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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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상(Hugo Award)이라는 문학상이 있습니다. 장르 문학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처음 들어본 상일 수도 있습니다. 비록 미국 로컬 문학상이지만 상의 이름을 미국 SF 개척자라 불리우는 ‘휴고 건즈백 (Hugo Gernsbacher,  1884 ~1967)’의 이름에서 따 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에서 출판된 SF나 판타지 작품에 대해 수상하는 문학상으로 굉장한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입니다. 이 상은 많은 분야에 걸쳐 수상을 하고 있는데, 특히 관심을 많이 받는 분야는 최우수 장편, 최우수 중편, 최우수 단편 등 문학 분야입니다.

이러한 권위 있는 문학상에 아시아계 작가들이 꽤나 수상을 하고 있습니다. 워낙 그 문명(文名)이 높은 ‘테드 창’ 강봉남 선생(Ted Chiang, 1967~)이나 “종이동물원(켄 리우 著, 장성주 譯, 황금가지)”으로 유명한 켄 류 (Ken Liu,  1976~) 등이 대표적이죠. 또 한국계 작가로는 이윤하 작가가 데뷔작인 “나인폭스 갬빗 (이윤하 著, 조호근 譯, 허블)” 등 기계 제국 시리즈로 3연속 최우수 장편 부문에 후보로 오른 바 있습니다. (시리즈 작품 모두 휴고상 최우수 장편상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N.K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시리즈가 경쟁작으로 맞붙어 아쉽게 수상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아시아계이긴 하여도 국적이 미국 국적이었습니다. 그러다 2015년 류츠신 (刘慈欣, 1963~)이 “삼체(류츠신 著, 이현아 譯, 고호관 監, 단숨)”를 통해 아시아 국적으로서는 최초로 휴고상(최우수 장편부문)을 수상하게 됩니다. 류츠신에 이어 바로 다음 해 하오징팡(郝景芳, 1984~)이 ‘접는 도시(北京折叠, Folding Beijing)’로 휴고상 (최우수 중단편부문)을 또다시 수상하면서 중국 SF 문학의 잠재력을 보여주게 됩니다. 하오징팡은 중국인으로 두 번째 휴고상을 수상한 작가가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하오징팡의 소설이 소개된 것은 “고독 깊은 곳(하오징팡 著, 강초아 譯, 글항아리)”을 통해서였는데 현실의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 특유의 주제의식을 서사에 녹여 내는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특히 ‘접는 도시’에서는 ‘탕탕’의 유아원 입학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라오다오’의 서사에 AI로 인해 촉발된 잉여 노동력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정치(正置)하고 잘 ‘접어’ 넣어 우리에게 들려주는 작가만의 탁월한 스토리 텔링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아시아 작가의 번역 작품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휴고상을 수상할 수 있었겠지요. 이러한 작가의 첫 작품집인 ‘고독 깊은 곳’을 읽고 난 이후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소설집, “인간의 피안(하오징팡 著, 강영희 譯, 은행나무)”이 출간되었습니다.


“인간의 피안”은 ‘인간이 차안(此岸)이고 AI를 피안(彼岸)’이라고 한다면 ‘저 멀리 피안을 바라보는 건 우리가 서 있는 차안을 비춰 보기 위함’이라는 주제의식을 통해 AI가 발전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우리의 본질에 대해 사유의 산물로, 앞서 언급한 “접는 도시”에서 보여준 AI와 AI가 불러올 미래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본격적으로 다룬 6개의 단편 소설들을 모아 놓은 작품집입니다. 


사실 많은 과학적 탐구의 주제는 첨단 과학에는 쓰일지 언정 우리가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굳이 알아야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은 대부분의 전자 기기에 활용되지만 지적 호기심의 대상일 뿐 양자의 움직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삶에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너무 미시 세계죠.) 


하지만 AI는 다른 첨단 과학과는 궤를 좀 달리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AI가 과연 우리의 직업을 빼앗아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 AI의 판단에 윤리적 측면을 어느 수준까지 반영하고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 등이 있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강인공지능에 의한 특이점이 오게 되면 그들을 비인간 지성체로 혹은 최소한 법인격으로 대우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판단이나 의사결정, 사회적 합의는 단시일 내에 과학자나 정치가가 담당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어쩌면 일반 시민들도 지금부터 충분한 고민과 숙의를 통해 스스로의 위치를 정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숙고에 필요한 열쇠를 일반인들에게 건네 주는데 가장 유용한 것은 SF라는 장르가 최선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오징팡의 고민과 주제의식을 '명징하게 직조'한 “인간의 피안”은 그러한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의피안, #은행나무, #하오징팡, #강영희, #AI, #SF, #휴고상, #중국SF, #접는도시, #문화충전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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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보물 고대 그리스 -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유물로 읽는 문명 이야기 손바닥 박물관 2
데이비드 마이클 스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성안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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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로마가 하나로 묶여 이야기가 되는 경우가 많아 그리스도 독특한 문명을 가졌던 것을 간혹 잊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대 그리스의 문명과 문화에 대해 민주주의, 아고라, 올림픽, 철학, 신화와 같은 많은 이미지들을 부지불식간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대 그리스의 문화와 문명은 이후 로마를 통해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갔고, 이를 통해 서구 문명의 뿌리가 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그리스 문화와 문명의 소산에 대해 글로 읽는 것도 좋지만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는 말도 있듯이 눈으로 직접 볼 때의 느끼는 경이감과 경험에 비할 바는 안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박물관에서의 경험을 그렇게나 좋아하는 것이겠지요. 아니, 애초에 박물관이라는 것이 만들어진 것도 그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박물관에 항상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박물관 하나에 모든 볼 것이 다 있는 것도 아니겠지요.  그리스의 경우, 특히 비잔티움 제국의 몰락에 이어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많은 유물들을 약탈 혹은 도난 당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로는 대영박물관의 ‘엘긴 마블스’가 유명하죠. 최근에는 그리스 유물의 반환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탈 문화재의 소유권에 대한 분쟁은 굉장히 복잡한 주제이긴 하더라구요.)  그러므로 실제 그리스에 가더라도 고대 그리스 문명의 유물을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유명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고대 그리스 문명의 유물 200여점을 시대별로 엄선하여 한 곳에 모아서 볼 수 있게 기획한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는 탁월한 기획으로 생각됩니다. 오늘 리뷰할 책은 바로 그 시리즈 중 하나인 “인류 문명의 보물 고대 그리스(데이비드 마이클 스미스 著, 김지선 譯, 성안북스)”입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등 오리엔트의 영향을 받은 에게 문명부터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하지만 책에서는 그보다 훨씬 이전, 인류의 여명기인 20만 년 전의 구석기시대 유물 (양면 손도끼, 무스티에 첨두기, 그릇 등)부터 기원후 헬레니즘 양식까지의 유물을 한 권에서 통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 고대 그리스의 변화하는 가치, 전통, 사회사적인 측면 뿐 아니라 번영과 쇠퇴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단순 화보집으로 생각했는데 모든 유럽 예술가들이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고 하는 고대 그리스의 유물과 시기별 주요 특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통해 20만년전부터 기원 후까지 그리스 문명 전반적인 지식을 훑어볼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 매우 충실한 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멋진 유물 사진들을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준 “인류 문명의 보물 고대 그리스”에 매우 만족하였고, 또한 시리즈로 출간된 로마편과 이후 출간 예정인 이집트, 바이킹 등 손바닥 박물관의 고대 유물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습니다.  

 



#손바닥박물관, #고대그리스, #성안북스, #데이비드마이클스미스, #김지선, #그리스문화, #그리스역사 #고대그리스공예품, #고대그리스유물, #내손안의박물관, #집에서박물관여행, #나만의박물관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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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7 - 흥선대원군과 병인양요 본격 한중일 세계사 7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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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살펴보고자 한다면 그 나라의 역사만을 들여다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조선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서양이 근대라는 무기를 가지고 몰려들어오는 당시의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벌어진 세계사적인 사건과 더불어 그 맥락과 의미를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동아시아 3국의 역사적 흐름을 살펴봐야 그나마 각 국가의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파악하거나, 적어도 19세기 조선 역사에 대한 이해의 끈을 비로소 겨우 붙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는 사실의 파편이나 나열로써 존재하지 않고 거대한 흐름 속에서의 연속하는 의미나 맥락의 집합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반도와 같이 좁은 영역에서조차 1년 정도의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에 벌어진 사건들을 좇는 것도 버거운 것이 현실인데 근 100여년에 걸친 동양사 내지 세계사를 훑어봐야 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더구나 19세기에서 20세기 초 동아시아는 백련교도의 난, 홍경래의 난, 1차 아편 전쟁, 태평천국 운동, 페리 원정 이후 일본 개항, 2차 아편 전쟁, 병인양요, 메이지 유신, 청일전쟁, 신미양요, 운요호 사건,  임오군란, 갑신정변, 거문도 사건, 동학운동, 갑오개혁, 을미사변, 대한제국 성립, 의화단 운동, 러일 전쟁, 을사조약, 간도협약, 신해혁명 등과 같이 역사적 이벤트가 많기도 했지만 숨막힐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갔던 시기이도 하기 때문에 그 난이도는 더욱더 올라가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역사적 이벤트 하나 하나를 자세히 살펴보려면 관련 서적 여러 권을 읽어야 그나마 좀 따라갈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할 정도이니까요. 거기다 19~20세기 초의 주요 역사적 사건의 개요, 의미 및 맥락을 짚는 것만 해도 엄청난 분량의 역사서가 나와야 해서 보통의 역사 개론서는 대부분 각각의 사건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그 사건들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구한말이 포함된 19~20세기 초에 대해 알고 싶어 이것저것 여러 책들을 알아보지만 맞춤한 대중 역사서를 구하기는 참 어렵더군요. 하지만 2018년부터 ‘본격 한중일 세계사’ 시리즈가 출간 중이니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수고를 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해당 시리즈는 역사교육을 전공한 만화가 ‘굽시니스트’가 저자인데 궁금해하던 바로 그 시대에 벌어진 각종 역사적 사건의 개요, 의미 및 맥락까지 짚어줍니다. 저자인 ‘굽시니스트’는 디씨인사이드에서 활동을 시작하여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브 컬쳐 요소를 결합한 역사 / 시사 만화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또한 시사in에서 시사만화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List.html?sc_section_code=S1N14)를 맡고 있는데 시사 이슈에 서브 컬쳐를 활용하여 엄청난 드립력을 보여줍니다. 그 동안 ‘본격 2차 세계 대전 만화’, ‘이이제이의 만화 한국현대사’, ‘본격 시사인 만화’, ‘박4모” 등 단행본을 출간한 바 있는데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한중일의 근대사에 대한 역사 만화를 출간하기 시작하였고 이번에 본격 한중일 세계사 7권 (굽시니스트 著, 위즈덤하우스)”이 출간되었습니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시리즈는 그동안 영국의 산업 혁명, 일본의 쇄국 정책, 1차 아편 전쟁을, 2권에서 아편 전쟁 이후 태평천국의 흥망성쇠, 흑선 내항 이후 일본의 개항, 청나라를 둘러싼 서양 열강들의 각축전, 2차 아편 전쟁, 존왕양이 운동이 점차 거세지면서 혼란해지는 일본의 상황과 조선의 혼란상 등, 앞서 이야기한 19세기의 주요 이벤트를 모두 다룸과 동시에 중간 중간 저자의 글을 통해 추가적인 역사 지식도 얻을 수 있게 구성하였습니다. 작가는 작품에 각종 서브 컬쳐적 요소, 대중문화, 시사 이슈 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에 맞는 서브 컬쳐 요소를 패러디하는 방식이라 해당 요소를 이해하지 못하면 역사적 의미나 맥락마저 놓쳐버릴 수가 있어서 이에 정통하지 않을 경우 다소 진입장벽이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다소 완화되는 경향성을 보이곤 하는데 그래도 툭툭 튀어나오곤 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흥선대원군과 병인양요” 역시 단순하게 흥선대원군이나 병인양요에 대한 서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병인양요가 일어나기 전 중국, 베트남, 일본 뿐 아니라 유럽 등지의 상황에 대한 묘사를 통해 세계사적 흐름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어찌 보면 서양과의 전투에서 조선이 거둔 거의 유일한 승리라 할 수 있는) 병인양요 역시 조선에 대한 찬양이나 비하 없이 객관적이고 건조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Ps. 산업 혁명 이후 전 세계 경제가 극도로 팽창하는 세계사적 흐름에서 농업 위주의 경제 체제에서 개혁이란?



Ps. 아동용 학습만화 아닙니다. 서브컬쳐에 대한 이해도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높은 수위의 묘사도 꽤나 나오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Ps. 7권은 6권 출간 이후 7개월 정도 기다렸는데 그 동안의 출간 주기 (2-4개월)에 비해서는 상당히 그 텀이 좀 길었습니다. 드디어 메이지 유신을 다룰 것 같은 8권은 조금만 덜 기다렸으면 좋겠네요. 

 


 


#굽시니스트, #본격한중일세계사, #위즈덤하우스, #동양사, #흥선대원군, #병인양요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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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냐도르의 전설 에냐도르 시리즈 1
미라 발렌틴 지음, 한윤진 옮김 / 글루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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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냐도르의 전설(미라 발렌틴 著, 한윤진 譯, 글루온)”이라는 판타지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최근 출간되는 판타지는 대부분 어반 판타지 계열이었는데 오랜만의 하이 판타지 소설라 하니 매우 반갑습니다. (가끔은 용도 나오고 엘프도 나오고 하는 판타지를 읽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처음 보는 독일산 하이 판타지라니, 일단 유니크함에서 점수를 꽤나 따고 들어갑니다. (독일 판타지는 발터 뫼르스나 미하엘 엔데 정도밖에 소개 안되어서…)


작가는 미라 발렌틴 (Mira Valentin, 1977~)이라는 독일 저널리스트이자 판타지 및 논픽션 작가로 소개가 되어 있는데 자신의 작품에 나온 등장인물에 대한 코스프레를 하는 코스어(코스튬 플레이어)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한국이나 영어권에 알려져 있는 작가는 아닌지라 독일 위키피디아에 게재된 내용이라 구글번역의 도움을 받아 정보를 얻었으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에냐도르 시리즈는 자가 출판을 통해 출간했고, 시리즈의 첫 작품인 “에냐도르의 전설”로 킨들 스토리 어워드(2017)에서 수상 경력이 기록 했습니다. 작가의 기존 수상 경력은 저널리스트로서의 수상 경력이 대부분이니 사실상 판타지 작가로는 첫 수상이라고 봐야겠네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유의바랍니다.)


 먼 옛날 에냐도르는 네 명의 인간 군주가 평화롭게 다스렸으나 다른 군주를 정복하고 더 많은 권력과 부에 대한 탐욕이 생겨나게 됩니다. 동부의 왕자는 대마법사에게 그가 가진 불구의 의지를 주고 화염의 권능을 가진 드래곤으로 변신시킵니다. 동부의 왕은 이 드래곤을 이용해 다른 왕국을 차근차근 정복해 나갑니다. 이에 놀란 북부의 왕자는 대마법사에게 그가 가진 아름다움 외모를 주고 눈빛만으로 다른 종족을 굴복시킬 수 있는 권능을 가진 데몬으로 변신시킵니다. 북부의 왕은 이 데몬을 이용해 전 왕국을 지배하게 됩니다. 서부의 왕자 역시 대마법사에게 그가 가진 사랑과 같은 감정을 주고 무엇도 잘라낼 수 있는 검을 만들어낼 수 있는 권능을 가진 엘프가 됩니다. 데몬은 화염을 견딜 수 있어 드래곤에게 강하지만, 감정을 없애버린 엘프는 그들의 눈빛으로 굴복시킬 수 없어 무엇이든 베어낼 수 있는 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됩니다. 또한 엘프는 드래곤이 뿜어내는 화염에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남부의 왕자는 그대로 인간을 남아있기를 바라면서 에냐도르에는 인간, 데몬, 엘프, 드래곤 등 네 종족이 서로를 정복하기 위한 영원한 전쟁에 빠져들게 됩니다. 


“에냐도르의 전설”은 네 종족이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창세 신화로부터 수 백년이 흘러 엘프가 인간을 정복하고, 데몬이 드래곤을 정복한 이후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전쟁과 정복을 거듭하는 에냐도르에는 평화를 가져오는 네 종족의 파수꾼에 대한 전설이 있습니다. 파수꾼은 각 종족이 권능을 얻기 위해 잃어야 했던 것들을 가지고 태어난 운명의 아이들이죠. ‘에냐도르’ 시리즈의 첫 권은 아름답게 태어나 수장당해 죽어야 하지만 살아난 데몬,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엘프, 당당하고 용감한 인간, 불굴의 의지를 가진 드래곤 등 각자의 종족이 잃어버렸던 새로운 힘을 가진 네 종족의 파수꾼이 만나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판타지 팬이라면 매우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에냐도르의전설, #미라발렌틴, #한윤진, #글루온, #하이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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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쓸모 - 불확실한 미래에서 보통 사람들도 답을 얻는 방법 쓸모 시리즈 1
닉 폴슨.제임스 스콧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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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 자기 자신으로 밖에 나누어지지 않는 수 중 1 이외의 정수를 ‘소수(素數, Prime Number)’라고 합니다. 아마 연배가 좀 있으신 분들은 ‘솟수’라고 배웠던 기억이 있으실겁니다. 정의는 매우 단순한데 이 소수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대단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자주 만나고 있는 소수의 활용 예는 바로 RSA 암호 체계에의 활용을 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에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는 수비학(數秘學, Numerology)이라는 학문이 있었는데 여기에서도 소수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고, 많은 수학자들도 이러한 소수의 규칙성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중 유명한 것이 바로 ‘리만 가설’입니다. 휴 몽고메리 (Hugh Lowell Montgomery, 1944~)는 소수의 분포를 표현하는 리만제타함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카페에서 유명한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Freeman John Dyson, 1923~2020)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자신이 도출한 함수식을 보여주게 되는데, 다이슨은 엄청나게 놀라게 됩니다. 소수의 분포를 나타내는 식이 바로 양자 역학의 입자 에너지 분포를 나타내는 식과 완벽하게 동일했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우주의 만물이 수와 수식으로 표현되는 일화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학창 시절, 우리를 지독히도 괴롭힌 과목에 대해 물어본다면 아마도 대부분은 수학이라 대답할 것입니다. 사실 수학이라는 것은 문제를 풀어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배우는 학문이 아닙니다. 이건 계산기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죠. 심지어 요즘은 수학 app이나 프로그램이 있어 해답을 순식간에 찾아내고 그래프를 척척 그려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려워 하면서도 수학을 배워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 


‘더하기 빼기만 할 줄 알면 되지 왜 수학을 배워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우리 아이가 했다고 가정해보죠. 어떤 대답을 하여야 할까요? 수학은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아야 하며, 그러한 질서를 수식으로 표현하는 그 과정이 아름다운 학문이라고 백날 이야기해봐야 아이들은 물론, 본인도 납득하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수학이라는 학문에서 수학 문제를 푸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수학적 사고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수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모두가 수학에서 얻을 수 있는 논리적이고 합리적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가짜뉴스와 가짜 학문이 판을 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말이지요.)


그러면 어떻게 ‘수학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마침 그러한 고민을 해결해줄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수학의 쓸모(닉 폴슨, 제임스 스콧 共著, 노태복 譯, 더퀘스트)”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지난 40년 동안 ‘수학이 엄청 싫어지는 끔찍한 바이러스에 걸린 학생들을 가르쳐왔”지만 그러한 학생들을 수학의 즐거움으로 이끌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나이팅게일(플로렌스 나이팅게일, Florence Nightingale, 1820~1910)을 간호사로서 백의의 천사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겁니다.  물론 나이팅게일이 간호 철학을 확립한 간호학의 시조이긴 하지만 그에 더해서 뛰어난 행정가와 협상가, 개혁가였고 심지어 통계학자라는 것은 보통 간과하고 있습니다. (비록 관련 학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나이팅게일은 영국 왕립통계학회의 정회원이었고, 미국 통계학회의 명예회원으로 공식적인 통계학자였습니다.) 특히 통계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이를 간호와 위생에 활용하여 야전 병원에서의 사망률을 크게 낮춘 바 있습니다. 


이 책은 수학에 대한 책이지만 복잡한 수식은 나오지 않고, 수학이 왜 쓸모가 있고, 또 앞으로는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 앞서 이야기한 나이팅게일의 사례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굉장히 쉽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학이라고 하면 머리 아파하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조건부 확률을 통해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가 우리의 취향을 어떻게 읽어내는지. 패턴과 예측을 통해 미래를 어떻게 계산하고 예측하는지, 일상에서 틀리지 않기 위해 왜 가정을 잘 세워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읽어보면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PS. 근데 엄밀히 말하면 ‘수학의 쓸모’라는 제목보다는 ‘통계학의 쓸모’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생각이 드는 것은…..


#수학의쓸모, #닉폴슨, #제임스스콧, #더퀘스트, #노태복, #통계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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