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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한다 - 최병성의 생명 편지
최병성 지음 / 좋은생각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자연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떤 자세로 받아 들이냐에 따라서 그 의미는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름다운 사진 속에 글들이 들어 가 있는 이 책의 제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알면 사랑 한다 자연을 찍고 글을 쓰신 것 같은데 제목이 좀 예사롭지 않다. 책은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의 꽃 그리로 우리주변의 동물들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내 손에 두기를 고민하게 만들지 않았다.
책을 깨끗이 보는 성격이 아니라 펜 잡고 책장을 넘겨본다. 도저히 이 예쁜 글과 사진에 나의 글로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연처럼 있는 그대로 책을 남겨 두고 싶은 마음에 펜을 내려놓고 밑줄 긋기 감상쓰기를 포기한다. 그냥 자연에 묻어가듯이 책장 넘기기에 몰두한다. 초반에 글을 읽다가 이런 글을 갑갑한 방안에서 읽기가 아깝다. 자연을 접하며 읽으면 그 느낌이 더 한층 다가 올 것만 같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 차를 몰고 움직인다. 그런데 가까운 자연이라고 해봐야 갈 데가 없다. 아쉽다. 아쉬운 데로 산 밑에 차를 대고 차 안에서 읽어 본다. 초여름 날씨라 만만치 않지만 오늘은 그런 데로 바람이 불어 주어 시원하다. 방안에서 읽을 때보다는 훨씬 더 느낌이 와 닿는다.
묘하게도 새소리도 들리고, 나뭇잎이 내는 소리도 들리고, 책 읽는 도중에 이름모를 홀씨가 날아온다. 저 새소리는 어떤 새 소리일까? 민들레 홀씬가? 혼자말로 참 모르는 게 많구나 하는 푸념을 늘어놓으며 책장 넘기기에 몰두해 본다. 책장을 넘길 때 마다 평안함과 자연 속에 들어 온 듯한 느낌을 가슴 가득히 채우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넘어가고 책의 마지막장도 넘어갔다. 아쉽다 좀더 없나? 책장을 앞으로 돌려 보고 사진만 다시 한번 보면서 무슨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눈감고 그 영화의 감동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인양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 본다.
이렇게 책 읽기를 마쳤다. 자연을 사랑하고 강원도 영월에서 15년을 자연과 동무삼아 살아오신 최병성님의 사진과 글 속에서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그냥 스쳐지 나면서 누구에게도 의미가 되지 못했던 작은 풀꽃과 새들에게 배움과 사랑의 느낌을 전달 받았다.
이젠 산을 찾거나 숲을 찾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기 어려울 것 같다. 무엇이든 의미가 있고 나름대로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배우고 싶을 것 같다. 최병성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조용하고 적막한 숲을 좋아 하신다고 하셨다. 길이 나아 있는 산길보다 길이 없는 산을 택하신다 하셨다. 보다 많은 이야기와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으시기에..
사람이 많이 찾는 곳 보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에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찾아 살아가면서 자연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 주고 있는 듯 하다. 마음이 푸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