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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자네가 믿고 싶어 하는 부분까지가 망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현실이지. 자네가 버리고 싶어 하는 부분, 그게 바로 진실일세. - Page230
어지러운 현실에 내몰리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 도피처를 생각하고 이 어려움을 멋진 상상 속에서 날려버리는 환상을 경험하게 된다. 상상이 현실과 혼재되어 상상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상상이 되는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현실은 상상의 세계와 존재할 때 조금 부족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상상이 없다면 현실은 매우 만족하고 절망적인 상황이 되지 않을까. 소설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과 현실을 혼돈 속으로 몰고 가면서 시간의 흐름과 상상 속의 흐름을 절묘하게 아니 치밀게 구성하여 놓았다. 처음의 이야기는 현실을 이야기 하듯이 절망적인 상황을 여과 없이 그리고 불우한 삶의 종말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이 김종수의 성장 과정은 처참할 정도로 불운하다. 동정도 가고 측은한 마음에 그의 삶에 대한 이해를 들어가려 할 때 쯤 작가는 전혀 다른 등장 인 물의 사건으로 읽는 사람을 책 속으로 끌어 들인다.
사회성 있는 이야기와 작가의 후기에서도 이야기 하듯이 수연이라는 인물의 등장과 김종수의 상상속의 사건 속에서 이루어지는 현실과의 괴리 그리고 부당함은 독자로 하여금 약간의 정의감 그리고 인터넷이 가져다 준 폐단 등을 생각하게 한다. 이 또한 상상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못하게 만들지만 굳이 상상화 현실을 구분하여야만 소설 속의 이미지를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과 마지막에 나타난 닥터 팽은 누구일까? 작가는 닥터 팽에 대한 설명이나 부연을 하지 않는다. 주인공 김종수와 시종일관 대화를 나누는 괴이한 상담의사 팽에 대한 고민을 독자에게 던져주고 소설을 마무리 해버린다.
아마도 상상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나 일수도 아니면 나의 고민을 스스로 묻고 답하는 또 다른 자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고민에 빠져 스스로에게 상담을 의뢰하듯이 아마도 작가는 상상 속에 나를 닥터 팽으로 불러들였지 않았을까?
상상과 현실 그리고 자아의 정채성속에 숨어있는 나를 발견하기 위한 몸부림 속에서 이야기는 읽는 사람을 흡입력 있게 끌어들인다. 우리 모두가 도피하고픈 상상 그리고 어릴 적 꿈처럼 설계된 인생처럼 우리의 삶은 그 틀 속에 숨겨져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정체성과 고민 그리고 나에 대한 각성은 누구의 힘이 아닌 자신만의 의지로 극복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즐거운 상상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여운과 함께, 환각이나 환상 속에 사는 사람 때문에 피해를 받아야 하는 많은 사람들도 생각해 본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혼란스러운 세상을 표현하기라도 하듯이 소설을 다 읽고난 뒤의 여운이 참 길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