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번쩍 떠진다니, 그런 건 거짓말. 아침은 왠지 뻔뻔스럽다. 
서글픈 일들이 수없이, 수많이 가슴에 떠올라서 견딜 수가 없다.
싫어, 싫어. 나는 아침에 가장 추하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일까. 
아침은 건강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아침은 잿빛이야. 
언제나 늘 똑같아. 
가장 허무해.
아침 이불 속에서 나는 늘 염세적이다. 염증을 느낀다.]_208

또 무너진다.
아침에 대한 그의 단상은 잿빛¡ 염세¡ 염증¡ 허무¡ 싫다...
그러니 그는 아침에 눈뜨기 싫었나 보다.
별 볼일도 별 달일도 없지만
아침은 뜨여진 눈의 기적!
주어진 하루에 대한 기대!
햇살 한가득 찬란함에 홍야홍야!
노구는 찌푸둥할지라도 빨딱 일어나 시~~~작!

입추라는데 절기따위 완전 🐕 무색 아~ 덥다 피할 방법은 많다 그러니 오늘도 존버!

[책 한 권을 읽고는 그 책에 완전히 빠져서 신뢰하고, 동화되고, 공명하고, 그리고 생활을 갖다 붙인다. 또 다른 책을 읽으면 즉시 확 바뀌어서 그 책에 빠져든다. 남의 것을 훔쳐서 제 것으로 다시 만드는 재능은, 그 교활함은, 나의 유일한 특기다.]_219




죽어서 사라진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아침이면 지나간 일, 옛날부터 알던 사람들 생각이 괜히 가깝게, 단무지 냄새처럼 무미건조하게 떠올라서 견디기 힘들다. - P211

어제 바느질한 새 속옷을 입었다. 가슴에 작고 하얀장미꽃을 수놓았다. 윗옷을 입으면 이 자수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만족스럽다. - P213

올해 처음으로 오이를 먹었다. 오이의 푸르름에서 여름이 온다. 오월 오이의 푸른맛에는 가슴이 텅 비는 듯, 욱신거리고 간질거리는 슬픔이 있다. 혼자 식탁에서 밥을 먹다 보면 괜히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기차를 타고 싶다. - P215

 같은 풀이라도 왜 뽑아 버리고 싶은 풀과 가만히 놔두고 싶은 풀로 나뉘는 걸까. - P217

행복은 하룻밤 늦게 찾아온다. 멍하니 그런 말을 떠올렸다. 행복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갔고, 그 이튿날 멋진 행복의 전령이 버리고 떠난 집으로 찾아왔지만 이미 늦었다. 행복은 하룻밤 늦게 찾아온다. 행복은 .....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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