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자기계발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대통령과 루이비통 - 황상민

 

 소비와 심리학을 다루고 있는 책들은 이미 엄청나게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좋은 도서들도 넘쳐나고요. 그런데 우리들이 서점에서 집어 드는 책은 대부분 외국도서입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하게 외국소비자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 70억 인구를 모두 비교한다면 소비자들의 심리는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크게 차이를 보입니다.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럭셔리브랜드 제품이 ‘3초 백’으로 불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또 IT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의 소비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소비자를 중심에 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매체들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연세대학교의 황상민 교수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이해하기 위한 책, <대통령과 루이비통>을 펴냈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네요.

 

 블랙스완의 딜레마 - 케네스 포스너

 

 경제학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부문은 아마도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는지, 어떻게 하면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결과를 얻어내는지 등 다른 중요한 것들도 많지만, 내일, 한 달 뒤, 일 년 뒤를 예측하고 그에 맞추어 준비해 나가는 것을 가장 중요시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예측들을 단 한 번에 뒤엎는 것이 ‘블랙스완’입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바뀌는 상황. 그렇다면 그런 ‘블랙스완’을 예측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요? <블랙스완의 딜레마>의 저자 케네스 포스너는 블랙스완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사례로 설명하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미래예측의 가능, 혹은 불가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워 - 찰스 아서

 

 요즘 기업들 간의 특허전쟁을 보면서 제가 느낀 점은 ‘이제는 더 이상 기업이 제품과 브랜드만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구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서 경쟁하기보다는 특허와 같은 법적 제재를 통해서 경쟁 대상을 차단하는 것이죠. 이러한 특허전쟁의 중심에는 IT산업이 있고, 또 그 중심에는 구글과 애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구글과 애플이 전력으로 싸우고 있는 와중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시 한 번 IT산업의 패권을 위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고요. 찰스 아서의 <디지털 워>는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을 기록한 책입니다. 단순한 역사가 아닌 기업들의 ‘전쟁’을 기록한 책이죠. 그들의 경쟁구도를 통해서 IT산업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지 않을까요?

 

 트렌드 시드 - 황선욱

 

 몇 년 전에 한 통신사의 광고가 기억납니다. 휴대폰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시리즈 형식으로 다룬 광고였죠. 생활의 중심 캠페인. 그 광고는 재미도 있었지만, 휴대폰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활에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주는 광고였습니다. 이를 보면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는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렌드 시드>를 이러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디어의 씨앗은 책상이나 사무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리’, 즉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를 어떻게 발견하느냐에 따라 그냥 지나칠 수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거리’에서 어떻게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어떻게 전략으로 이끌어 가는지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무척 궁금하네요.

 

 굿바이 심리 조종자 - 크리스텔 프티콜랭

 

 우리의 심리는 우리도 알게 모르게 조종당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마주하는 광고에게, 또는 끊임없이 마주치는 사람들과 미디어에 의해서 말입니다. <굿바이 심리 조종자>의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이러한 심리 조종이 가족의 정을 빙자한 강탈, 직장에서의 파워게임, 커플 사이에서의 지배,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친구 등 일상생활에서 점점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와 방법,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굿바이 심리 조종자>에 담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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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2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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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2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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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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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트웨인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장군을 찾아서 전 세계를 뒤지고 다닌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남자는 그가 찾던 사람이 이미 죽어서 천국에 갔다는 얘기를 듣고서, 그를 찾아 천국의 문으로 찾아간다. 성 베드로는 평범하게 생긴 남자를 가리킨다.

“저 사람은 역사상 최고의 장군이 아닙니다. 저 사람이 살아 있었을 때 저는 저 사람을 알고 있었어요. 저 사람은 그냥 구두수선공일 뿐이란 말입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저 친구가 장군이 되었더라면 역사상 최고의 장군이 되었을 걸세.”

우리 모두, 위대한 장군이 되었을지 모를 구두수선공들을 찾아봐야 한다. 내향적인 아이들,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운동장에서건 재능을 억압당할 때가 너무도 많은 아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p.370)

 

 우리는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창의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자는 것이 화두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문화가 또 다른 문제점을 가져왔습니다.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자신의 개성을 들어낼 줄 아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그리고 사교적인 성격이 ‘좋은’성격으로 비추어지면서, 모든 사람이 ‘좋은’성격을 갖기 위해 힘쓰게 된 것이죠. 아마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제목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전 세계 70억 인구가 모두 창의적일 필요는 없을 텐데 말이죠.

 

 이 책 의 저자 수전 케인은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내향적인 사람들도 충분히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 중 많은 사람이 내향적인 성격이었다는 것이죠. 즉, 무엇보다 외향적인 성격이 ‘좋은’성격으로 간주하는, 그러한 흐름을 만들어 내는 사회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저자 수전 케인의 2012년 TED 강연 (동영상을 시청하시고 싶으시면 http://youtu.be/xUATsuzWjec 을 클릭하세요.)>

 

 이러한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저자는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꼽고 있습니다. 농업 중심 사회에서는 ‘가족, 지인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생활하기 때문에 ‘인격’이 중시되었는데, 산업화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도시로 모여들고, 그와 함께 ‘낯선’ 사람들과의 생활이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인격’이 아닌 ‘성격’의 문화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로 전환했고, 결코 회복하지 못할 개인적 불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워런 서스먼Warren Susman, p.46)

 

 그러면서 ‘좋은’성격이란 사교적이고 적극적이며 활발한, 외향적 성격으로 정의가 되었고요. 거기에 데일 카네기의 자기계발서를 비롯한 수많은 책들과 강좌들이 부채질하면서 위와 같은 형상은 더욱 뿌리 깊게 내리게 됩니다.

 

 위 내용(1부: 외향성이 롤모델인 세상)은 제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기도 한데요, 단순히 외향적 성격과 내향적 성격이 왜 좋은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애초에 그런 문화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좀 더 깊은 생각을 이끌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제가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내향성과 외향성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시각차입니다. 물론 동양에서는 내향성을, 그리고 서양에서는 외향성을 중시한다는 이야기는 짐작되지만, 그럼에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논어>의 <술이(述而篇)>에는 ‘三人行必有我師焉’ 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는 뜻이죠. 이는 동양에서는 겸손을 가까이하고, 자만을 멀리하라고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동양에서는 다른 사람들 앞에 자신을 내보이는 것보다는 자신을 낮추는 내향적인 성격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반면, 서양에서는 반대로 외향적인 성격을 지향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죠.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가지 예로 다음 그림에서 가운데 있는 그림은 A그룹 B그룹 중 어느 곳에 속하는 것이 자연스러울까요?

 

<EBS 다큐프라임 ‘동과 서’ 중에서>

 

 위의 물음에 동양권에서는 대다수가 A그룹을 답한 반면, 서양권에서는 B그룹을 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동양권에서는 우주를 하나의 ‘장(場)’의 개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동글동글한 꽃잎의 A그룹을 택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서양권에서는 우주와 개인을 각각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대상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꽃의 줄기가(다른 것들은 다르더라도) 모두 일치될 수 있도록 B그룹을 택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양권에서는 전체를 중심으로 사고하며, 서양권에서는 개인, 개별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성격에 대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다른 설명은 집단 정체성에 있다. 아시아에서는 팀을 중심으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팀과는 방식이 다르다. 아시아에서 개인은, 자신을 자신보다 더 큰 전체의 일부로 인식한다. 가족이든, 기업이든, 공동체든. 그리고 집단 내에서 조화를 이루는 일에 어마어마한 가치를 부여한다. 그들은 계층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며,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기도 한다.

 반대로 서양 문화는 개인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우리는 자신을 온전한 개체로 바라본다. 우리의 운명은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지복을 따라가고, 지나친 제약에서 벗어나고, 오직 우리만이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교적일 수는 있지만, 집단의 의지에 굴복하지도 않고, 아니면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는 부모를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복종이나 억제 등의 느낌을 주는 효심 같은 개념에는 분개한다. -중략- 그렇다면 서양인들이 대담함과 언어 기술이라는, 개성을 키워주는 특성을 중시하는 반면 아시아인이 조용함과 겸손함과 섬세함이라는, 집단결속을 굳게 하는 특성을 중시하는 것도 그럴 법하다. (p.288)

 

 그렇다면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인 성격은 선천적일까요, 후천적일까요? 저자는 둘 다라고 합니다.

 

 유전 가능성이 50퍼센트라는 말은 내 내향성의 50퍼센트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거나, 나의 외향성 정도와 내 가장 정친한 친구의 외향성 정도의 차이 중 50퍼센트가 유전 때문이라는 얘기가 아닐 수 있다. 내 내향성의 100퍼센트가 모두 유전 때문일 수도 있고, 반대로 전혀 아닐 수도 있다. 아니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유전자와 경험의 조합 때문일 확률도 높다. (p.174)

 

 그리고 유전적 차이는 시작점 자체가 눈에 띄게 확연히 다르기 보다는 어떤 특징을 물려받은 사람은 경험을 통해 그 특성을 강화해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 심리학자 데이비드 리켄David Lykken이 <애틀랜틱>에 이렇게 썼다. “담장에 몇 번 올라간 다음에는 곧 둔감해져서 지붕으로 올라간다. 다른 아이들은 하지 않을 온갖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음속의 장벽을 처음으로 깨뜨린 파일럿인 척 예이거Chuck Yeager가 폭격기의 몸체에서 로켓추진 비행기로 옮겨 타 버튼을 누를 수 있었던 것도 그가 태어날 때부터 나와 그만큼 달랐기 때문이 아니라, 기질 때문에 나무 타기에서부터 시작해 차츰 위험하고 흥분되는 일에 지난 30년간 도전했기 때문이다.” (p.175)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기질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노력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의 얘기이며, 이러한 성격의 흔적은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자신의 성격에 잘 맞는, 예를 들어 자극이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고, 지루하거나 불안하지도 않은 환경, 이른바 ‘최적수준의 각성’이라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 이라는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람에 따라 음악이나 TV시청 시에 볼륨을 상대적으로 크게 또는 작게 듣는 것처럼 말이죠.

 

 또한, 자신이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을 주장합니다. 이는 ‘자유특성이론Free Traits Theory에 관련된 것인데요, 이에 따르면 우리는 특정한 성격 특성을 타고나거나 문화적으로 함양되지만 ‘개인에게 핵심이 되는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거기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내향적인 사람이 강연을 할 때에는 외향적인 사람의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말이에요. 가면을 쓴다고 할까요?

 

 저자는 사회 시스템 대부분이 외향적인 사람에게 맞추어져 있음을 지적합니다. 학교 시스템 역시 외향적인 아이에게 최적화되어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수업시간에 질문하고, 발표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장려하는 것을 보면 저자가 말하는 미국 학교나 한국의 학교나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내향적인 사람, 외향적인 사람에게 각각 맞춘 환경이 필요하겠지만, 우선 ‘좋은’성격에 대한 선입견부터 바꾸어 나가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성격은 그저 개인의 특성이지 목표(좋은 성격이라는)가 되어선 안 되잖아요?

 

 새라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도 어릴 때 수줍음이 많았고, 그런 끔찍한 짐을 자기 딸 에이바에게 물려주었다는 데 죄책감을 느낀 것이다. (p.378)

 

 이런 고민, 이런 죄책감은 사실 누구도 갖지 않아도 될 것들인데 말이죠. 이젠 좀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족을 달면, 수전 케인이라는 이 분 글을 재미있게 쓰시더군요. 간간히 크게 웃었습니다. 예를 들면,

 

 그들에게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고서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내가 해봐서 안다. (p.67)

 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 읽은 독자 중 몇몇은 이자벨의 인용문이 틀렸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2학년짜리가 누가 그렇게 말을 해요!” 하지만 이것이 그 아이가 실제로 한 말이다. (p.375)

 

같은 것들이요. 혹시 저만 웃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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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1 09: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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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1 15: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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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라이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멀티플라이어 - 전 세계 글로벌 리더 150명을 20년간 탐구한 연구 보고서 멀티플라이어
리즈 와이즈먼 외 지음, 최정인 옮김, 고영건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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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회의를 하는데 인턴사원으로 온 대학교 3학년 여학생이 아파트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친구가 자기는 아파트 광고를 보면 현실감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멋있는 유럽의 성 같은 것만 나오고 예쁜 여자들이 섹시한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데 집에서 입는 옷은 편안한 옷인데 그런 것들이 자기는 몸에 닿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광고가 싫어요. 하기에 그거 좋다 해서 정리를 합니다. 그래서 이 광고가 만들어집니다.” -박웅현 ECD-

 

<e편한세상의 ‘진심이 짓는다’ 광고>

 

 위 이야기를 앞서 말씀드린 이유는 (이 책에서 박웅현 ECD를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모든 조직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재능과 지식을 최대한 이끌어 내고 활용할 줄 아는 것이 멀티플라이어의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토론주최자’의 모습이지요.

 

 디미니셔는 회사에 공석이 생기면 인사담당자에게 지원자 인터뷰를 하라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는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자를 뽑는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문을 닫고 영향력 있는 한두 명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겉으로는 의견을 묻는 듯이 보이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혼자서 결정을 내리고 조직에서 통보하는 식이다.

 반면 멀티플라이어는 아주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이 아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을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여러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안과 관련된 것이라면 어떤 의견이든 관심을 가진다. (p.218)

 

 이러한 멀티플라이어의 특징을 저자 리즈 와이즈먼은 크게 5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재능자석, 해방자, 도전자, 토론주최자, 투자자. 이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란,

 

 멀티플라이어(Multiplier): 세상에는 사람을 더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만드는 리더들이 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서 지성과 능력을 부활시키고 끌어낸다. 우리는 그들을 멀티플라이어라 부른다. 멀티플라이어는 집단 지성 바이러스에 열광하는 조직을 만든다.

 

 디미니셔(Diminisher): 지성과 능력을 없애는 마이너스 리더들, 우리는 그들을 디미니셔라 부른다. 그들은 지적인 사람은 드물고 자신만이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독단적으로 결론을 내린다. 디미니셔는 역사에서 사라진 많은 제국들처럼 결국 무너지고 마는 조직을 만든다. (p.6)

 

 저자는 위와 같이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를 정의하고 멀티플라이어의 특징으로 앞서 말씀드린 5가지를 제시합니다. 이 5가지에 대해서 쉽게 말씀드리자면,

 

 재능자석: 인재를 끌어당기고 최대한 활용한다.

 해방자: 최고의 생각을 요구하는 열성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도전자: 조직의 도전 영역을 넓힌다. (방향이 정해지는 환경을 만든다.)

 토론주최자: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투자자: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심어준다. (높은 기대수준과 강한 책임감을 요구한다.)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의 차이 (p.63)>

 

 이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내용만 보면 일반적인 리더십 관련 도서와 별반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밝혔듯이 <멀티플라이어>는 보다 실용적인 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멀티플라이어 모델은 ‘계몽형 리더십’ 이상이다. 멀티플라이어 주위에서 사람들이 혜택을 본다는 점에서 계몽적인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멀티플라이어 모델은 실용적인 경영방법이다. 그 이유는 멀티플라이어가 사람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욱 지적인 활동, 더욱 능숙한 문제 해결, 더욱 집중된 노력을 끌어낸다. 멀티플라이어 모델은 리더로서 조직을 이끄는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이다. (p.338)

 

 이 책은 ‘겸손하라’거나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라’거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라’는 식의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덕목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해방자’의 경우, 해방자는 일터를 쉼터처럼 편안한 곳으로, 그리고 공정한 환경으로 조성해 창조적이고 열띤 분위기를 이끌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최선을 요구하라고 합니다. 편안하면서도 압박감을 느끼게 하라는 것이죠.

 

 ‘도전자’의 경우 변화와 도전을 즐기라는 것인데요, 이러한 말은 리더십 관련 도서뿐만 아니라 웬만한 자기계발서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덕목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도전을 요구하고 때로는 ‘시킬’것을 요구합니다. 거의 강제적으로요. 이는 5번째 사항이 ‘투자자’의 실천사항과도 연결되는데요, 투자자는 때로는 전에 해본 적이 없는 일을 시켜 조직원의 성장을 유도시키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된 사례 하나를 적어보겠습니다.

 

 마이크 해건(Mike Hagan)은 다국적기업의 영업을 책임지는 미국 회사에서 영업 현장을 관리하는 책임자로 일했다. 그의 일은 영업조직이 회사 정책을 따르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회사 사장은 세계화와 사업의 성장을 원했고 마이크에게 방법을 알아내라고 지시했다. 전에는 회사의 경찰이 되어 영업정책을 위반하는 사례가 있으면 딱지를 끊는 것이 일이었는데 이제는 글로벌 사업을 위해 영업방식과 정책을 설계하는 일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글로벌 사업과 관련해 아무 경험이 없다면서 항의했다. 여권조차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의 저항은 무시되었다. 사장은 그에게 “당신은 똑똑하니 해낼 수 있다”고 떠맡겼다. 그리고 그는 해냈다. 녹초가 되면서도 신나는 경험이었다. (p.266)

 

 단, 이렇게 도전을 요구할 때 중요한 것은 철저하게 현실에 바탕을 둔 계획으로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게 하고, 그 안에서 기회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같이 조직을 이끌어가는 멀티플라이어가 ‘천재’보다도 오히려 훨씬 가치 있고 중요하므로 우리는 ‘천재’가 아니라 ‘멀티플라이어’가 되고, 또 ‘멀티플라이어’를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런 저자의 주장에는 대체로 동의를 합니다만, 저자가 말하는 ‘천재’와 사람들이 동경하는 ‘천재’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천재’는 보통의 아주 뛰어난 인재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특출난 지식과 능력으로 인정받은. 그 때문에 그 능력으로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주위 사람들의 지식과 능력을 죽이는 디미니셔가 되기 쉽다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사람들은 뛰어나긴 하지만 보통, 평범한 사람의 범주 내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주 내에서 극단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이러한 범주 자체를 완전히 벗어난, 말 그대로 ‘天才’라면 어떨까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아인슈타인이나 피카소 같은. IQ를 예로 들어 말씀드리면, IQ 100인 사람 두 명이 머리를 맞댄다고 해서 IQ 200이 된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IQ는 덧셈, 뺄셈의 산수가 아니라는 것이죠. 이러한 천재들은 저처럼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른 것’을 생각하고, ‘다른 것’을 실현해 냅니다. 과연 이러한 천재들보다도 멀티플라이어가 더욱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기업 관련 사례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입니다. 정말 많은 사례를 들고 있는데도 역설적으로 저에겐 사례가 부족하다고 생각됐습니다. 그 이유는 저자가 말하는 멀티플라이어가 이끄는 조직구조는 매우 수평적입니다. 그런데 매우 수직적 구조를 가진 기업 중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애플이나 한국, 혹은 일본의 기업들처럼 말이지요. 이러한 기업들도 함께 비교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수직적 기업에도 뛰어난 멀티플라이어들이 있는가? 디미니셔가 이끄는 기업임에도 뛰어난 성과를 내는 기업이 있는가? 그런 기업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에 답해주는 사례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 <멀티플라이어>는 오늘날 수평적 조직으로 경영환경이 방향을 잡아가는 상황에서 개개인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잘 정리해 놓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목이 아닌 실제 역할과 행동들을 세세하게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는 없지만, 그동안의 리더십에 관련된 내용을 사례와 함께 ‘잘 정리’해 놓았다는 점에서 읽어보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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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1 09: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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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댄 애리얼리

 

<상식 밖의 경제학>, <경제 심리학>의 저자로 잘 알려진 댄 애리얼리가 새로운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번엔 인간의 도덕성이 경제학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행동경제학의 주장들을 이끌어 나갑니다. 누구든지 사람들은 거짓말을 합니다. 그리고 도덕과 부도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살아갑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들이 경제에, 정치에, 그리고 일상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다만, 그동안 댄 애리얼리의 책들이 무척 쉽고 재미있게 서술된 반면, 개별적인 사례의 나열에 그치는 다소 힘없는 결론으로 인해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이번의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은 어떨지 기대됩니다.

 

 

소비 본능 - 개드 사드

 

사람들의 소비 행태를 다루는 도서는 재미있습니다. 파코 언더힐의 <쇼핑의 과학>이 그랬고, 마틴 린드스트롬의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가격은 없다>도 역시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유익하기도 하구요. 그 이유는 경제학, 경영학, 심리학 등의 다양한 분야를 일상생활에서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도서이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에 없는 3가지가 무엇이며 그것이 왜 없는지, 의류매장에서 액세서리가 남녀에 따라 어떻게 진열되는지 등과 같은 이야기는 독자들이 충분히 흥미를 갖게 만듭니다. <소비 본능>의 저자 개드 사드는 이 책에서 소비를 진화론적 시각으로 파헤칩니다. 소비 활동의 배경을 네 가지 핵심적인 진화의 동인인 생존, 번식, 혈연 선택, 호혜적 이타성으로 설명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경영의 대가들 -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존 미클스웨이트

 

대부분의 학문에는 ‘사(史)’가 있습니다. 철학에는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에서 시작되는 철학사(哲學史)가 있으며, 미술에는 고대 그리스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현대미술에 이르는 미술사(美術史)가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학에는 애덤 스미스부터 케인스, 프리드먼 등으로 이어지는 경제학사(經濟學史)가 있습니다. 그런데 경영학은 그 역사가 오래지 않아서 일까요? 경영학의 역사를 다룬 책은 쉽게 접하기가 힘듭니다. 그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만 이야기 할 뿐이죠. 이 책 <경영의 대가들>의 저자 에이드리언 울드리지와 존 미클스웨이트는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 토머스 프리드먼 등 이른바 ‘경영의 대가들’을 중심으로 경영이론 산업의 역사와 구조, 이론 등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모방의 힘 - 김남국

 

모방을 둘러싼 논쟁은 끊임없는 숙제였습니다. 모방은 정말로 창조의 어머니인가, 아니면 단순한 ‘베끼기’인가. 그리고 모방이 용인된다면 모방을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렇게 모방을 둘러싼 논쟁은 끝이 없습니다. 최근 국내 모기업과 해외 모기업 간의 특허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점차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방에 대한 기준도 더욱 엄격해지겠지요. <모방의 힘>의 저자는 모방의 형태와 적용 대상에 따라 각각 복제형, 원리형, 이식형, 창조형의 4가지 유형으로 모방을 구분하면서, 이러한 모방이 단순한 '베끼기'를 넘어서 창조적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주장합니다. ‘창의’나 ‘창조’라는 것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만, 모방이 창조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고 싶네요.

 

선택의 심리학 - 쉬나 아이엔가

 

아침에 시계알람이 울리면 고민합니다. 일어날까? 좀 더 잘까? 그리고 또 다시 고민합니다. 아침 식사를 할까? 먼서 씻을까? 이처럼 사람은 눈을 뜨는 순간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온통 선택의 연속입니다. <선택의 심리학>의 저자 쉬나 아이엔가는 이러한 선택들은 아무리 학습하더라도 모든 영역에서 선택을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전문성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 자신의 선택과 그에 대한 지식을 향상시킬 수는 있다고 합니다. 쉼 없는 선택의 연속에서 저자의 주장이 독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무척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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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6 08: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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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6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사이드 애플]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인사이드 애플 Inside Apple - 비밀 제국 애플 내부를 파헤치다
애덤 라신스키 지음, 임정욱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애플이라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니아층을 확보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기업이 되었고요. 몇 가지 재미있는 설문조사가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IT 전문사이트 'T3'는 2011년 가을에 ‘지난 50년간 가장 위대한 발명품 10’을 조사해 발표했습니다. 그 조사에서 애플은 아이폰(1위), 아이팟(3위), 아이패드(5위)를 각각 올려놓았습니다(2위는 소니의 워크맨, 4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가 차지했습니다.). 또 2010년에는 영국의 Tesco Mobile이 18세에서 65세 사이의 사람에게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을 물어보았습니다. 그 조사에서 애플의 아이폰은 8위, 아이팟은 56위를 차지했습니다(1위는 바퀴, 2위는 비행기, 3위는 전구, 4위는 인터넷, 5위는 PC였습니다.). 이 조사에서 재미있는 것은 세탁기가 12위, 자동차가 19위, 기차가 24위, 종이가 38위를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즉, 세탁기나 자동차, 종이는 아이폰보다 못하다는 것이죠.

 

  <‘지난 50년간 가장 위대한 발명품 10’에서 1위를 차지한 아이폰>

 

 이 같은 조사들은 애플의 제품과 기업, 그리고 스티브 잡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지는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사람들이 어떠한 것을 평가할 때는 ‘현재’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장하준 교수님은 그를 빗대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또 2010년에 영국의 출판사 아이콘북스‘인류가 만든 수많은 사상과 이념, 제도와 발명품 중에서 무엇을 가장 위대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라는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학계 전문가와 지식인, 그리고 수천 명의 네티즌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1위는 인터넷이 차지했습니다. 이는 문자(2위), 불(5위), 진화론(7위), 바퀴(13위), 숫자 0(15위), 인쇄술(20위) 등보다 인터넷이 훨씬 더 위대하며, 인류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죠.

 

  <영국의 출판사 아이콘북스가 ‘인류가 만든 수많은 사상과 이념, 제도와 발명품 중에서 무엇을 가장 위대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라는 조사를 바탕으로 출간한 도서 『오! 이것이 아이디어다.』>

 

 물론 인터넷이 인류역사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는 데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 혹은 발명품이 인터넷이라는 데에는 솔직히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1899년에 개발되어 지난 세기 동안 가장 많은 질병을 치료했다는 아스피린이나 교과서나 신화 속에서 이야기하는 불, 그리고 구텐베르크의 인쇄술까지. 이 모든 것들보다 인터넷이 위대하다는 의견에는 아직까진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잠시 엉뚱한 소리를 했습니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이폰이나 아이팟과 같은 애플의 제품들이 엄청난 제품이며, 산업과 시장을 바꾸어 놓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는 앞으로 수년 혹은 수십 년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평가를 위해서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대한 평가도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 같고요.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관한 도서는 이미 너무나 많이 출간되어 있지만, 이 책 의 옮긴이도 지적했듯이 대부분의 도서는 스티브 잡스의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이라는 기업에서 그만큼 절대적인 인물이었으며, 그 인물 자체가 인류사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임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애플이라는 기업의 강점과 특성을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 에서 저자의 의도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애플’이라는 기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까지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개별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간단하게 ‘스티브 잡스의 부재’ 때문입니다. 잡스가 처음으로 애플을 떠나있던 시절에 애플은 그저 매니아층이 열광하는 기업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준 것도,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기업이 스티브 잡스의 복귀 이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제품들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리고 시가총액 1위의 기업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스티브 잡스가 부재인 상황에서 앞으로 애플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는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스티브 잡스를 지워낸 애플이라는 기업에 대해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고요.

 

 이 책 이 애플이라는 기업을 중심으로 이야기한 책이라고는 하나, 이 책에서도 역시 스티브 잡스의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다만 대부분의 책은 스티브 잡스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애플을 이끌어 갔느냐에 비중을 둔 반면, 이 책은 애플이라는 기업이 어떻게 스티브 잡스와 소통했으며 어떻게 그의 리더십을 따랐는지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애플의 조직문화를 간략하게 말하자면, 저는 처럼 일하는 기업’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어감이 좋지는 않지만, 부정적인 의미로 쓴 표현은 아닙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광고인 박웅현 ECD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개는 현재에 충실합니다. 밥을 먹을 때에는 밥만 먹고, 꼬리를 칠 때는 꼬리만 칩니다. 밥을 먹으며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애플이라는 조직 역시 이와 마찬가지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업무에만 충실할 뿐 다른 업무를 걱정하거나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산업디자인연구소에서는 디자인에만 집중합니다. 손익은 CFO가 신경 씁니다. 그 외의 것들은 다른 부서에서 담당하고요. 그리고 패키지 디자인을 담당하는 부서는 그 일에만 충실하고요. 그뿐만 아니라, 애플은 동시에 수많은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법이 없습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그리고 가장 확실한 프로젝트에만 집중하죠. 이는 박웅현 ECD님의 ‘개처럼’이라는 표현에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외에도 제가 ‘개처럼 일하는 기업’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라는 기업에 대한 충성도 때문입니다. 애플에서 조직원들은 동료가 무슨 일을 하는지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현재 기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만 충실할 뿐이죠. 주인이 방향을 가리키면 아무런 의심 없이 달려가는 개(?)처럼 스티브 잡스와 기업이 요구하는 방향에 의구심 없이 따르는 것이 애플이라는 기업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업무가 힘들어도 말이죠. 또한, 서열이 확실한 것도 이유가 됩니다. 애플은 아이폰, 맥 시리즈, 아이클라우드 등 제품별이나 혹은 디자인, 마케팅, 영업 등 기능별 서열이 확실합니다. 특히 디자인 부문은 기업 내에 ‘절대적’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새로운 CEO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은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위에서 표현한 애플 조직문화의 강점 중 하나는 리더가 깃발을 꽂으면 쉼 없이 달려가는 실행력과 집중력에 있습니다. 그러나 리더가 그 깃발을 잘못 꽂았을 때는 큰 위기로 몰리게 되는 것이죠. 또 한 가지 애플의 향후가 주목받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경영학’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애플은 기존의 경영학에서 가르치던 이론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수평적 조직문화, 투명성, 이익추구 등과 같은 경영이론들은 애플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수직적 구조, 비밀주의 등처럼 완전히 반대되는 구조로 되어 있죠. 지금까지는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리더가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가능했습니다. 애플이라는 기업이 기존의 경영이론들을 모두 무시하고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스티브 잡스와 같은 뛰어난 리더와 뛰어난 인재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 말입니다. 하지만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혁신적인 제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면, 더 이상 ‘스티브 잡스 때문’이라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경영이론들의 자리는 흔들리게 되겠죠.

 

 

 스티브 잡스가 떠난 이후 애플은 아직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시리(Siri)나 새로운 맥 시리즈를 보여주긴 했습니다만, 아직 전혀 새로운 제품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죠.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새로운 아이폰도 그렇고요.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라면 애플은 끊임없이 세계를 놀라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그것을 즐겁게 바라보고, 놀라면 됩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아닌 애플이라는 기업의 평가는 지금보다는 앞으로 수년 혹은 수십 년 후에 좀 더 제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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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1 0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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