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밤에
왜 이런 제목의 책에 끌려 펼쳤을까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그때 뱀의 표정을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만족한 웃음, 이라는 것도 아니고, 슬프다, 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마치 이런 현실을 모조리 받아들인다는 듯한, 이렇게 될 줄 일찌감치 다 알고 있었다는 듯한, 뱀이라는 자신의 존재 모두를 자각하고 있다는 듯한, 체념이라고도 각오라고도 할 수 있는 움직임이 없는 표정이었다. - P7
"자살과 범죄는 이 세상에 지는 거라고!" - P12
"사람들이 와글와글 떠들어대면 사형이고, 그냥 조용하면 사형이 아니다, 라고 할까….. 어째서 그놈은 사형이 아닌데 이놈은 사형인가, 미심쩍은 사건이 하나둘이 아니었잖아? (...) 결과적으로 말해서, 죽여도 울어줄 유족이 없는 사람, 그냥 혼자 살아온 사람을 죽였을 때는 형량이 달라져야 하는 거야⋯. 그건 역시 이상하잖아? 혼자 살아온 사람은 여론에서 별로 떠들지를 않는다는 얘기야. 똑같은 목숨인데. - P59
사형을 좀더 확실한 것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야. 매스컴이나 세상 사람들이 떠드느냐 마느냐에 영향을 받는 식이어서야 이건 뭔가 크게 잘못됐지......나이만 해도 그래.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범인이 열일곱 살이건 열여덟 살이건 무슨 상관이 있겠어? 근데 열여덟 살을 하루라도 지났으면 사형이고 하루라도 모자라면 사형은 안 된다니, 대체 그 열여덟 살이란게 뭐냐고."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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