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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휴양지
로베르토 이노센티 그림, 존 패트릭 루이스 글,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일이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고, 아이디어는 바닥을 친 것 같고, 상사로부터 받은 핀잔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모두 던져 버리고 떠나고 싶은 그 때입니다. 현실은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지 못하고, 우울한 기분으로 다시 현실에 매달려, 떠오르지 않는 아이디어를 그려 봅니다. 새로운 환경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해결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은 그 시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현재의 모습은 나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화가가 있었습니다. 이 화가는 상상력을 잃어 버렸네요. 주인공은 저처럼 포기하지 않습니다. 잃어버린 것이 있으면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떠나 봅니다. 이상한 호텔에 도착한 주인공은 이 곳에서 더욱 이상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 들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든 조합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 듯 보기에 그들은 전혀 다는 직업 그리고 전혀 다른 희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이상해 보이는 그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꿈을 찾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호텔을 하나 둘 씩 떠나갑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다시 상상력을 얻어서 돌아올 용기를 가집니다.
처음엔 짧고 그림이 많은 이 책이 어려웠습니다.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참 이상하다 무슨 이야기가 이렇게 앞뒤 없이 등장인물의 연결고리도 없이 이렇게 이어지는 거야. 참 이상하다. 다시 그림을 살펴봅니다. 고래, 외발이 선장, 인어, 낚시하는 소년, 형사의 모습, ..... 하나하나 보다가 머리가 띵 해져 옵니다. 이 등장인물들 어디선가 많이 친숙한 케릭터 들입니다. 저도 모르게 현실의 늪에다 던져 버린 어린시절 저에게 상상을 던져 주었던 많은 주인공의 모습입니다. 다시 한번 글을 읽었습니다. 이제 조금 보입니다. 마지막 휴양지라는 제목의 의미도 보입니다. 제가 가장 즐거운 상상으로 살았던, 고민 없이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었던 많은 주인공들의 모습입니다.
현실이 힘들다고 버리고 살았던 꿈, 그리고 순수함, 누군가를 닮아 보고 싶었던 어린시절 실존하지 않는 상상 속 인물을 동경하며 따라하던 시절의 그 순수함을 떠올리며 웃어 봅니다. 언제나 우리의 가슴 속에는 그런 인물들이 숨어 있습니다. 현실의 방에 가두어 두고 꺼내 보지 않기에 더 외롭게 만드는 인물들 말입니다. 그 들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릴 것 같은데 우리는 그들을 책장 깊숙이, 그리고 다락방 한 구석에 가두어 놓고 꺼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곤 친구가 없다고 외로워하고 꿈을 잃은 사람이라는 말을 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마지막 방에서 즐겁게 나를 반겨줄 추억 속의 친구들의 모습에서 옅은 미소를 지어 봅니다. 나의 어릴 적 우상 허클베리 핀 그를 다시 만나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