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담배를 핀다
칠흙 같은 바다의 어둠과 침묵 그리고 소멸하는
시간 속에서 살아오는 허무의 꽃 꿈인지도 모른다
꿈의 꿈인지도 모른다 몽환의 화려한 꽃불
꽃가지 언제부터인가 눈에서 키에서 검은
입속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꽃 웃음의 끝 울음의
끝에서 환히 피어오르는 허무의 꽃 가슴 저 끝에
뿌리박은 듯 뻗어 올라 가슴 가득 뒤덮은 능소화
푸른 잎 속에 피어오르는 주황빛 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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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란 시를 만나고 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늦봄에서 초가을 까지 진초록빛 잎과 가지 끝에 터진 주황빛
꽃송이를 주렁주정 달고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는 폼이란! 처음 보고 반한 꽃 중에 하나이다.
능소화는 구중궁궐의 꽃이라 하여 옛중국 정원에서 즐겨 심던 꽃이라 한다. 줄기는 낭창하게 늘어지기는 하나
어디를 휘어감고 오르거나 온전하게 기대어 서 있지 않는다. 도도하게 서서 살짝 팔만 걸쳐둔 폼세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 붉은 장미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는 건 왜일까?
시인은 능소화를 허무의 꽃이라 부른다. 몽환의 화려한 꽃불로 생을 다하는 능소화.
우리의 생도 저러하거늘!!!
미망에 사로잡혀 화려하게 피어올랐다 이내 사그라지는 허무의.
능소화는 그야말로 불현듯 만나게 되는 '마주침'과 같은 꽃이다.
마음 속에 환하게 퍼지는 그리고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
돌아서서 후발되는 향기에 코끝이 찡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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