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코이 온천의 숙소에서 남자()가 잠든 사이 여자(나미)는 슬며시 들어와(손님이 없을 때 자신이 사용하던 방) 자신의 물건을 가지고 나갑니다. 그리고 남자가 잠들기 전에 적어 놓은 하이쿠를 보고는 그 밑에 자신도 하이쿠를 남겨 놓습니다.

 

 

 “해당화에 맺힌 이슬을 떨어뜨리네, 미치광이”
 “해당화에 맺힌 이슬을 떨어뜨리네, 아침 까마귀”

 

 “꽃 그림자, 몽롱한 여자 그림자인가”
 “꽃 그림자, 겹쳐진 여자 그림자인가”

 

 “정일품, 여자로 변신했나 으스름달”
 “도련님, 여자로 변신했나 으스름달”

 

 사실 이 장면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없습니다. 그저 남자는 잠이 들고, 잠결에 여자가 방에 들어왔다 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이렇게 오매(寤寐)의 경계를 소요하고 있을 때 입구의 장지문이 쓰윽 열렸다. 문이 열린 곳에 환영처럼 홀연히 여자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나는 놀라지도 않는다.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저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다. 바라본다고 말하면 말이 너무 강하다. 감고 있는 내 눈꺼풀 안에 환영의 여자가 양해도 없이 미끄러져 들어온 것이다. 환영은 살금살금 방 안으로 들어온다. 선녀가 파도 위를 건너는 것처럼 다다미 위에는 사람의 발소리 같은 것도 나지 않는다. 감은 눈 안에서 보는 세상이라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살갗은 하얗고 머리는 짙으며 목덜미가 긴 여자다. 요즘 유행하는 바림 사진을 등불에 비쳐 보는 것 같다.
 환영은 벽장 앞에서 멈춘다. 벽장이 열린다. 소매를 미끄러지는 하얀 팔이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벽장이 다시 닫힌다. 다다미의 파도가 저절로 환영을 돌려보낸다. 입구의 장지문이 저절로 닫힌다. 나의 잠은 차츰 깊어진다. 사람이 죽어 소나 말로 환생하기 전의 상태가 이럴 것이다. (p.52)

 그리고는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방에 돌아와 보니 자신이 적은 하이쿠 밑에 누군가가 하이쿠를 적어 놓았다는 묘사만 있을 뿐이죠.

 아무 생각 없이 방석 위에 앉아 보니, 당목으로 만든 책상 위에 내 사생첩이 연필이 끼워진 채로 마치 소중한 부분인 듯 펼쳐져 있다. 꿈속에서 붓 가는 대로 써내려간 하이쿠를 아침에 보면 어떤 느낌일까 싶어 손에 든다.
 “해당화에 맺힌 이슬을 떨어뜨리네, 미치광이”라는 하이쿠 밑에 누군가 “해당화에 맺힌 이슬을 떨어뜨리네, 아침 까마귀”라고 적어놓았다. 연필이라 서체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여자치고는 너무 딱딱하고 남자치고는 너무 부드럽다. 이런, 하고 다시 놀란다. 다음을 보니 “꽃 그림자, 몽롱한 여자 그림자인가”라는 하이쿠 밑에 “꽃 그림자, 겹쳐진 여자 그림자인가”라고 적혀 있다. “정일품, 여자로 변신했나 으스름달”이라는 하이쿠 밑에는 “도련님, 여자로 변신했나 으스름달”이라고 되어 있다. 흉내를 낼 생각이었을까, 첨삭을 할 생각이었을까, 풍류를 나눈 건가, 바보인가, 바보 취급을 한 건가, 나는 무심코 고개를 갸웃했다. (p.57)

 『풀베개』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 ‘목욕탕에 들어온 나체의 나미, 그 묘사는 압권이자 안쓰러움이다.’ 라고 적힌 것처럼 많은(?) 분들이 목욕탕의 장면에 대한 묘사를 이야기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그보다는 앞에 적은 것처럼 ‘나’의 하이쿠 밑에 ‘나미’가 하이쿠를 적어 놓은 장면이 더 좋았습니다. 작가의 직접적인 묘사가 없으니 상상하게 되고, 상상하다 보니 오히려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이 말고는 가가미가 연못에서 동백꽃을 묘사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보고 있으니 빨간 것이 물 위로 뚝 떨어졌다. 고요한 봄에 움직인 것은 그저 이 한 송이뿐이다. 잠시 후 다시 뚝 떨어졌다. 저 꽃은 결코 지지 않는다. 무너진다기보다는 단단히 뭉친 채 가지를 떠난다. 가지를 떠날 때는 한 번에 떠나기 때문에 미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떨어져도 뭉쳐 있는 것은 어쩐지 독살스럽다. 또 뚝 떨어진다. 저렇게 떨어지는 동안 연못의 물이 붉어지리라 생각했다. 꽃이 조용히 떠 있는 근처는 지금도 약간 붉은 듯하다. 또 떨어졌다. 땅 윙에 떨어진 건지, 물 위에 떨어진 건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조용히 뜬다. 또 떨어진다. 저것이 가라앉는 일이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p.137)

 어쨌든. 사실 위의 하이쿠를 주고받는(?) 장면은 어찌 보면 하나도 특별한 것도 없어 보입니다. ‘나’는 그저 평소에 하던 습관대로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 놓은 것일 뿐이고, ‘나미’는 그것을 읽고는 그 밑에 ‘그저 가볍게’ 또 적어 놓은 것뿐이죠. 그리고 하이쿠가 특별히 좋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좋을까요? 잘 생각해보니 저의 ‘산만하고, 어리석고, 가볍고, 깨끗한’ 뇌 때문인 것 같더군요.

 

 우리 뇌 속의 신경은 언제든지 서로 연결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죠. 그래서 만약, A라는 신경과 B라는 신경이 동시에 자극을 받으면 신경 간의 연결이 강화되어, 나중에는 A신경에만 자극을 주어도 B신경도 같이 반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자신이 ‘아주 싫어하던’ 사람이 캔커피나 자판기 커피에 빨대(!?)를 꽂아 마시는 습관이 있었다면, 나중에 다른 사람이 캔커피에 빨대를 꽂아 마시는 것을 보더라도 부정적인 감정이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 전에 있었던 무엇 때문에 저 장면이 좋다고 생각했을까, 하니 영화 한 편이 떠오르더군요. 어렸을 적에 본 왕조현, 장국영 주연의 ‘천녀유혼’. 하하하. 어렸을 적에 <천녀유혼>을 보고 슬프면서도 너무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풀베개』에서 하이쿠를 주고받는(?) 장면을 읽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천녀유혼>의 한 장면을 떠오른 게 아닐까 합니다. 영채신(장국영)과 소천(왕조현)이 헤어지면서 그림에 시를 나누어 쓰는 장면이요. 물론,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아무튼,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동시에 <쳔녀유혼>에 대한 좋은 감정까지 떠오른 것 같습니다. 아닐까요?

 

 <천녀유혼(1987) 中>

 

 아아. 왕조현….
 아아. 장국영….

 물론 헛소리 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그 장면이 좋았을 뿐일 수도 있지요.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말도 안 듣고, 생긴 것도 모르는 제 뇌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냥 잡생각과 헛소리가 고파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 왕조현.

 

 


 

 

 

 

 

* 그러고 보니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차분 세트도 나왔더군요. 2차분 세트를 구매하면 [1] ‘노트’를 준답니다. 1차분 사은품도 노트였고…. 요즘엔 사은품으로 노트를 주는 경우가 정말 많군요. 반면에 펜 같은 필기도구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요(노트보다 비싼가?). 그리고 [2] SNS로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세트(…길다…) 출간 소식을 주위에 전하면, 댓글 남긴 사람 중 2명을 추첨해서 ‘암체어’를 준답니다(저처럼 SNS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벤트 참여의 기회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알라딘 블로그도 되려나? 받으면 잘 앉을 자신 있는데. 킁.). SNS 하시는 분들은 가볍게 응모해보시길.

 

이벤트 주소: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40923_hyunam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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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좋아하는 작가 한 명만 꼽으라면, 솔직히 대답하지 못하겠습니다. 어떻게 한 명을 꼽을 수가. 그런데 가장 좋아하는 작가 다섯, 아니 세 명만 꼽으라면, 그중에 한 명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어느 출판사라도 좋으니 나쓰메 소세키 전집 좀 출간해줬으면 하고 바랐습니다(무척 많이요). 그러던 중, 현암사에서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당연히 목이 빠지게 기다렸지요. 언제 출간되는지 출판사에 메일도 보냈었으니까요(답장은 없었습니다만..).

 

  사실 이번에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으로 출간되는 도서들의 대부분은 이미 갖고 있지만, 그건 전집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죠. 전집은 특별하니까요. 후훗. 그리고 드디어 작년부터 출간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9월까지 총 8권이 출간되었지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풀베개, 태풍, 우미인초, 갱부, 산시로, 그 후까지.

 



 



 



 


 

 

  이제 남은 책은 여섯 권. , 피안을 지날 때까지, 행인, 마음, 한눈팔기, 명암. 3차분에 네 권을 내놓고 4차분에 두 권을 내놓기보단, 각각 세 권씩 출간되기가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렇게까지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구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한 권, 풀베개를 구매했군요. 디자인이나 만듦새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한 권 샀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기다렸으면서 아직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전집은 일찍 구매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할인이나 적립금이 아니라 다른 혜택들 말이에요. 예를 들어 세트로 구매할 경우에는 박스에 담겨 판매되죠. 특히 요즘엔 전집 박스가 점점 더 화려해지니 그런 생각이 더욱 커집니다. 작년에 출간된 밀란 쿤데라 전집이나 필립 K. 딕 시리즈 박스만 봐도 그렇죠. 저 역시 한 권씩 구매하던 터에 갑자기 세트로 출간되는 것을 보니 억누를 수 없는 뭔가(?)가 솟구치더군요.




 


 

 

 

 

  사실 전집을 가장 기다리는 독자는 출간될 때마다 한 권씩 구매하는 독자일 텐데요. 작년에도 세트가 출간되었을 때 많은 불만이 쏟아져 필립 K. 딕 시리즈의 경우 6권 이상 구매한 독자에게는 박스를 따로 보내준 걸로 기억합니다. 모든 출판사가 그렇게 해준다면야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적으니 앞으로는 잘 생각해보고 구매해야겠지요. 올해에도 세트가 출간되면서 똑같은 일(불만이 쏟아지는)이 반복되는 것 같고요.

 

  이해는 합니다. 출판사 입장에서야 전집 시리즈가 전부 출간된 후에는 책에 대한 수요가 줄기 때문에(앞서 말씀드린 대로 전집을 가장 기다리는 독자는 출간될 때마다 구매하므로), 새로운 수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혜택(예컨대 특별 적립금이나 박스세트 등)이 필요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집을 기다리는 독자들을 조금만 더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에 담긴 내용이라지만, 내용만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전집을 한 번에 세트로 구매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은 아니죠. 약간의 단점이 있지요. 한 번에 (대체로)열 권 이상을 구매를 하므로 적지 않은 금액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면 한 번, 저처럼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의 세트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 재미삼아 살짝 계산해볼까요?(정신 나갔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시길

  번역되는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지만, 우선 일본어판을 기준으로 페이지 수를 비교해 보면 이렇습니다.

 

 명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행인> 우미인초> 피안을 지날 때까지> 그 후> 산시로> 마음> 한눈팔기> > 갱부> 태풍> 풀베개> 도련님

 

  명암이 가장 페이지 수가 많고, 이어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행인, 우미인초』…… 순입니다. 이어서 페이지 수로 가격까지 예상해볼까요? 


1.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15,000

2.  도련님                      - 12,000

3.  풀베개                      - 12,000

4.  태풍                         - 12,000

5.  우미인초                   - 15,000

6.  갱부                         - 13,000

7.  산시로                      - 13,000

8.  그 후                        - 13,000

9.                              - 13,000(예상) --------------13,000원(2015.08.28.)

10. 피안을 지날 때까지      - 14,000~15,000(예상) -----14,000원(2015.08.28.)

11. 행인                         - 15,000(예상) --------------15,000원(2015.08.28.)

12. 마음                         - 13,000(예상) --------------13,000원(2016.06.25.)

13. 한눈팔기                   - 13,000(예상) --------------13,000원(2016.06.25.)

14. 명암                         - 15,000~16,000(예상) -----17,000원(2016.06.25.)

 

세트(합계)                         - 188,000~190,000(예상) --190,000원(2016.06.25.)

(온라인 서점 10% 할인 후 169,200~171,000)              --171,000원

 

  음. 이렇게 계산하고 보니 조금이나마 마음의 준비가 되네요. 알고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나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책의 값이나 계산하고 있는 게 얼마나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이는지. 게다가 내용이나 디자인도 아니고 가격(?!)을 계산하다니, 이런 속물을 봤나. 게다가 출판사에서 세트로 출간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려고……. 쯧쯧.

 

  그저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사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것도, 이걸 앞으로 2년 가까이 참아야 한다는 것도 힘들어서 이런 글을 써봅니다(어디서는 2015년 완간이라 하고, 또 어디서는 2016년 완간이라 하더군요). 그리고 다음에는 행인이 포함될 것을 생각하면 3차분은 어떻게 참나 싶습니다. 만약에 마음까지 3차분에 출간된다면 아마 더는 참지 못할 수도…….

  요즘에는 좋은 반응으로 완간되길 바라는 마음에 종종 온라인 서점의 판매지수도 확인합니다(우미인초는 1,280 갱부는 1,180 이런 식으로). 판매량을 알 수는 없으니까요. , 정말 정신 나간  것 같죠. 흐흐흐.

 

  아무튼, 이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며 오늘도 사고 싶은 마음을정말 잘 참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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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시, 나쓰메 소세키
    from 만듀우님의 서재 2015-09-02 10:11 
    모처럼 서평을 작성하려 마음을 먹었다가, 문자 하나에 마음을 바꿉니다.‘[알라딘 신간알리미] 문 (나쓰메 소세키)’ 며칠 전에 ‘나쓰메 소세키 전집 3차분’ 관련 소식을 출판사 블로그에서 봤던 터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살펴보니, 지난 페이퍼에서 예상했던 대로 『문(門)』, 『춘분 지나고까지(彼岸過迄)』, 『행인(行人)』. 이렇게 세 권이 출간되었고, 가격도 예상대로네요. 이제 남은 작품은 『마음』, 『한눈팔기』, 『명암』. 처음 계획보다 조금 늦어지
  2.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완간
    from 만듀우님의 서재 2016-07-23 08:35 
    * 지난달 말 『마음』, 『한눈팔기』, 『명암』을 끝으로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이 완간됐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전집이기에 세트가 출시되면 '페이퍼' 좀 작성해볼까 했죠. 2014년에 '2차분'이 나왔을 때 사고는 싶지만, 나중에 세트로 구매하기 위해서 참는다고 했었죠. 그런데 온라인 서점 등에서 진행하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관련 이벤트나 현암사 블로그를 보면 세트로는 출간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예전 페이퍼에도 썼듯이 전집을 몇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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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교 폴 크루그먼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케인스주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입니다. 이 책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에서 폴 크루그먼 교수는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해결방안에 관해서 이야기할 것을 주장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해결방안도 제시하고요. 여기서 경제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은 우리의 예상대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런데 사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를 지금 또다시 이야기하기엔 조금 식상한 감이 있습니다. 원인이 아닌 해결방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그만큼 너무나 많이 들은 이야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 크루그먼’교수의 책이기에 꼭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 - 에릭 슈미트, 제러드 코언

 

 <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는 구글의 회장인 에릭 슈미트와 ‘구글 아이디어Google Ideas’의 소장 제러드 코언이 예측하는 미래 이야기입니다. 사실 올해 초에 미래를 전망하는 책들을 몇 권 읽었기 때문에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을 또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와 마찬가지로 책의 저자 때문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똑같이 미래를 바라보더라도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얼마 전에 읽은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는 전적으로 경제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미래이고,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환경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미래입니다. 그리고 이 책 <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는 디지털 산업의 측면에서 바라본 미래입니다. 국가, 전쟁, 테러 등마저도 말이죠.

 

 

쟁경 - 좌오촨둥

 

 이 책의 소개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고전 속에 담긴 상소문, 표(表), 소(疏), 계(啓), 서(書), 기(記), 논(論), 설(說) 등을 ‘논변’이라는 렌즈로 분석하고 정리하여 논변의 역사적 기원, 변천 과정, 기능 및 효과 등을 따져 오늘날 현대인에게 유용한 삶의 지침을 제공한다.’ 간단히 말해서 중국 고전을 통해서 대화, 소통, 논쟁, 설득을 배운다는 것이죠.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관중부터 공자, 맹자, 장자, 제갈량, 주희를 거쳐 청나라 5대 황제 옹정제까지. 100여 명의 인물을 통해서 ‘논변’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본래 동양철학은 ‘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동양철학의 고전을 통해서 ‘관계’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중국의 대학교수라서 중국의 인물들만 다루고 있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무척 기대되는 책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네요.

 

 

R3 커뮤니케이션 - 온조 나오토, ADKR3프로젝트팀

 

 이 책의 제목에서 이야기하는 R3는 연관성(Relevance), 관계구축(Relationship), 평판형성(Reputation)의 머리글자를 따온 말이라고 합니다. <홍보 불변의 법칙>에서 알 리스 회장도 이야기했듯이 TV와 같은 매스 미디어의 힘은 과거보다 약해졌습니다. 반대로 온라인 시장의 힘은 강해졌고요. 따라서 이제는 각각 별개로 취급되던 3개의 R(Relevance, Relationship, Reputation)을 통합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 책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방안으로 매스미디어 광고(Paid Media)와 소셜미디어(Earned Media), 그리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소유하는 자사 미디어(Owned Media), 이 세 가지를 통합한 R3 커뮤니케이션을 제시합니다. 대부분의 마케팅 혹은 광고관련 책들은 ‘거의’ 해외기업들의 사례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례(비록 5개이지만)도 함께 다루고 있어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금융 오디세이 - 차현진

 

 돈은 무척 힘이 셉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연스레 돈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고, 돈 이야기에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죠. 이 책 <금융 오디세이>도 돈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돈과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의 역사를 이야기한다고 할까요?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 돈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꽤 화제가 된 책이 <화폐전쟁>입니다(4권까지 출간되었으니 말이에요). 쑹훙빙이 <화폐전쟁>에서 말해지지 않은 것들(사실 여부를 떠나)을 중심으로 역사를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말하여진 사실들을 통해서 역사를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책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게 쓰인 것처럼 보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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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6 1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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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책 - 마커스 윅스 외 6명

 

 <철학의 책>, <심리의 책>에 이어 <경제의 책>이 출간됐습니다. 이 책은 경제사를 경제학의 주요 개념이나 이론들을 중심으로 서술해 나간다는 것이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기원전 400년에서 서기 1770년까지는 재산권, 시장과 도덕, 돈의 기능 등의 개념으로, 그리고 서기 1770년에서 1820년까지는 자유시장 경제학, 분업, 시장의 공급과잉 등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제관련 개념들을 위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꼭 처음부터 읽지 않고, 사전처럼 필요할 때마다 펼쳐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책의 구성역시 어렸을 때 집안에 고이 모셔놓던 백과사전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처럼 말이에요(출처: 알라딘). 백과사전처럼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깊이는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책장에 모셔놓고 틈틈이 펼쳐볼 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경제관련 개념이나 이론들은 잊어버리기 십상이니까 말이에요.

 

CEO가 잃어버린 단어 - 조지프 A. 마시아리엘로, 카렌 E. 링크레터

 

 최근 몇 년 전부터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저는 조금 과잉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이는 그만큼 우리가 인문학에 소홀했다는 방증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학에서도 어떤 학과들은 통폐합한다잖아요. 만약 기초과학이나 인문학이 튼튼했다면 지금처럼 인문학 열풍이 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 책 는 피터 드러커의 경영철학과 인문학적 지식을 통해서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비전을 완성한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인문학으로 경영하다’라는 책이네요. 피터 드러커의 경영철학과 현재 기업들의 문제들까지 함께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 - 프랭크 모스

 

 이 책은 MIT미디어랩과 그곳에서 5년간 소장으로 재임했던 저자 프랭크 모스의 경험을 담은 책입니다. 먼저 MIT미디어랩은 ‘인간을 위한 기술이라는 구호를 바탕으로 미디어, 예술, 의료 등 전 산업에 IT를 접목,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는 세계 최고의 미디어융합 기술연구소’라고 합니다.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잠깐 소개된 연구소이기도 한데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기술들을 구현해내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곳에서 소장으로 일하며 다른 교수 및 학생들과 5년간 쌓은 경험과 에피소드들을 담은 책이라고 하니 무척 기대가 됩니다. 이 책의 동영상 광고에 MIT미디어랩이 어떤 곳인지 살짝 소개되기도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동영상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동영상 주소: http://youtu.be/uReq4kFmncI

 

 

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 - 이케다 준이치

 

 현재 IT산업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혹은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하면 애플과 구글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 두 기업은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IT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고요. 최근 주목받는 시장으로 성장한 SNS산업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역시도 미국에서 탄생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을 빌리자면 정말 ‘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요?’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미국의 자유주의 문화, 그 중에서도 서부를 중심으로 꽃 피웠던 히피와 대항문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히피들이 중시했던 자유와 공생, 공유, 개방의 정신이 IT산업의 발달과 글로벌 기업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는 것인데요. 저자의 설명이 들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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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7 09: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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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자기계발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2030 에너지전쟁 - 대니얼 예긴

 

 이 책 <2030 에너지전쟁>은 1992년에 출간된 <황금의 샘>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대니얼 예긴의 신작입니다. <황금의 샘>은 당시 석유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설명한 책이었습니다(우리나라에도 총 3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석유를 둘러싼 각국들의 경쟁과 대립,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하여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셰일가스까지 에너지와 관련하여 자세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9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에너지의 과거사에서부터 현재 에너지시장의 흐름까지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니 무척 기대됩니다.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인 에너지문제, 이 책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었으면 합니다.

 

 

세계는 평평하다 - 토머스 프리드먼

 

 2000년에 출간된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당시 세계화의 흐름을 명확하게 설명한 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어 출간된 <세계는 평평하다>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생각을 가장 명료하게 담은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이 이번에 증보판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세계화와 그 불만>,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 등의 저서를 통해서 세계화의 어두운 면을 집어냈고, 데이비드 스믹은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라는 책을 통해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경제위기 이후로 세계화에 관한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요. 이 같은 반대되는 의견들에 대해서 토머스 프리드먼의 생각은 어떤지 이번의 ‘증보판’에 담겨 있길 바랍니다.

 

 

브랜드 론칭 불변의 법칙 - 알 리스, 로라 리스

 

 알 리스 회장의 마케팅 관련 도서들은 대체로 재미있습니다. <포지셔닝>이 그랬고, <마케팅 전쟁>과 <마케팅 불변의 법칙>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경영자 VS 마케터>도 그랬고요. 저에게 마케팅과 관련해서 가장 좋은 책을 꼽으라면 아마도 알 리스 회장의 책들은 아닙니다. 데이비드 아커 교수나 필립 코틀러 교수의 책들이겠지요. 하지만 가장 재미있고 즐겁게 읽었던 책을 꼽으라면 알 리스 회장의 책들을 꼽겠습니다. 이 책 <브랜드 론칭 불변의 법칙>은 새롭게 출간된 알 리스 회장의 저서입니다. 아마도 <브랜딩 불변의 법칙>에 이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그리고 재미있겠지요.

 

 

 

당신은 전략가 입니까 - 신시아 A. 몽고메리

 

 ‘세계 0.1%에게만 허락된 특권,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전설적 전략 강의’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솔직히 이런 문구나 추천사 등은 크게 믿을만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가 솔깃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와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질의응답을 통해서 전략을 배우고, 결국 지적 사고의 전환을 경험하게 한다.’는 책의 소개 역시 흥미롭네요. 저도 이 책 <당신은 전략가 입니까>를 통해서 비즈니스 전략을 배우고, 새로운 지적 사고의 전환을 경험하고 싶네요.

 

 

 

 

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 - 로저 둘리

 

 어쩌다 보니 이번에도 마케팅과 관련된 책을 골랐네요. 이 책 <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는 뉴로마케팅에 관련된 책입니다. 뉴로마케팅(Neuro Marketing)은 ‘소비자의 무의식에서 나오는 감정ㆍ구매행위를 뇌과학을 통해 분석해 기업마케팅에 적용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즉 간단히 말해서 뇌과학을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것이죠. 좋게 표현하자면 뇌과학을 통해서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소비자의 무의식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죠. 이런 뉴로마케팅에 대해서 저는 다소 우려스럽고 불편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무시할 수도, 모른 척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니 읽어볼 수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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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6 1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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