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 한다.

- P21

장미꽃을 주고받는 식의, 삶의 화려한 포즈는 우리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가난한 삶이란 말하자면 우리들 생활에 절박한 포즈 외엔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는 삶이란 뜻이었다. - P28

어떤 경우에는 천박함이 무명천처럼 고슬고슬할 때도 있는 법이었다. - P54

아껴서 좋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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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리고 뒤에 더 이상 이을 말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 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量感)이 없다는 것이다.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 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 P15

K, 그녀는 뚱보인데다 수다스럽고 거기다 덧붙여 몹시 해독하기 어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K가(...)
우유가 그런 놀라운 일을 해치웠다. 우유가.....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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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코와 아버지와 쓰루카와의 추억은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다정한 느낌을 불러일으켜, 나는 죽은 사람만을 인간으로서 사랑할 수 있는 것이아닌가 의심케 했다. 하여간에 죽은 사람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 비해 얼마나 사랑받기 쉬운 모습을 하고 있는가!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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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와기의 거친 일련의 동작은, 사실은 아까 꽃꽂이를 하며 잎사귀와 줄기를 가위로 자르고 있었을 때의 조용한 잔인함과 조금도 다름없는, 그대로의 연장(延長)인 듯이 여겨졌다. - P215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려고."

"무엇에서 벗어나려는 거야?"

"내 주위의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내 주위의 것들이 뿜어내는 무력한 냄새로부터..... - P257

출발해야 한다.
이 말은 거의 날개 치고 있다고 해도 좋았다. 내 주변으로부터, 나를 속박하고 있는 미의 관념으로부터, 내 감가불우로부터, 나의 말더듬 증세로부터, 나의 존재 조건으로부터, 하여간에 출발해야 한다. - P262

역의 어떠한 보잘것없는 단편이라도 이별과 출발의 통일적인 감정을 향해 최대한으로 집결되어 있었다. 내 눈 아래에서 뒤로 물러나는 플랫폼은 아주 의젓하고 예의 바르게 멀어져 갔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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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고 나발이고 없어. 우아함, 문화, 인간이 생각하는 미적인 것, 그러한 모든 것들의 실상은 삭막하고 무기적인 거야. - P172

돌멩이에 불과하지. 철학, 이것도 돌멩이, 예술, 이것도 돌멩이야. 그리고 인간의 유기적인 관심이래야, 한심하게도 정치뿐이지. 인간은 모름지기 자기 모독적인 생물이니까."
"성욕은 어느 쪽인가?"
"성욕 말인가? 음, 그 중간이겠지. 인간과 돌멩이 사이에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격이지." - P172

나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흘렸다. 쓰루카와의 죽음은 아버지의 죽음보다도 훨씬 나의 중대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그를 잃고 나서 지금 새삼스레 느끼는 것은, 나와 밝은 대낮의 세계를 잇는 한가닥의 실이 그의 죽음으로 인해 끊어지고 말았다는 점이다.
나는 잃어버린 낮, 잃어버린 빛, 잃어버린 여름 때문에 울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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