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는 용기가 필요한 거다.아버지의 나직한 말이 금간 허공에 새겨졌다. 나는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순 없는 거다. 그 말은 여전히 우스꽝스러웠다. ‘속인다‘는 동사와 ‘자신‘이라는 목적어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속일 수 없다‘고 했겠지만, 감히 그 두 단어를 연결시킬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그에게 의심을 품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그 두 단어를 그렇게 자신의 내면에서 연결했고, 이음새조차도 깨끗이 봉해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 말을 나에게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P67
손은 제2의 얼굴이다. 손의 생김새와 동작을 관찰하면 그 사람이 얼굴 뒤로 감춘 것들의 일부를 느낄수 있다. 마치 나름의 인격을 가진 독자적인 생명체처럼 손은 움직이고, 떨고, 감정을 발산한다. - P77
"웃음이란게 얼마나 웃기는 가짠지. 사람들은 모르니까?." - P117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기억의 살과 내장을 조금씩 조금씩 썩게 만들고, 흔적을 없애며, 마침내 흰 뼈 몇 줌만 남게 만든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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