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동네 작은 서점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도 그렇고요. 헌책방이나 서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아, 이제는 한두 곳 정도만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서점뿐만이 아니라 출판사들도 문을 닫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작년 2011년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나쓰메 소세키, 그리고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마음』을 출간한 출판사가 문을 닫고, 김훈 선생님의 『칼의 노래』 등을 출간한 출판사도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온라인 서점을 방문할 때면, 관심도서의 ‘구매’ 버튼이 사라지진 않았는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반 룬의 예술사』 옆에 있던 구매 버튼이 사라졌더군요. 무척 안타깝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던 와중에 지난 23일 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꽤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종종 보는 프로그램인데요, 그 방송에서 <책이 아픕니다>라는 제목으로 책과 출판사, 그리고 많은 사람의 이야기들을 보여주더라고요. 출판시장은 전보다 어려워졌지만 그럼에도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열심인 분들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보는 내내 머릿속에는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안 되는데.’라는 생각만 맴돌았습니다. 제가 책을 좋아해서 그러는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더군요.
<생각의 역사와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시리즈>
그리고 어느 한 출판사의 편집자님이 돈을 위해서 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참 진심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니 책을 읽고 그 책에 별점을 매겨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책을,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담은 책을 저의 한없이 부족한 지식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의 평가는 한 명의 아주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주관적인 평가라 해도 많은 사람의 주관적인 평가가 모이게 되면 객관적인 평가처럼 보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앞으로는 서평을 남기는 일이 조금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성격에 조금 평범하지 않은 탓에 방송을 보고, 방송에 비친 책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이외에도 정말 수없이 많은 책이 나왔지만, 전부 정리하기는 어렵더군요.
다음에는 이 책들 중에서 한 권을 읽어볼까 합니다. 제 눈에는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라서 그런지 피터 왓슨의 『생각의 역사』나 헨드리크 빌렘 반 룬의 『반 룬의 예술사』가 가장 눈에 들어오네요. 『반 룬의 예술사』는 판매가 되지 않고 있는 게 큰일이지만요.
지난 8월에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조사·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1년 평균 독서량은 약 15(14.8)권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올해 초 한 리서치 기업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6%가 지난해 ‘한 달 평균 1권 이상 책을 읽었다’고 답했습니다. 나머지는 ‘1권 이하이거나 전혀 읽지 않았다(2%)’고 답했고요. 올해는 ‘독서의 해’이니 1년 평균 독서량이 30권 정도가 되면 어떨까요? 그러면 한 달 평균으로 2권이 조금 넘는군요. 그러려면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책을 권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겠네요. 우선은 ‘책’이라는 단어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제 주위 사람에게 먼저 권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사람이 읽을 필요도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무척 유명한 어느 작가도 종종 그런 말을 하셨고요. 그분들의 말씀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책으로’ 저에게 글을 가르쳐주셨기 때문이고, 제가 계산을 할 수 있는 것도 선생님께서 ‘책으로’ 저에게 수학을 가르쳐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지식을 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가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좋은 책을 만드시는 모든 분에게 힘내시라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그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