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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2
베서니 맥린 & 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모든 관계자가 공범이었다.

(p.409)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출판시장에는 이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의 <위기 경제학>,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 니얼 퍼거슨의 <금융의 지배> 등등,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는 금융시장을 넘어서 ‘자본주의’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주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자본주의 4.0>이라는 책과 이 용어가 주목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책들이 저마다 금융위기의 원인과 오류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그리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부실로 인해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무너지고, 그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는 하나, 이는 사실 원인보다는 금융위기의 ‘방아쇠’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무언가 본질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고, 저는 이것이 궁금했습니다. 사실 이에 대한 정보는 이미 곳곳에 널려 있었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넘치고 ‘금융’이라는 분야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분야이기에 미국발 금융위기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의 얕은 경제지식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번 경제위기에는 파생상품시장이 관련되어 있고 파생상품시장의 복잡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에, 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읽게 된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모기지 시장의 부실이 어떻게 발생되었고,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떠한 이유로 세계 경제위기로 이어졌는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970년대에 파생금융상품 시장이 어떤 변화를 겪으면서 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으며, 당시 정부의 정책과 맞물리면서 모기지 시장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떠한 문제로 인해 세계경제위기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이러한 내용을 무려 약 530페이지에 걸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전개방식은 어려운 경제이야기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책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의 저자 베서니 맥린과 조 노세라는 무엇이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인지 콕 찝어 말하지는 않습니다만, 전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대략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파생상품시장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예로,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상품인 CDO를 들어 보겠습니다. CDO는 부채담보부증권[負債擔保附證券,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으로 사전적 정의는 ‘회사채나 금융회사의 대출채권 등을 한데 묶어 유동화시킨 신용파생상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일단, 용어부터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채권들이 한데 묶여 상품화 되는 경우에는 훨씬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결국 본질은 ‘빚’이라는 것이 투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인데, 이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동안 ‘빚’은 기피의 대상이었지 투자의 대상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1980년대에 금융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가능해졌는데, 이러한 상품들이 주목받게 된 이유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980년대 금융계에는 일대혁신이 일어났다. 예전에 무시되었던 채권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되었는데, 이런 혁신을 주도한 것이 MBS였다. 한마디로 모기지를 한데 모아 채권으로 증권화한 것이 MBS인데, 이러한 MBS를 혁신이라고 하는 이유는 비유동자산을 시장에서 교환 가능한 유동자산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실제로 MBS는 모든 이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가정은 주택을 소유할 수 있었고, 모기지 대출업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모두 상환되기까지 30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모기지를 바로 현금화하여 다른 주택구입자에게 대출해 줄 수 있었으며, MBS 발행기관들은 채권을 투자자에게 팔아 수익을 올리고 위험도 전가할 수 있었고, 채권을 구입한 투자자는 주택소유자가 대출을 갚게 되면서 장기의 안정적인 고정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마침내 주택소유라는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될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p.531)

 

 이러한 이유들로 MBS는 ‘혁신’이라고 불리며 주목을 받게 되었고, 그에 따라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 신용카드 대출, 기업 대출 등 온갖 대출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증권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CDO, CDO스퀘어드, 멀티섹터 CDO 등으로 이어지며 시장은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정말로 ‘혁신’이었을까요? 통제가 불가능하고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것이 과연 혁신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2009년 월스트리트 저널 컨퍼런스에서 폴 볼커가 밝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금융시장의 많은 혁신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제의 생산성에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었다는 증거를 거의 찾지 못했습니다.(p.527)”

 

 저자들이 밝힌 두 번째 원인은 감독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파생상품시장의 복잡성으로 인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기업들의 로비스트들에 의해, 혹은 시장의 완벽함에 대한 믿음 때문에. 현대 사회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바퀴에 의해서 굴러가는 수레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바퀴가 다른 한 쪽에 비해 비대해지면서 민주주의라는 바퀴가 자본주의라는 바퀴에 이끌려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시장에 대한 믿음이 더해지면서 감독기관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인간의 창의성을 신뢰하는 자본주의자들이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논리를 펼치고 있긴 하지만, 현대 금융 이데올로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자본주의자들이 자유시장을 자유로운 인간들이 판단을 겨루는 경기장으로 보고 있다면, 현대 금융 이데올로기는 문제는 인간이 따로 판단할 것 없이 효율적인 시장에만 맡기면 알아서 풀릴 것처럼 얘기한다. 여기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칭송받는 시장은 증권시장이다. 현대 금융에 환상을 가진 사람들은 시장이 결정하는 가격과 시장의 자율적 통제가 어떤 시장참여자의 판단보다도 훨씬 믿을 만하다고 여긴다.(p.388)

 

 마지막 원인은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의 ‘탐욕’입니다. 집값이 끊임없이 오르리라는 기대, 그리고 그에 기댄 무분별한 대출, 그리고 그를 용인하는 금융기관과 정부, 단순히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금융가들.. 모든 사람들의 탐욕은 거품을 만들어 냈고, 그 거품은 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에 나오는 ‘나무는 아무리 키워도 하늘에 닿을 만큼 자라지 않는다.(p.243)’라는 말처럼 영원히 성장할 수는 없음에도 사람들은 저마다 탐욕에 눈이 멀어 나무가 하늘에 닿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이러한 원인들이 결국 금융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사실, 원인들만 놓고 보면 다른 경제도서들과 그리 많이 달라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단편적인 요소가 아닌 과거 MBS의 등장부터 2008년 금융위기까지 전체적인 흐름에 따라 이야기하기 때문에 무척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그동안 미국의 금융시장을 보며 ‘혁신’이라고 외치며 그를 따라가려고 했고 현재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투기성이 강한 우리나라의 파생상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2011년 말에는 3경 350조원(33,500,000,000,000,000원), 거래량으로는 37억 5200만 계약으로 예측돼, 2위인 유럽파생상품거래소 거래량(18억9700만 계약)의 두 배에 달합니다. 그리고 금융시장 규제에 대한 목소리는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위기에 묻히고 있으며, 이 책에 의하면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 로버트 루빈과 래리 서머스 같은 금융가들은 여전히 세계경제 정상에 군림하고 있500,0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도 다녀갔죠.)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러한 위기는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며 사람들의 고통은 그 때마다 반복될 것이라고 이라고 다. 이번 경제위기가 경제가 무엇인지, 금융의 역할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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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우리 회의나 할까? - 김민철

 제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 중 한분이 광고인 ‘박웅현’ECD입니다. ‘진심이 짓는다’, ‘사람을 향합니다.’, ‘생활의 중심: 현대생활백서’ 등의 광고를 통해서, 그리고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은 도끼다.’ 등의 책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분이죠. 박웅현 ECD는 광고는 회의실에서만 배울 수 있다, 그리고 회의는 낚시라고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이 책은 박웅현 ECD와 TBWA의 많은 분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김민철이라는 저자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아이디어가 어떻게 다듬어지고, 어떻게 엮여 하나의 광고로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좋은 아이디어를 잡아내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11월에 출간된 도서 중 가장 관심이 가는 책 <우리 회의나 할까?>입니다!!!

  

더 퓨처 - 쑤옌, 허빈

 2011년이 저물고, 2012년이 다가오면서 미래를 전망하는 책들이 다시금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2012년 한해를 전망하는 책부터 수십년 후를 전망하는 책까지. 물론 이러한 책들이 모두 들어맞지는 않을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미래를 내다볼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구요. 그러한 점에서 이 책 <더 퓨처 The Future>는 ‘해리 덴트, 폴 크루그먼, 조지 프리드먼, 폴 사포, 앨빈 토플러, 새뮤얼 헌팅턴 등 172인의 분야별 최고 권위 전문가들의 연구내용과 다가올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을 담아낸 거시적 미래예측서’라는 점에서 좋은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시나리오 경영 - 케스 반 데르 헤이든

 최근 비즈니스계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겹치면서, 시나리오 기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 기법이나 모델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통해서 다양한 가능성과 해결책들을 준비하는 기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에서 이러한 시나리오 경영에 대한 도서는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불확실한 미래 상황, 이것이 기업에 미칠 영향, 이에 대한 대응을 시나리오로 마련하는 시나리오 경영 분야의 고전이며 걸작으로 꼽히는 책’이라는 소개는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두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비즈니스 관련 도서이지만, 이를 떠나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시나리오 기법을 통해서 예측하고 준비한다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전략퍼즐 - 제이 B. 바니, 트리시 고먼 클리포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현재 경제, 경영 분야에서 최전선에 있는 그룹입니다. 그리고 이 책 <전략 퍼즐>은 그들이 기업체와 경영대학원, 컨설팅업체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경험을 소설 형식을 빌어 풀어낸 경영전략서다. 소설 형식이기에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치 과거의 <THE GOAL>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은 묵직한 책이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그러한 점에서 <전략 퍼즐>을 추천해 봅니다.

 

 7가지 보고의 원칙 - 남충희

 보고(reporting)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조직 이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보고는 나의 의사를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지금 제가 작성하고 있는 ‘추천도서 페이퍼’ 역시 일종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보고서는 분명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핵심을 전달하는 기술이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종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 책 <7가지 보고의 원칙>은 그러한 훈련을 돕는데 좋은 교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①고객지향의 원칙, ②구조적 사고의 원칙, ③두괄식 표현의 원칙, ④미래지향성의 원칙, ⑤건의형의 원칙, ⑥적극성의 원칙, ⑦조심성의 원칙 등 7가지 보고의 원칙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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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제국의 몰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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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 8월 무디스, 피치와 함께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인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렸습니다. 이는 1941년 S&P의 설립 이래 70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무디스와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지 않았음에도 파장이 적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국가 신용등급의 사전적 정의는 ‘한 나라가 채무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얼마나 있는지를 등급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당 경제 내에서 외화표시 채권 발행에 대해 어떤 경제주체가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신용등급'을 의미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국가 신용등급이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라면 S&P의 이러한 조치는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까닭은 미국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와 이를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포기하고 달러를 끊임없이 찍어내기만 한다면 빚은 모두 갚을 수가 있습니다. 즉, 결국 미국이 빚을 갚지 못하는 일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처럼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함으로써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매년 무역흑자를 외치고, 달러를 축적해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달러가 기축통화로 쓰임으로써 미국이 누리는 혜택을 모두 열거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세계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 미국에게 의존하지 않고 달러를 보유통화로 축적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생활수준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지를 예측해보면 미국이 누리는 혜택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의문의 여지 없이 미국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다. 해외투자자들이 달러에 대한 식탐을 버린다면 미국은 더 이상 총생산보다 1조 달러나 많은 소비와 투자, 수출보다 1조 달러나 많은 수입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별다른 대가 없이는 GDP의 6퍼센트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를 내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이 수출해야 할 것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할 무렵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GDP의 6퍼센트인 1조 달러였다. 금을 제외한 전체 보유고가 연간 5,000억 달러씩 증가하고 그 중 3분의 2가 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상응하는 지출 감소액은 5,000억 달러를 약간 밑돌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효율을 높이거나 비용을 줄여야 한다. 물론 비용 절감보다 효율 개선이 더 행복한 대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효율 개선은 그저 바란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국제수지를 개선하려면 경쟁국들보다 더 빨리 효율을 개선해야 한다.(p.285)

 때문에 이에 대해 다른나라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중국은 위안화를 유럽은 유로를 기축통화로 만들려하고 있습니다. 이 책 <달러 제국의 몰락>의 저자 배리 아이켄그린 역시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복수의 국제통화가 공존한느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유로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중국도 복수의 국제통화가 공존하는 시대를 추구한다. 중국의 의도는 달러의 왕좌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은 지나칠 만큼 달러에 투자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은 달러 투자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위안화에 보다 국제적인 역할을 얼마든지 부여할 수 있다. 인도의 루피나 브라질의 헤알같은 신흥국 통화들도 위안화가 나아간 길을 따를 것이다.(p.28)’ 라고 말한 것처럼 저자는 복수의 국제통화가 등장할 경우 세상은 적어도 금융상으로는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달러의 몰락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즉, 달러가 쉽게 몰락할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죠. 이것이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달러가 쉽게 추락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자 글로벌 외환시장의 전통적인 핵심 통화인 G3 즉, 달러와 유로, 엔화에 대한 투자를 대체할 통화로 S3가 부상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저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우선, 영국의 파운드와 스위스의 프랑이 보조적 지위를 넘어서기에는 영국과 스위스의 경제 규모가 너무나 작다는 것입니다. 국제금융계가 요구하는 규모의 채권을 제공할 만한 규모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죠. 경제규모가 이보다 작은 나라들은 말할 필요도 없음은 물론이구요. 일본은 이에 비해 경제규모가 확실히 크긴 하지만, 기존의 산업정책을 고수하기 위한 일본정부의 입장, 10년에 걸친 경제성장 둔화와 제로금리로 인한 매력 상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령화가 진행 중인 인구구조상 일본의 엔화가 국제통화로 부상하기에는 힘들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때문에 가장 기대를 할 수 있는 통화는 유로, 위안화, 그리고 IMF의 특별인출권입니다만, 이들 역시 많은 문제점과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달러에 견줄만한 위치에 오르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합니다. 금과 다른 실물자산들은 저마다 한계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달러를 대체할 수는 없어 보이구요. 게다가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저마다 현 상황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달러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요소입니다. 

 

 결국 저자가 ‘달러가 몰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그 몰락은 미국의 잘못이다. 중국이 달러를 몰락시키지는 않을 것이다.(p.29)’ 라고 밝힌 바와 같이 미국 스스로 무너질 수는 있어도 다른나라에 의해서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에 대한 가능성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치적 분쟁에 의한 달러의 폭락입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문제인데, 이미 중국은 미국의 달러를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고 있고,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달러의 폭락은 중국에도 좋지가 않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미국과 중국의 역학관계상 정치적 분쟁에 의한 달러의 폭락은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두 번째는 시장패닉 즉, 시장심리의 급변으로 달러가 폭락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연준의 개입으로 달러의 가치를 방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다른나라들 역시 미국과의 공통된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이를 도울 것입니다. 즉, 두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 역시 무게를 두지 않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가능성은 바로 미국의 재정정책입니다. 이것이 저자가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시나리오이구요. 현재 미국은 고질적인 재정적자 문제에 허덕이고 있으며, 재정 상황은 세 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첫째, 금융위기 전에 사정이 심하게 악화 되었다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에 이루어진 감세, 의료보장 혜택의 증가, 두 번의 전쟁 등으로 인해 재정적자가 극도로 심해졌다는 것이죠. 둘째, 금융위기로 인해 재정적자가 심화되었습니다. 이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규모가 너무 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는 2015년 무렵이 되면 의료보장비용과 연금비용 때문에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기축통화로 인한 혜택을 톡톡히 누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이 책 <달러 제국의 몰락>의 전반부는 달러가 어떻게 파운드를 밀어내고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브레튼우즈 체제와 스미스 소니언 체제, 신(新)브레튼우즈 체제를 거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달러의 가장 강력한 경쟁통화인 유로는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으며, 그 이면의 정치적 상황은 어떠했는지를 설명합니다. 후반부에서는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한 예측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분명히 달러라는 통화를 이해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될 만한 도서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이 책은 지극히 미국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우리나라의 입장을 반영하기에는 조금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결국 다른 나라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이러한 것들 때문에 너무 큰 상처를 입어왔으며,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원화가 국제통화가 될 수 없다면, 기축통화의 변화에 대한 대비라도 튼튼히 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은 우리나라가 외풍에 의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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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위클리비즈 인사이트 -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팀 3기

: 이 책은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서 2011년 초까지 2년여간 세계 현자들과 이루어진 만남을 기록한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짐 콜린스부터, 폴 스미스, 윤종용, 알 리스 등에 이르기까지 34명의 대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미래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한 책입니다. 미래의 목격자들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을 통해서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방향성을 찾아 보고자 합니다. 세계의 현자들 조언은 우리들에게 생각의 깊이와 폭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하기에 이달의 도서로 추천합니다.

 

 

경제를 읽는 기술, 히트HIT - 고영성

: 경제분석의 대가인 경제전문가들의 경제를 읽는 기술, 우리들과 경제정보의 관계, 경제이론의 타당성, 경제사 등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기술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경제도서라는 것이 사례를 중심으로 치우치게 될 경우 재미는 있으나 자칫 내용이 빈약하기 쉽고, 반대로 내용을 이론적, 전문적으로 구성할 경우 다소 지루할 수가 있습니다. 이 책은 전문가들의 기술과 이론, 경제사 등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였다는 점에서 경제를 배우고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경제의 흐름과 트렌드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추천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 - 알렉산더 오스터왈더

: 비즈니스 모델의 정의부터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의 패턴, 비즈니스 모델의 설계, 전략, 디자인 프로세스까지 폭 넓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어찌보면 다른 책들과 대동소이한 내용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으나, 마치 하나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듯한 구성을 통해서 읽기 위주의 독서가 아닌 생각 위주의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 특별해 보입니다. 최근 여러 가지 기술변화와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비즈니스 등 복잡한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모델을 구축해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창의는 전략이다 - 조쉬 링크너

: 21세기에 가장 요구되는 역량은 아마도 창의력과 통찰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업들은 저마다 창의력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을 알지 모합니다. 창의력에 대한 책들 역시, 대부분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조금 독특한 내용으로 구성된 책이 있어 추천해 봅니다. 창의력이 무엇이고 창의력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떻게 하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지를 논하는 것이 아닌, 철저히 방법에 치우진 내용을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책들과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브랜드스토리 전략 - 김훈철

: 제가 생각하기에 기업이 갖는 최고의 경쟁력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위기 속에서 브랜드는 버팀목이 되고, 기업의 성장에 밑거름이 됩니다. 그래서 30년 가까이 마케터로 살아오며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소개한다는 책이 있어 추천합니다. 고객 스스로가 좋아서 선택하고, 입에서 입으로 브랜드의 이름이 알려지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마케팅이며, 이를 이루어줄 최고의 도구로 ‘스토리’를 제시합니다. 그동안 저자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브랜드스토리’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배워보고자, 이 책을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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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나는 한 마리 개미
장영권 옮김, 주잉춘 그림, 저우쭝웨이 글 / 펜타그램 / 201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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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진으로, 에두아르 부바의 <잊혀진 천사>라는 사진입니다. 이처럼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나 그림, 또는 한 단어가 한 권의 책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때가 있습니다.

 이 책 <나는 한 마리 개미>는 약간의 그림과 약간의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은 빈 여백으로 채워져 있죠. 하지만 그 약간의 글이 생각을 하게 하고, 약간의 그림이 독자를 책 속에 머무르게 하고, 여백이 독자의 생각으로 책을 채우게 합니다.

 첫 장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나는 한 마리 개미. 당신에겐 보이지 않는다. 나의 세계가 어둠 속에 묻혀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내가 너무 작아서 좀처럼 당신의 눈길을 끌지 못할 뿐이다.(p.10)  

 개미는 굉장히 작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작다는 것은 누구의 기준에 작다는 것일까요? 사람의 기준에서 보면 개미가 작은 것이지만, 사실 개미는 작지 않습니다. 개미의 입장에서는 사람이 큰 것입니다. 그리고 개미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단지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 개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무심코 지나쳐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아주 짧은 글과 그림, 그리고 여백으로 독자를 참 많이 생각하게 합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개미가 사는 모습과 우리네가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책 속에서 개미는 외로워서 무언가를 찾아 나섭니다. 처음엔 그림자를, 그 다음엔 하늘을, 그리고 마지막엔 소중한 누군가를 찾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소중한 사람을 찾고, 잃습니다. 그래도 다시 살아갑니다. 이 이야기는 단지 사람이 개미로 바뀌었을뿐 우리의 삶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도 무언가를 찾고, 소중한 사람을 찾고, 또 잃습니다. 그래도 계속 살아가죠. 

  이 이야기는 무척 짧고 단순합니다. 하지만 이 단순함이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나, 안도현 작가의 <연어>가 그러하듯, 사람들에게 저마다 다른 이야기로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읽을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저 역시 나중에 다시 이 책을 펼쳤을 때, 또 다른 무언가를 찾길 바랍니다.

 책 소개에 '2007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특별상(유네스코)'라고 나와 있듯이, 책 자체가 참 아름답습니다. 만약, 서점에서 지나가다가 이 책을 보게 된다면 잠시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책의 겉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페이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들었던 몇 구절을 옮기면서 마치겠습니다.

 p. 46 - 화석이 된 물고기의 몸에서, 나는 드디어 시간의 흔적을 보았다. 그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나처럼 시간의 의미를 몰랐을 것이다. 이제 보니, 시간이라는 존재를 제대로 알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였다.

 p. 76 - 나는 알고 있다. 진정한 친구는 만나게 되는 것이지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이제껏 지기(知己)를 찾아낼 수 있으리란 헛된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나는 온종일 마음의 문을 걸어 두었다. 그를 만나, 그가 내 마음의 문을 열 열쇠가 되어 줄 때까지.

 p. 78 - 나와 그, 우리의 저울은 결코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너무 작고 가벼워 무게를 잴 도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지기의 마음은 언제나 서로 똑같은 무게를 지니기 때문이다.

 

※ 해당 서평은 펜타그램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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