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봐, 다이아몬드를 가져왔어.....˝



˝이것만 있으면 돈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



나는 그것을 머리맡의 작은 탁자에 올려놓았다. 나는 그 다이아몬드가 피가 나는 그녀 뺨의 칼자국만큼이나 두려웠다. ]

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고 빌쿠르로부터 나에게로, 또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실비아.....

[라 볼에서의 8월.

그해 여름은 매우 더웠다.

우리는 비치 타월을 펴고 누울 수 있는 아주 조그만 공간을 찾아 모래사장으로 내려갔다.
태양의 향기에 젖은 사람들 속에 파 묻혀 사는 그 순간만큼 우리가 행복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8월의 일요일들에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구분해 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어둠 속에서라면 좀 더 차근차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불을 껐다. 그러나 어둠과 침묵이 마치 수의처럼 내 몸을 감싸서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 P146

나는 그날 우리가 앉았던 그 테이블을 일부러 골랐다. (...)
그때와 똑같은 의자에 앉았다. 그렇다. 나는 같은 장소로 돌아가 같은 행동을 다시 해봄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실마리들을 다시 이어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 P148

나는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죽은 나비의 날개를 집듯이 엄지와 검지로 조심스럽게 사진을 집어들더니 보지도 않은 채 책상에 내려놓았다. (...) 그는 손끝으로 사진을 내 쪽으로 밀었다. 그런 자료 같은 것은 우습게 아는 모양이었다. (...)
"내 여자 친구는 매우 고가의 보석을 지니고 있었어요......"
나의 모든 것이 이제 송두리째 무너져버릴 판이었다. 다른 사실들 몇 가지를 더 말하기만 하면 내 인생의 한 시기가 이 경찰서에서 막을 내릴 참이었다. - P156

나는 종종 어느 울타리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낡은 영화 포스트 생각을 하곤 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추억은 팔지 않습니다. - P162

우리가 고통을 느끼게 된 것은 막연한 죄의식을 느끼고 영문도 모른 채 무언가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은 우리 인생의 바로 그 시점부터였다. - P205

그렇다. 우리의 고통은 그 푸른빛 반사광을 지닌 싸늘한 보석과 접촉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이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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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적지, 여생 동안 정착해 살 수 있을 듯한 단 하나의 도시인 로마, (...) 그러나 낮이 되면 모든 것이 허물어졌다. 니스도 그 푸른 하늘도, 거대한 과자 아니면 상선 같은 모습의 밝은색 건물들도,
인적 없고 쾌청한 일요일의 거리들도, 보도에 비치는 우리의 그림자도, 종려나무들도, 그리고 프롬나드 데 장글레도, 그 모든 무대장치가 송두리째 미끄러져나가면서 스크린프로세스로 변해버리는 것이었다. 비가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기나긴 오후면 우리는 버림받은 기분으로 습기와 곰팡내에 묻힌 채 방안에 남아있었다. 
(...) 프롬나드를 따라 천천히 행렬을 지어 지나가는 저 사람들처럼 내 안의 용수철 하나가 끊어져버렸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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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를 바퀴벌레처럼 짓밟아 뭉개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면 수영하는 사람이 물속에 있다가 자유로운 대기로 솟구쳐 오를 때 맛보는 기쁨을 느낄 수 있으리라. - P78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목소리가 어찌나 부드러운지 마음을 어로 만져주는 듯했다. - P88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큰 소리로 불렀다.
"폴....."
그러자 우리와 매우 가까운 어느 나무나 벽 뒤에 숨어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운전사가 즉시 나타났다. - P89

나는 그런 종류의 사진은 반드시 찾으러 간다. 행복했던 한순간, 산책을 하던 쾌청한 어느오후의 그 덧없는 한순간으로부터 훗날까지 남게 되는 그 자취들 말이다.....그렇다. 그런 초병들을, 우리를 한 장의 스냅사진 속에 고정해줄 태세를 갖추고 그들이 어깨에 메고 있는 사진기들을, 거리를 순찰하는 저 모든 기억의 파수꾼들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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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모든 것이 한데 섞여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과거의 여러 이미지가 가볍고 투명한 반죽으로 이겨 놓은 듯 한데 뒤엉킨다. 반죽은 늘어나고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무지갯빛 풍선 모양이 된다. - P54

어떤 사람들은 지난 사십년 동안 한 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은 채 우리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무성 영화의 배우들처럼 차를 마시고 있었다. - P55

아는 것이 너무 많고 누를 끼칠 염려가 있는 비밀을 감추려는 사람 같은 막연한 대답이었다. - P56

나는 막연하게나마 빌쿠르가 어딘가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 방에 밴 곰팡내처럼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그것은 살갗에 끈덕지게 달라붙어 있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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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기의 노래>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다고 했다.
어떤 슬픔은 水滴穿石의 물기로 달래면
천년만년을 기다리면
쪼개지고 부서져서 산산이 흩어질지도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도 된다면
지나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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