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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말들
박이문 지음 / 민음사 / 2010년 1월
평점 :
철학자 이면서 시인인 사람의 글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시인의 배려 덕분인지 아니면 그 깊이를 알지 못하는 한 독자의 망상인지 따뜻하면서 애절하게 마음으로 읽혀지는 시의 구절이 정겹게 느껴진다. 시인은 일상을 시로 말하고 있다. 일상의 풍경을 말하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말하기도 하고 세상을 말하기도 한다. 단어의 조합은 정의에서 정의로 넘어가기를 반복하지만 반복의 반복은 다시 상념과 생각의 뿌리를 의심하게 만들어 준다. 시를 쓴다는 것 박이문 시인에게는 일상이고 그의 상념의 함축 그리고 인생의 목적 이었을지 모른다.
풍경을 이야기 하는 시인의 마음은 넉넉하고 그 속에 서 있는 자신의 초라함을 아니 왜소함을 말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많은 사물 속에 숨어 있는 나의 모습은 결국 철학적 요소 속에 숨어있는 자아의 발견을 위한 끈임 없는 상념의 굴레 속에 있을지 모르겠다. 누구도 생각하지 않지만 항상 머릿속에 고민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상념 그는 그 것을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토록 견고한 고독 가운데
내 침묵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Page 58 (돌담 곁에 멈춰 서서 중에서)
견고함 아무도 들어 주지 않을 것 같은 견고함 그리고 그 속에 말하고 싶은데 소리가 나지 않는 한 사람의 조용한 외침을 침묵으로 던지고 싶지 않았을까? 아니면 소리치고 불러도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방음의 벽을 끼고 있는 갑갑한 사람의 모습처럼 우리의 모습은 혼자의 모습이면서 누군가 아니 자신과 던지는 대화에 너무 침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시인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던지는 시 구절 하나에 자극을 받아야 할 구절이 눈에 뜨인다.
가진 것이라고는
여전히 손에 쥔 깨진 꿈들
-Page37 (내 어머니를 생각하며 중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현실을 고민하는 아들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 속에 자신이 만들어야 했던 꿈의 조각을 생각하며, 미안함 그리고 자신의 꿈 그리고 세상의 못 다 이룬 꿈에 대한 회한을 담긴 짧은 단어 조합에서 나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먹먹한 고민만 싸여간다.
이렇듯 시인은 일상을 그리고 풍경을 그리며 자신의 고독과 고민 그리고 풍경의 아름다움을 시로 표현하고 우리와 공감하려한다. 그리고 그의 시는 끝까지 아니 계속해서 우리곁에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마무리를 지어간다. 세상의 모든 일이 시로 표현되는 일기처럼 말이다.
나는 시를 쓴다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모른 채
Page 123 (시의 쓸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