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마리 개미
장영권 옮김, 주잉춘 그림, 저우쭝웨이 글 / 펜타그램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사진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진으로, 에두아르 부바의 <잊혀진 천사>라는 사진입니다. 이처럼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나 그림, 또는 한 단어가 한 권의 책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때가 있습니다.

 이 책 <나는 한 마리 개미>는 약간의 그림과 약간의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은 빈 여백으로 채워져 있죠. 하지만 그 약간의 글이 생각을 하게 하고, 약간의 그림이 독자를 책 속에 머무르게 하고, 여백이 독자의 생각으로 책을 채우게 합니다.

 첫 장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나는 한 마리 개미. 당신에겐 보이지 않는다. 나의 세계가 어둠 속에 묻혀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내가 너무 작아서 좀처럼 당신의 눈길을 끌지 못할 뿐이다.(p.10)  

 개미는 굉장히 작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작다는 것은 누구의 기준에 작다는 것일까요? 사람의 기준에서 보면 개미가 작은 것이지만, 사실 개미는 작지 않습니다. 개미의 입장에서는 사람이 큰 것입니다. 그리고 개미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단지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 개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무심코 지나쳐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아주 짧은 글과 그림, 그리고 여백으로 독자를 참 많이 생각하게 합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개미가 사는 모습과 우리네가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책 속에서 개미는 외로워서 무언가를 찾아 나섭니다. 처음엔 그림자를, 그 다음엔 하늘을, 그리고 마지막엔 소중한 누군가를 찾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소중한 사람을 찾고, 잃습니다. 그래도 다시 살아갑니다. 이 이야기는 단지 사람이 개미로 바뀌었을뿐 우리의 삶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도 무언가를 찾고, 소중한 사람을 찾고, 또 잃습니다. 그래도 계속 살아가죠. 

  이 이야기는 무척 짧고 단순합니다. 하지만 이 단순함이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나, 안도현 작가의 <연어>가 그러하듯, 사람들에게 저마다 다른 이야기로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읽을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저 역시 나중에 다시 이 책을 펼쳤을 때, 또 다른 무언가를 찾길 바랍니다.

 책 소개에 '2007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특별상(유네스코)'라고 나와 있듯이, 책 자체가 참 아름답습니다. 만약, 서점에서 지나가다가 이 책을 보게 된다면 잠시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책의 겉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페이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들었던 몇 구절을 옮기면서 마치겠습니다.

 p. 46 - 화석이 된 물고기의 몸에서, 나는 드디어 시간의 흔적을 보았다. 그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나처럼 시간의 의미를 몰랐을 것이다. 이제 보니, 시간이라는 존재를 제대로 알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였다.

 p. 76 - 나는 알고 있다. 진정한 친구는 만나게 되는 것이지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이제껏 지기(知己)를 찾아낼 수 있으리란 헛된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나는 온종일 마음의 문을 걸어 두었다. 그를 만나, 그가 내 마음의 문을 열 열쇠가 되어 줄 때까지.

 p. 78 - 나와 그, 우리의 저울은 결코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너무 작고 가벼워 무게를 잴 도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지기의 마음은 언제나 서로 똑같은 무게를 지니기 때문이다.

 

※ 해당 서평은 펜타그램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