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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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공감하는 작가들의 글은 대체로 단문이다.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 역시 단문이다. 짧지만 그 울림은 크고 깊다. 말에서 침묵이 금이라면 글에서는 단문이 금이 아닐까 싶다. 짧지만 알맹이만 담은 단문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다. 아마도 생각이 깊고 여물지 못해서 핵심을 짚지 못하고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어지는 것 같다. 말하고 글쓰기 전에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 먼저인 듯 싶다.

"또한, 그는 말을 장황하게 열거하지 않는다. 복문보다 단문으로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한마디로, '단단익선(短短益善,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어법'이라고 할 만하다.
싸이의 짧고 간결한 말씨는 좌중의 의표를 칼처럼 찌른다. 언력이 크고 섬세한 말 앞에서, 대중의 감성은 곧잘 베어진다.
반면 어떤 이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싸이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마이크만 잡으면 프로 정신을 발휘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려 든다. 말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는다. 대화의 바깥쪽에서 겉돌며 어정거린다. 온갖 수사와 논리로 유사한 표현을 재탕 삼탕 되풀이한다. 말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셈이다.
무조건 많이 길게 말해야 유리할 거라고 믿는 것이니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어투'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가벼운 낄낄거림과 번잡한 주절거림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91~92쪽)

저자는 서문에서 "사람은 홀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다. 사람이라는 각기 다른 섬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말이라는 교각이다. 말 덕분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친밀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쓸데없이 말이 많아진다. 그리고 그런 쓸데없는 대화 중 가장 많은 대화가 뒷담화가 아닐까 싶다. 주부들끼리 모이면 시댁 뒷담화, 직장 동료끼리 모이면 상사 뒷담화, 공통 분모가 없으면 하다 못해 연예인 뒷담화까지...

"말을 의미하는 한자 '언(言)'에는 묘한 뜻이 숨어 있다. 두(二) 번 생각한 다음에 천천히 입(口)을 열어야 비로소 말(言)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는 나름의 품격이 있다. 그게 바로 언품이다.(127쪽)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의 구조를 뜯어 보면 흥미롭다.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분명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137~138쪽)

글은 내 품격을 속일 수 있어도 말은 속일 수가 없다. 글은 퇴고의 과정을 통해 내 품성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지만 말은 한 번 내뱉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나의 인향은 어떠할지를 떠올려보니 부끄럽기만 하다.

"믿음을 의미하는 한자 '신(信)'에는 깊고 오묘한 뜻이 담겨 있다. 모름지기 사람(人)은 자신이 한 말(言)을 지켜야 신뢰(信)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140쪽)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 말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굳은 다짐과 수많은 행동 지침들이 떠오르지만 나에 대한 스스로의 '신뢰'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말과 행동의 관계는 오묘하다. 둘은 따로 분리될 수 없다. 행동은 말을 증명하는 수단이며 말은 행동과 부합할 때 비로소 온기를 얻는다.
언행이 일치할 때 사람의 말과 행동은 강인한 생명력을 얻는다. 상대방 마음에 더 넓게, 더 깊숙이 번진다."(143~144쪽)

말의 품격은 곧 행동의 품격이고 "입 밖으로 꺼낸 말과 실제 행동의 거리가 이 세상 그 어떤 거리보다 아득하게 멀지는 않은지"(146쪽) 살피고 또 살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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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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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창비아동문고 41
메리 램 외 지음 / 창비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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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품은 역시 원전 그대로 읽어야 한다는 진리를 실감나게 하는 책.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엮은 것이라지만 읽고 나서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고 오히려 왜 셰익스피어가 위대한지 의문을 갖게 하는 책이라면 굳이 어린이들에게 권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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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하고 매혹적인 쩐의 세계사 - 로마 제국의 붕괴부터 리먼 쇼크까지!
오무라 오지로 지음, 하연수.정선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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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으로 본 세계사라는 이색적인 역사 이야기가 흥미로웠으나 장대한 세계의 역사를 한 권으로 엮다 보니 깊이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또한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를 경제적인 시각에서 다루면서 그들의 흑역사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일본의 제국주의를 다룸에 있어서는 편향되고 왜곡된 저자의 시선이 느껴져 한국인으로서 불편했다.
세계 경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흐름을 알 수 있었던 책이었으며 나름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으나 아무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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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 경제학 - 알면서도 손해 보는 당신을 위한 행동경제학!
포포 포로덕션 지음, 김지영 옮김, 김웅철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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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준 책.
인간의 심리와 경제적 활동 사이의 연결고리를 알면 좀 더 지혜로운 경제 활동이 가능해질듯.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학문으로, 사람들이 경제적인 행동을 할 때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쉽게 설명해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현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고,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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