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다 보니 알링턴파크의 사람들도 모두 고만고만하고 크게 다르지도 않네



하얀 운동화를 신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그들을 지나쳤다. 마치 무슨 중요한 소식이라도 전하러 가는 사람들 같았다. 그들은 뒤뚱거리는 여인을 지나 지평선을 향해 달렸다. 마치 시시각각의 소식을 전하러 가는 전령들처럼. - P192

하늘 위엔 구름이 흘러가고, 태양은 구름 사이로 숨었다 다시 나타나고, 바람에 흔들리는 잔디, 여기저기 나무와 관목 연 공 개 들과 지저귀는 새들, 공원 옆을 지나는 도로 위의 자동차까지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온 세상이 그렇게 기계처럼 달려가고 있다. 말라 버린 강줄기에 물을 채우듯 그 기계에 시간을 쏟아 넣으면 그렇게 작은 움직임들이 시작되는 걸까?
(...)
그들은 말라 버린 강과 거칠게 돌아가는 바퀴 사이에 낀 존재였다. 바퀴가 움직일 때마다 그들은 고통스러웠다. 고꾸라지는 연도 그들에겐 고통이었고 산책로를 달리는 사람들은 그들을 짓밟고 나아가는 것 같았다. - P193

하나 둘씩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는 공원을 나섰다. 공원 밖, 거리, 모든 것이 움직이는 그곳, 시간이 모든 것을 돌리며 뒤섞어 버리는, 바퀴에 묶인 채 고통을 견뎌야 하는 그곳으로. - P196

시간은 여기 아이들이 오가는 현관이 아니라 빙하처럼 차가운 그녀의 파란 눈 속에서만 흐르는 것 같았다. 그 눈으로 보면 세상엔 놀랄 일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 - P199

아마 그 여자 몸에 쌓인 카페인으로 엔진도 돌릴 수 있을 거야. 스테파니는 뭐가 문제냐 하면 누가 자신을 고문해도 그걸 즐길 여자라는 점이지. - P234

가족이란, 정말 위험한 것이었다. 가족은 흐린 날의 망망대해처럼 혼란스러웠다. 오락가락하는 믿음이 있고, 잔인함과 미덕이 교차하고 감정과 도덕이 요동치는 곳, 끊임없이 폭풍우와 고요함이 교차하는 곳이었다. 미친 듯이 폭우가 내리다가 다시 햇살이 비치면 결국 둘 사이의 차이를 잊어버리게 되고,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무엇이 되는지도 알 수 없게 된다. 결국엔 그저 살아남는 것, 헤치고 나가는 것만 중요할 뿐이다. - P241

진정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경험이었다. 그것이야말로 거실 바닥을 뚫고 올라오는 진정한 삶이었다. - P283

그런 게 필요했다. 약간의 칭찬. 가끔씩 고마워하며 참 잘했다고 말해주는 것. 누구에게나 그런 칭찬은 필요한 것 아닐까? - P296

대단한 날이었다. 대단한 날! 이젠 할 말도 거의 바닥이 났고 다시 삶의 거품이 끌어오르기를 기다려야 했다. 내일이라는 내용물이 넘칠 듯이 채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 P305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삽으로 퍼낸 차가운 흙처럼 저녁이 뒤집히기라도 한 듯이 어수선했다. 지나가 버린 하루가 숨고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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