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생활자를 위한 시시콜콜 100개의 퀘스트 - 기후와 자연 IQ를 키우는 지구살이 안내서
루시 시글 지음, 이상원 옮김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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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동물들의 사진들을 모아 전시했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을 관람했던 경험이 있었다.

사진전에 전시되었던 동물들은 인간의 탐욕에 의해 대부분이 희생당해 더 이상 만나기 어려운 동물들이라는 도슨트의 가이드에 나 또한 그 원인이 된 인간이라는 이유로 죄책감이 깃든 마음이 일렁였는데, 지구의 이야기를 다룬 이번 이야기 역시 그와 흡사한 이유로 멸종 위기 동식물들과 더불어 인간의 이기적 행위들로 인해 힘겹게 회복하고 있는 지구의 모습이 그려졌다.

전시 관람 시 느꼈던 감정과 같이 당장 지구에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심과 무지, 무의식적 습관들의 일환으로 내가 지구를 파괴하는 행위를 일삼았다는 사실을 자각해 다시금 죄책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루시시글의 이야기에는 희망이 깃들어 있었다.

지구의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에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독자들에게 감사하게도 채찍질보다는 끊임없는 격려와 지금부터라도 함께 한다면 된다는 용기를 선사하며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긍정의 어조로 사태를 인지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이 긍정의 기운은 저자가 지구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진심 어린 애정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환경과 관련된 독서를 자주 해왔던 터라 어느 정도 자신이 있던 나였지만 본문에 등장하는 퀴즈들은 다양한 수치와 환경운동가들, 환경 정책 등에 대해서는 전혀 감도 오지 않아 퀴즈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허나 저자는 낯선 개념들도 퀴즈 풀이를 통해 쉽게 설명했고 건강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이슈가 되어 복용했던 크릴이나 환경파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잦은 스마트폰 교체에 이르기까지, 무지가 가져온 사소한 행위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들로 파괴되는 문제점까지 짚어주었다.

다양한 매체에서 끊임없이 경고를 해왔던 터라 대다수의 대중들이 충분히 자각하고 있을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임에도 나의 관심도가 이 정도였나 싶었고 지구에 대하여 좌시하고 있는 나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주었다.

우리가 자손들에게 빌려 쓰고 있는 지구가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추어 돌아가려는 희생과 같은 몸부림을 보여주어 항산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곱씹게 되었다.

소비만을 일삼기보다는 공유를 지향하며 지구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이 이루어지고, 지식들이 공유되어 다양한 친환경 소재들이 개발되길 바라며 더 이상 지구의 오염과 파괴가 지속되지 않길 바란다.

또한 나 역시 지구를 위한 지식과 행동, 식습관까지 고루 갖춘 클리마보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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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
유즈키 아사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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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유즈키 아사코의 이번 작품은 전작들의 명맥을 그대로 이어 그녀만의 살아 숨 쉬듯 생기가 도는 톡톡 튀는 표현과 아이디어로 채워져있었다.

특히나 그녀의 작품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음식에 대한 황홀한 묘사들이 이번에도 녹아있어 작품에 생동감을 한 스푼 더 실어주었고 비현실적 환상의 조건들 안에서도 코로나 시국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실들을 투영해 사실감을 높여 공감을 이끌어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틀에 박힌 고정관념이나 편견에서 탈피해 신여성의 면모를 표방한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배경과 주인공의 등장에도 동일하게 독립적이며 자주적 여성상이나 변화하는 세상이라는 주제를 내세워 독자를 이끌었고 이는 올바른 페미니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고 이는 독자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자존감이 낮은 인물들의 주위에는 그들에게 공감하며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조력자들을 배치해 이들로 하여금 정체성을 찾고, 온전한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가는 성장의 과정이 담겨있었다.

작고한 작가가 트위터 계정을 빼앗아 글을 올린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같이 그녀만이 그릴 수 있는 상상력이 돋보여 기묘한 흥미로움에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우리 주위에서 쉬이 볼 수 있는 인물들과 소재라는 접근 방식만으로도 마음을 헤아리는 따스한 손길로 다가와 작중인물들이 찬란히 빛나고, 성장하는 이야기로 태어나 깊은 울림을 주었기에 나 역시 짧은 독서의 경험만으로도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주었다.

일상 속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더욱 진중하고 깊이 자각하게 되는 감사한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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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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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으로 포문을 열며 우리 몸의 감각 하나하나에 집중한 이번 이야기는 감각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와 과학적, 역사적 지식들을 나열해 독자의 지적 갈증과 허기를 가득 충족시킬 수 있는 뷔페와도 같은 도서였다.

엄청난 스펙트럼의 방대한 정보들의 홍수는 독자로 하여금 크나큰 환희와 쾌감마저 선사했으며, 감각의 묘사 역시 감각을 다룬 도서답게 생경한 감각과 표현들을 융합하여 황홀경에 이르게 하는 묘사로 시너지효과를 보이며 나타냈다.

하여 이 찬란함의 향연은 읽었던 문장과 문단들을 수차례 곱씹고 음미하며 읽기를 반복하도록 했다.

지극히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과학적 정보의 제공은 전문성을 높였고, 이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페이지를 절로 넘기도록 만들었다.

선대가 느낀 감각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복기하고, 그 깊은 감동의 향연은 더욱 큰 울림을 낳았다.

또한 감각과 함께 깃든 기억과 추억들은 다시금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켜 감각이 마치 도미노와 같이 연거푸 밀려와 자극을 주었다.

내 몸에서 이루어지는 예상치도 못한 일련의 활동들에는 신비로움을 얻었으며, 놀라우리만큼 정교하고 범접할 수 없는 속도의 과학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그 이상의 뛰어남을 보여주는 인체에 대해서는 경탄을 머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에 미미하지만 이번 독서로 조금은 깊고 새로워진 나의 관점에서 본문에 지속적으로 언급된 헬렌 켈러는 가히 찬양하지 않을 수 없는 위대한 인물로 다시금 덧씌워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번 독서로 하여금 감각에 대하여 넓어진 나의 식견이 앞으로 내가 디딜 세상을 더욱 넓고 큰 세계로 만들어 줄 것만 같은 기대와 넓어진 시야를 통해 내가 만나 볼 세상이 더욱 새로이 보일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설렌다.

유일무이할 내 삶을 더욱 감각적으로 찬란히 보고, 느끼고, 음미할 수 있도록 나의 세계를 넓혀준 이 책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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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하지만 하고 싶은 것은 많습니다 - 지금 멈춰 있다는 것은 곧 나아갈 거라는 말이니까
양경민(글토크) 지음 / 빅피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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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때때로 과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말과 같이 나는 하고 싶은 것들 투성이에 열정과 욕심이 너무나 많았고 이를 이루고 성취감을 얻지 못했을 때에는 패배했다는 자괴감과 후유증으로 번아웃을 느끼며 우울감에 빠지곤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할 일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하루를 보낸 후 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직전까지 달성하지 못했던 계획이나 완벽하지 못함을 곱씹었기에 스스로를 각박함에 가두고 살았다.

그 일련의 행위의 여파였을까, 전자의 적극적인 삶과는 극으로 대비되는 나의 삶의 그늘에는 무기력감에 취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기를 반복하는 나 또한 존재했다.

과열된 욕심과 일상에 지쳐 나약해진 삶의 경계선상에서 매일매일을 외줄타기하듯 긴장감이 반복되는 패턴은 혼란과 혼돈 속에 나를 더욱 침잠하게 했고 이런 나에게 이번 독서는 글자 그대로 답답하고 꽉 막힌 삶에 문을 열어주어 스스로를 환기를 시켜 성장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저자 역시 하고 싶은 일이 너무도 많았지만 이따금 의욕이 꺾일 때도 있다는 경험담을 토대로 지나치게 추구하던 완벽을 내려놓고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바라보며 휴식과 쉼이라는 여유를 가지는 태도는 외려 아름답고 찬란한 나의 인생과 소중한 나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무엇이 그리도 바쁘고 초조해서 골머리를 앓았던 걸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재고하고 안정을 되찾는 준비가 필요했던 것인데,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나를 더욱 좀먹게 했던 것이 나 자신이었다는 생각에 저자의 조언과 본문의 이야기들는 내 마음가짐을 바꾸고 점차 다른 시선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며 바라볼 수 있는 혜안과 성숙함을 얻게 해주었다.

매년 반복되는 새해, 나에게 더 이상의 계획과 새로운 다짐보다는 내 가치와 소중함을 떠올리며 내려놓기를 실천해 스스로를 안고 보듬어주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

물론 그렇다면 올해 세웠던 새해 다짐은 다시 고쳐야 하는 것이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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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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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들과 함께 떠난 여행.

그곳에서 이들은 한 친구의 권유로 호기심에 방치된 지하 건축물을 찾아 들어서게 된다.

이후 한 가족이 산속에서 길을 잃어 그들 또한 함께 뒤따라 건물에 들어오게 되는데,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모두 그곳에 갇히고 만다.

건물 구조상 한 명의 희생자 없이는 도무지 탈출할 수 없는 노아의 방주와도 같은 그곳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서히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한 명이 희생하지 않을 경우 전원이 갇혀 죽고 마는 마치 트롤리 딜레마를 떠올리는 상황에 열 명은 이 문제를 두고 고뇌하게 된다.

그러나 고민도 잠시, 그들에게는 뜻밖에 당혹스럽게도 살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덮쳐오는데…

혼란 속 점입가경으로 파도처럼 몰아치는 위기들은 일행의 발목을 붙잡고, 범인의 입맛에 맞게 TPO가 맞춰지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의문투성이인 살인범의 범행은 클리셰와 같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 특유의 전개와 반전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또한 다양한 소재로 하여금 독자 스스로가 복선이라 여기거나 또 다른 추론을 하도록 미끼를 던지지만, 이를 물게 된 독자의 상상은 저자가 그려낸 전개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놀랍도록 예상치 못한, 주목하던 소재가 아닌 전혀 다른 곳에서 드러나는 실마리와 생각지도 못한 진실이 드러나며 독자는 외려 더욱 깊은 혼란의 수렁에 빠진다.

다양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 전개와 도무지 알 수 없는 범행 동기와 방법은 빠르고도 탄탄한 전개에 힘입어 심리적인 요소까지 결부된 이야기로 영향력을 넓혀 활화산과 같이 빠르고 폭발적인 잠재력을 드러내며 흘러간다.

과연 이 딜레마와 같은 상황에서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는다면 전원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혹은 누군가 희생자가 발생될까? 끝날 때까지 이리도 수많은 의문점을 하나 가득 안고 손을 놓지 못하고 읽게 되는 작품은 처음이었다.

나른한 봄, 새로움과 신선함을 원한다면 저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낯선 충격을 선사하는 <방주>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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