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지 않은 커피가 그녀 앞에서 흰 김을 피우며 착실하게 식어갔다. - P23
손바닥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다. 손금에 변화가 없었는지 점검 하는 것처럼. - P25
거리로 따지면 우린 애초부터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뭔가를 삼키는 것과 뭔가에 삼켜지는 건 동전의 양면이지. 앞면과 뒷면, 빌려주는 쪽과 빌리는 쪽. 그게 세계의 실상이야. 안이 있으면 밖이 있어. 밖이 있으면 안이 있고. - P27
그는 아주 얇은 미소를 머금고서 섬세한 느낌의 가늘고 긴 손가락 하나하나를 자못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심해 생물이 제 몸의 미묘한 촉수를 점검하는 것처럼. - P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