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달에 한번쯤, 한 세 시간쯤 시간을 내어 버스를 타고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러 가는 시간을 미루면 안 된다 자신이 먹는 것이 짬뽕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뽕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까지도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 부분, 「바람의 사생활」 수록 - P155

어느 벚꽃이 피는 날에는 벚꽃잎이 떨어져 흩날리는 숫자만큼을 걸었고 어느 날, 폭포 앞에 섰을 때는 물소리를 이길 만큼을 웃었다. (...)
그때 우리 세 사람의 정체성은 바다를 닮았었다. 세상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만큼 담대했다는 것과 아무리 물을 타도 그 농도가 쉽사리 묽어지지 않는 그것을 닮았다는 면에서 우리는 그토록 바다였다. - P168

어린 세르게이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아까 우리… 왜 앉아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아빠가 멀리로 떠나시잖니.

세르게이네 집만이 아니라 다른 집에도 반드시 그런 용도의 의자가 현관문 앞에 놓여 있다는 걸. 그리고 가족들 중 한 사람하고 잠시 이별할 일이 생길 때 그 의자는 의식의 제단처럼 사용된다는 것을. 그래서 의자는 자주 닦인다.
그 누가 됐건, 누군가 먼길을 떠나는 것은 커다란 의미다. 먼길 위에서 안전해야 하고, 성과를 가져와야 하고, 또 남겨두고 온 가족을 많이 생각해야만 하니까. - P179

말없이 앉아 있는 시간 위로 겹쳐지는, 떠난 사람이 남긴 아련함...... 그렇다고 생각의 난간에 아슬아슬 매달려서 떠나 있는 사람을 걱정만 해서도 안 된다. 걱정의 덧니는 의자를 갉아먹는다. - P180

심장 안쪽, 그 너머를 알고 싶고 사람의 깊은 속마음 몇 평을 들여다보고 싶은 건 다, 그 사람을 차지하고 싶은 허기 때문이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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