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 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김익록 엮음 / 시골생활(도솔)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한 사람의 스승을 잊지 못하고 그를 그리며 그의 말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스승은 가진 것도 세상의 명예도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삶에서 삶의 위로를 받으며 그의 말에서 삶의 힘을 얻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스승을 모른다고 하나 한 사람은 그의 모습을 그리며 한 권의 책을 만들고 세상에 그의 가르침을 공유하려 합니다.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은 김익록이 기록한 장일순의 잠언집입니다. 장일순은 이 책을 접하기까지 내 기억에는 없었던 사람입니다. 아쉽게도 너무도 조용하게 그리고 세상과 어울려 웃음 지으며 살아가신 분 같습니다. 그의 약력이나 행적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듯 합니다. 그의 말 그리고 그의 그림 그리고 그의 서예 작품에서 세상을 향해 그리고 그의 지인들을 향하여 말씀하신 고귀한 것에 더 중요함을 느낍니다. 장일순을 전혀 모르는 나에게는 그는 이런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세상과 같이 살아가려고 하신 분, 그리고 삼시 밥의 소중함을 느끼고 밥의 고마움을 세상의 고마움과 나누려하신 분, 세상이 정해 놓은 위치보다는 스스로의 의지와 가치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상의 맑음을 전하려 하신 분으로 다가옵니다. 젊은 시절 잠시 서예의 즐거움에 빠져 살았기에 책을 읽는 내내 붓의 흐름과 글의 힘을 느끼느라 행복한 마음을 담고 펼쳐 보았습니다. 난을 주로 그리시고 글에는 힘과 호방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작은 세상보다는 우주와 같은 사람의 모습을 더 넓게 보시고, 세상의 자연스러움에 더욱 무게를 두신듯합니다.




난은 치되 반드시 난이 아니라 이 땅의 산야에 널려 있는 잡초에서부터 삼라만상이 다 난으로 되게 해서, 시나브로 난이 사람의 얼굴로 되다가 이윽고는 부처와 보살의 얼굴로 되게끔 쳐 보는 게 내 꿈 일세    Page 101




가볍게 흐른 붓의 선은 작은 그림이 아니라 삼라만상의 깊이를 담으시려는 노력이 있었던 듯 합니다. 세상을 향한 그의 가르침은 종교의 경계를 넘어 자신이 만든 울타리에서 남과 나를 구분하기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다툼이 세상의 벽을 만드는 일을 경계하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일 또한 알려 주십니다.




선이 선을 고집하고

나머지를 모두 악으로 몰아 버리면

바로 그 선이 악이 되는 거예요             Page 119




자신의 생각에 너무 치우치지 말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입니다. 세상살이의 기본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제가 가장 깊이 받아들이는 말이나 실천하지 못해 항상 낭패를 보는 말을 건네 주십니다.




겸손하며 사양하며 검소한 삶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

또한 인간과 자연과의 상이에서

기본이 되는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Page139 (기본이 되는 삶 중에서)




겸손을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으로 가져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마음에 담아두고 실천해 보려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겸손이기에 언제나 후회의 말과 생각을 마음에서 떨쳐 버리지 못하는 아둔함을 반복하게 됩니다.




많은 좋은 말씀과 잠언과 그림과 글을 전해 주시지만 많은 것이 반성의 길에 들어가게 만듭니다. 장일순을 잘 알지 못하는 저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책 한 권에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 분을 직접만나 보신 분들은 이분을 잊지 못하고 생각하며 삶의 지침으로 살아가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듯합니다. 저자 역시 서예를 배우는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스승과의 만남이 인연이 되어 이렇게 글을 엮어 세상에 스승의 가르침을 전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넘치지 않고 소박하게 삼시 세끼 밥 먹는 것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름 없이 일을 해야 한다.

돼지가 살이 찌면 빨리 죽고

사람이 이름이 나면 쉽게 망가진다.  -Page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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