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민속기행 1 - 사라져가는 옛 삶의 기록, 최상일 PD의 신간민속 답사기
최상일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백두대간은 많은 사람을 품어 주지만 넉넉함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임진왜란이나 민란등을 피해 숨어든 산골의 조상들은 산과 어울리는 법을 만들고 자신들의 신앙과 풍습을 만들고 삶의 위안을 삼았으며, 넉넉하지 않은 자연의 선물에도 만족하고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스스로 감사하는 삶은 어머니 혹은 아버지 같은 존재로 사람들의 들고 남을 막지 않았다. 사람이 백두대간을 찾고 부족하다는 이유로 산을 등지고 산의 자연스러움보다 인간의 편리함으로 산골의 삶은 물들어 가기 시작한다. 




[백두대간 민속기행]은 백두대간 곳곳을 돌아보며 어르신들의 삶의 흔적과 조상들의 삶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지리산에서부터 진부령까지 일일이 답사하고 어른들을 만나서 어릴 적 삶과 지금의 풍습에 대한 답사기록을 어른들의 말투와 어체로 그대로 전달 해 주고 있다.




“퐅은 푹 고아가지고 주물주물하면 벌거럭텁텁한 물이 나오거든 그럼 겹덕은 건져서 소 주고, 그 물에다가 밀가루 밀어서 얇디앏게 해서 썰어 갔고는 넣어 삶아, 그거 참 맛있어, 이?”  - Page36




팥 국수 만들어 먹은 법을 설명하시는 어느 할머니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 담은 한 구절이다. 사투리 그리고 할머니의 정감어린 말투가 글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다. 최상일PD는 백두대간을 오고 가면서 사람을 만나고 사람이 살아온 역사를 기록하고 그 곳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역사를 짤막하게나 기록하여 우리에게 전달 하여주고 있다.




북녘에서 화전민으로 살다가 남으로 피난 와서 살던 조상을 가진 할아버지의 모습, 논많은 평지를 버리고 산골로 들어온 아버지를 따라 들어온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 어린나이에 시집가는 지도 모르고 산골에 들어와 결혼 살이를 시작한 할머니, 스님과 결혼한 할머니, 14살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는 길을 몰라 나물과 풀로 연명하던 할머니, 백두대간 속 어른들의 삶은 고단하다 못해 고통스러웠다. 그런 삶 속에도 노랫 자락을 뽑아서 저자에게 들려 주신는 어른들의 삶은 그 노래 속에서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어른들의 삶을 보여주지만 삶의 모습은 어른들이 살아온 방식과 풍습을 이해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많은 풍속과 풍습은 한국전쟁 때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가면서 풍습은 많이 없어지고 다시 풍습을 살리려 했던 것도 새마을운동을 전개하면서 어른들 스스로 풍습을 없애기 시작한다. 산신제를 통해 마을의 안녕을 바라던 우리 조상들의 풍습은 어린시절 어른들의 기억 속에만 넉넉하게 남아있는 듯하다.  많이 아쉬워하고 복원할 수 있는 사람들마저 백두대간을 떠나고 있기에 우리의 풍습은 이렇게 기록으로만 남을 것을 저자는 아쉬워하고 있다.




성삼재를 통해 노고단에 오른 일이 있다. 쉽고 편하게 해발 1400m가 넘는 고지를 갈 수 있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길이 깊은 산중에 산골의 생활을 바꾸고 한 마을을 송두리째 위험하게 만드는 길이었음을 그 때는 느끼지 못했다. 산골을 지키며 고개 숙이지 않는 벼농사를 지으면서도 마을에서 살아가시는 분들의 마음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자연의 모습은 사람의 생활을 만들고 사람의 생활은 자연을 닮아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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