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Ganga_함윤이


내가 원하는 남자는 자상하고, 현명하고, 같은 책을 자주 읽고, 요리에 일가견이 있으며, 내 모든 단점을 가뿐히 버티고, 흑백영화를 보며, 산책을 즐기고, 크고 작은 동물 모두를 사랑하며, 목덜미에서 좋은 냄새가 나야 합니다. 내가 바라는 남자는 나를 때리지 않고, 아니, 그 누구도 때리지 않고, 내 과거를 무시하지 않으며, 함부로 욕하지 않고, 노인이나 어린애를 비웃지 않으며, 길거리에 검은 침을 뱉지 않고, 잘난 체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자신을 깎아내리지도 않고, 타인을 숭배하지 않으며, 또 위협하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사랑에 빠질 만큼 아름답게 생겨야 해요.
(...)
여자들은 말없이 나를 본다.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웃지 않는다. 그들이 동시에 오른손을 들어 밖을 가리킨다. 천을 말아 올려서 열어둔 문 너머로, 동상의 그림자가보인다. 여자들이 말한다.
당신은 저 동상보다 더 어려운 일을 해내려 하는군요. (...)
그런 남자는 절대 살 수가 없어요. 여기가 아니라도, 어디에서도요.  - P120

나는 말을 멈추고서 뿌듯함을 되새긴다. 이 목록에는 다양한 영어 단어가 들어 있다. 이 목록을 외우는 동안 내 영어 실력은 크게 상승했다. 이제는 아주 빠른 속도로도 이 목록을 말할 수 있다. - P120

자자는 영어만큼이나 한국어를 잘했다. 자자는 다른언어를 배우는 일은 다리를 짓는 일과 비슷하다고 말하곤 했다. 전혀 다른 대륙을 연결하는 다리를, 기둥에서 부터 난간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거라고 자자는 다리를 짓는 일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그의재능이 어찌나 선명하게 나를 찌르던지.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 P1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