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여행을 함께하려고 하지 말라. (...) 혼자는 왜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혼자여야만 가능한 단 하나가 있는데 그게 바로 여행이다. (...) 외로움과 두려움을 조금 해결해보겠다고, 나눠보겠다고, 굳이 누구랑 같이 가겠는가, 아니 말리고만 싶다. - P216
여기, 세상에서 가장 뜻이 긴 단어가 있다. 동시에 의미가 간명한 단어이기도 하고 또 역시 세상의 그 어떤 말로도 번역하기가 난감한 단어라고 하는데 바로 Mamihlapinatapai (마밀라피나타파이)다. 칠레 최남단 섬에 사는 소수민족인 야간 Yaghan족이 쓰는 단어로 뜻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이면서도 어떤 일에 대해서 상대방이 먼저마음을 앞세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하면서도 긴급하게 오가는 미묘한 눈빛‘이다. 아주 긴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타국의 언어로 번역하기 가장 난감한 단어로 기네스북에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이 단어 하나는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나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꼭 맞는 단추를 채워준다. 사랑의 정의는 한 단어로는 어림도없을뿐더러 저 단어만큼이나 길고도 길다. 적어도 사랑은 ‘정답‘과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사랑은 모든 답을 거부한다. 그렇기에 세상에서 가장 유일한 ‘무엇‘이 있으니 바로 ‘이것‘ 아니겠는가. 사랑. - P236
만나고 있다고 다 사랑하는 건 아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그녀에게서 헤어지자는 말이 몇 번이나 나왔다면 이미 잔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고 그걸 주섬주섬 봉합하려는 너는, 이성 때문에 그러는 것이지 네 영혼이 시켜서가 아닌 거다. 무슨 얘기냐 하면 가만히 네 영혼에게 물어보라는 이야기다. 네 사랑을. - P247
사랑할 때도 너의 등을 사랑하는 건 괜찮다. 너의 정면을 사랑하는 것보다 덜 눈부시고 덜 아프다. 비겁한 일이지만, 비겁하면 덜 아프다. - P264
"왜 이렇게 음식을 안 먹죠?" 하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이랬다. "다 아는 맛인데요, 뭘." 세상에나. 아는 맛이라고 음식을 입에도 안 대다니. "인간이 아니라 신선이네요"라고 되받아칠 수도, 그렇다고 까무러칠 수도 없는경지의 경지. 내가 딱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싶었다. 너무 많이 먹는 내가 허기지지 않아도 음식에 코를 박고 먹는 나 같은 사람이 살아야 할 방향은 꼭 저것인데 싶어 슬쩍 약이 올랐다. 패자의 기분도 들었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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