경험과 일치하고 있음을 느꼈을 때 여타의 이야기와는 달리 깊은 몰입감과 공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의 모습이 퇴역 장군이 만든 채단으로 10층 건물 꼭대기에 걸려 있던 그 분의 모습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선생님들의 모습에 그렇게 반감을 가지거나 재단의 비리니 뭐니 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으나 세월이 흘러 작가의 나에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민주화 운동이 정점을 이루고 있던 시점에서 학교의 문화는 많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사회를 표현하듯 당시의 학교는 작은 국가와 사회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적극 참여를 하지 못하지만 동조자인 나는 어찌 보면 많은 구성원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재단의 비리와 학생들의 반발을 주제로 하고 있는 소설 속에서 무거운 주제였거나 심각한 상황을 다루고 있었음에도 나는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의 글이 가지는 어린 시절 많이 접하면서 환상을 가지게 만들었던 무협 소설류의 문장은 가독성이나 공간적 일치감 속에서 너무 빠르고 쉽게 읽어 버렸다. 뒷맛은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과거의 모습이겠으나 정작 과거의 모습이라 하기에는 예전의 내가 그 곳 소속이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현실에서 지금 내가 느끼지 못하고 있어 발생하는 현상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이지월 이라는 작가는 여타의 입상경력이나 글 쓰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았던 모야이다. 출판사에 직접 원고를 투고하여 출간하게 되었다는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은 아마도 내가 느끼는 매력 이외에 더 많은 것이 숨어 있었으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