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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2
베서니 맥린 & 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모든 관계자가 공범이었다.

(p.409)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출판시장에는 이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의 <위기 경제학>,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 니얼 퍼거슨의 <금융의 지배> 등등,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는 금융시장을 넘어서 ‘자본주의’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주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자본주의 4.0>이라는 책과 이 용어가 주목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책들이 저마다 금융위기의 원인과 오류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그리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부실로 인해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무너지고, 그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는 하나, 이는 사실 원인보다는 금융위기의 ‘방아쇠’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무언가 본질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고, 저는 이것이 궁금했습니다. 사실 이에 대한 정보는 이미 곳곳에 널려 있었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넘치고 ‘금융’이라는 분야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분야이기에 미국발 금융위기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의 얕은 경제지식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번 경제위기에는 파생상품시장이 관련되어 있고 파생상품시장의 복잡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에, 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읽게 된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모기지 시장의 부실이 어떻게 발생되었고,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떠한 이유로 세계 경제위기로 이어졌는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970년대에 파생금융상품 시장이 어떤 변화를 겪으면서 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으며, 당시 정부의 정책과 맞물리면서 모기지 시장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떠한 문제로 인해 세계경제위기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이러한 내용을 무려 약 530페이지에 걸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전개방식은 어려운 경제이야기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책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의 저자 베서니 맥린과 조 노세라는 무엇이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인지 콕 찝어 말하지는 않습니다만, 전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대략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파생상품시장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예로,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상품인 CDO를 들어 보겠습니다. CDO는 부채담보부증권[負債擔保附證券,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으로 사전적 정의는 ‘회사채나 금융회사의 대출채권 등을 한데 묶어 유동화시킨 신용파생상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일단, 용어부터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채권들이 한데 묶여 상품화 되는 경우에는 훨씬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결국 본질은 ‘빚’이라는 것이 투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인데, 이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동안 ‘빚’은 기피의 대상이었지 투자의 대상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1980년대에 금융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가능해졌는데, 이러한 상품들이 주목받게 된 이유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980년대 금융계에는 일대혁신이 일어났다. 예전에 무시되었던 채권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되었는데, 이런 혁신을 주도한 것이 MBS였다. 한마디로 모기지를 한데 모아 채권으로 증권화한 것이 MBS인데, 이러한 MBS를 혁신이라고 하는 이유는 비유동자산을 시장에서 교환 가능한 유동자산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실제로 MBS는 모든 이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가정은 주택을 소유할 수 있었고, 모기지 대출업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모두 상환되기까지 30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모기지를 바로 현금화하여 다른 주택구입자에게 대출해 줄 수 있었으며, MBS 발행기관들은 채권을 투자자에게 팔아 수익을 올리고 위험도 전가할 수 있었고, 채권을 구입한 투자자는 주택소유자가 대출을 갚게 되면서 장기의 안정적인 고정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마침내 주택소유라는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될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p.531)

 

 이러한 이유들로 MBS는 ‘혁신’이라고 불리며 주목을 받게 되었고, 그에 따라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 신용카드 대출, 기업 대출 등 온갖 대출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증권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CDO, CDO스퀘어드, 멀티섹터 CDO 등으로 이어지며 시장은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정말로 ‘혁신’이었을까요? 통제가 불가능하고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것이 과연 혁신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2009년 월스트리트 저널 컨퍼런스에서 폴 볼커가 밝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금융시장의 많은 혁신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제의 생산성에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었다는 증거를 거의 찾지 못했습니다.(p.527)”

 

 저자들이 밝힌 두 번째 원인은 감독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파생상품시장의 복잡성으로 인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기업들의 로비스트들에 의해, 혹은 시장의 완벽함에 대한 믿음 때문에. 현대 사회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바퀴에 의해서 굴러가는 수레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바퀴가 다른 한 쪽에 비해 비대해지면서 민주주의라는 바퀴가 자본주의라는 바퀴에 이끌려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시장에 대한 믿음이 더해지면서 감독기관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인간의 창의성을 신뢰하는 자본주의자들이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논리를 펼치고 있긴 하지만, 현대 금융 이데올로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자본주의자들이 자유시장을 자유로운 인간들이 판단을 겨루는 경기장으로 보고 있다면, 현대 금융 이데올로기는 문제는 인간이 따로 판단할 것 없이 효율적인 시장에만 맡기면 알아서 풀릴 것처럼 얘기한다. 여기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칭송받는 시장은 증권시장이다. 현대 금융에 환상을 가진 사람들은 시장이 결정하는 가격과 시장의 자율적 통제가 어떤 시장참여자의 판단보다도 훨씬 믿을 만하다고 여긴다.(p.388)

 

 마지막 원인은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의 ‘탐욕’입니다. 집값이 끊임없이 오르리라는 기대, 그리고 그에 기댄 무분별한 대출, 그리고 그를 용인하는 금융기관과 정부, 단순히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금융가들.. 모든 사람들의 탐욕은 거품을 만들어 냈고, 그 거품은 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에 나오는 ‘나무는 아무리 키워도 하늘에 닿을 만큼 자라지 않는다.(p.243)’라는 말처럼 영원히 성장할 수는 없음에도 사람들은 저마다 탐욕에 눈이 멀어 나무가 하늘에 닿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이러한 원인들이 결국 금융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사실, 원인들만 놓고 보면 다른 경제도서들과 그리 많이 달라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단편적인 요소가 아닌 과거 MBS의 등장부터 2008년 금융위기까지 전체적인 흐름에 따라 이야기하기 때문에 무척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그동안 미국의 금융시장을 보며 ‘혁신’이라고 외치며 그를 따라가려고 했고 현재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투기성이 강한 우리나라의 파생상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2011년 말에는 3경 350조원(33,500,000,000,000,000원), 거래량으로는 37억 5200만 계약으로 예측돼, 2위인 유럽파생상품거래소 거래량(18억9700만 계약)의 두 배에 달합니다. 그리고 금융시장 규제에 대한 목소리는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위기에 묻히고 있으며, 이 책에 의하면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 로버트 루빈과 래리 서머스 같은 금융가들은 여전히 세계경제 정상에 군림하고 있500,0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도 다녀갔죠.)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러한 위기는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며 사람들의 고통은 그 때마다 반복될 것이라고 이라고 다. 이번 경제위기가 경제가 무엇인지, 금융의 역할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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