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_김지연

내가 상상한 평범한 삶이라는 건 웬만한 게 다 충족된 삶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깨달았다.
집이 있고, 차가 있고, 1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을 가고, 함께 갈 애인이나 친구나 가족이 있고, 그런 게 평범한거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런 게 평범하던 시절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은 아니었다. 그건 아주 어렵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삶이었다. 내가 평범하게 산다는 거, 보통의 수준으로 산다는 거, 하고 말하면서 상상했던 수준들도 다 보통 이상의 것들이었다. (...)
살면서 한두 개의 불운이란게 없을 수가 없으니까 그거야말로 평범했다.  - P25

"영원히 함께하자는 말 같은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우리가 구둣방에서 사이좋게 파 온 도장을 들고 부동산에 나란히 앉아 찍은 계약서 한 장만 쓸모가 있었어."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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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J인 내가 볼 때 약간 이기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옆집에 살았으면 좋겠다.
한 사람이 여행을 가면 대신 식물에 물을 주고, 그 한 사람이 여행에서 돌아와 문을 열면 빈집 식탁에 채 식지 않은 음식 한 접시가 조심스레 올려져 있어도 좋을, 그런 거리에 누가 살고 있으면 좋겠다. 그렇더라도 바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지는 않아도 좋으며, 아주 가까이에 마음을 두지 않았으면 싶다. 
(..)
밥 먹었니, 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이였음 좋겠다. (...)
멍하니 꽃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내 옆에 와서는 "이 꽃 이름은 뭐지?"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담장을 넘어서 피어 있는 꽃 한 송이를 슬쩍 꺾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건 안돼‘라든가, ‘남의 것을 건드리면 어떡해‘ 같은 투로 도덕책 읽듯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벌이 날아들었을 때 "움직이지 말고 그냥 눈감고 있어"하고 내가 소리치면, 나를 믿고 벌이 떠날 때까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 어떤 비밀에 대해 내가 이야기할 때 ‘누구한테 절대 이야기하면 안 돼‘라고 못박지 않아도 좋은 사람.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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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 왔다가 만난 책
윔피키드5_ 사춘기의 법칙

시리즈 모조리 찾아 읽고 싶다
오랜만에 한껏 웃고 깔깔거리면서 리얼공감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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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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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중에서

[‘연매장‘이라는 단어가 내 가슴을 찔렀다. (...) 끝이 보이지 않는 블랙홀을 보는 듯했다. (...) 시간이 어떻게 말만 없겠는가 시간은 색깔도 소리도, 형태도 없이 인간의 무수한 것들을 삼켜버린다. 나는 그게 바로 연매장이라고 생각했다.] 447

[ 그랬다. 그들은 우리가 모르기를 바랐다. 그들은 그들이 평생 짊어졌던 역사의 짐을 우리 등에 또 지우기를 원치 않았다. 그래서 침묵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 451


그나저나 기억을 잃은 뒤 잠재의식 제일 밑바닥에 남는 건 가장 사랑했던 곳일까? 아니면 가장 증오했던 것일까? - P352

세상의 모든 일에 진상이 있는 건 아니라고 그러니까 단순하고 편안하게 사는 게 언제나 인생을 진리라는 말이네 - P361

그랬다 하지만 혁명이라는게 네가 죽거나 내가 죽는 거잖아 그러니. 어쩔 수 없었겠지. - P368

"시신을 곧바로 흙에 묻는다는 뜻이에요. 아무것도 없어요. 관도 없고 시신을 감싸는 멍석도 없이, 노인들 얘기에 따르면 우리 고장에서는 누가 원한을 품은 채 죽으면서 환생하고 싶지 않을 때 연매장을 선택했답니다." - P372

우연일까? (...) 어떻게 해도 우연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우연이 겹치면 필연일 수밖에 없었다. - P383

사실 어떤 사람이든 죽을 때는 세상의 비밀을 어느 정도씩 가져가기 마련이다. 그런 비밀은 말하면 세상을 놀라게 할 수도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바람처럼 가벼워진다. - P434

"사실 자신을 규정하는 문제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인생에는 수많은 선택이 있잖아. 어떤 사람은 좋은 죽음을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구차한 삶을 선택하지. 어떤 사람은 전부 기억하기를, 또 어떤 사람은 잊기를 선택해 백 퍼센트 옳은 선택이란 없고, 그저 자신에게 맞는 선택만 있을 뿐이야. - P442

"누군가는 망각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기록을 선택해. 우리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살아가면 되는 거야."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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