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니코라치우푼타>


[니니, 코, 라, 치우, 푼, 타 
사무장은 본인도 알아듣기 힘들고 기억할 수도 없을 것 같아 몇 번 실패한 끝에 받아 적었다]



하나의 시절 안에서 질식사하기 전에, 우주의 무용한 먼지조차 이루지못하고 부서지기 전에, 부풀어오른 흉터를 덮어두는 대신 찢고 통과하기를 선택함으로써 참화에서 빠져나오는 마음은, 폐광 속 이름도 가치도 모를 광물 쪼가리 같았다. - P11

그걸 보는 순간 아무렇게나 던쳐진 묵직한 닻이 뱃속에 쿵 떨어져선 내장을 갈고리로 찍어 움켰다. 지난 몇 년간 그리 낯설지 않은 흐름이었다. 죽지않을 만큼만 태엽을 감는 방식, - P19

... 눈앞은 현실이었다. 어떤감정은 상대방에 의해 자신이 하찮아지기를 감수하기도 하며, 그 상태에 적응하고 현실과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자신의 하찮음을스스로 원한다고 착각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 P37

나 그렇게 못나지 않았고 못하지도 않아요. 나를 자꾸 훼손하지 말라고요. 한 번만, 정말이지 한 번만 더 나를, 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식으로 말하면, 여기다 불지르고 죽어버릴 거라고요. 그냥, 실수했을 때 실수만 갖고 지적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미스 난 거, 손해 난 거, 앞으로 시정해야 할 거! 그런 거 말고 도대체 재능이니 센스니 하다못해 인성까지 문제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는 오랜 세월 타인을 침입하는 말들이나 정복하는 몸짓 같은 게 인이 박여버린 사람이었으므로 나는 그의 말을 다 믿지 않았다.  - P38

최선을 다했다는 구태의연한 위로의 약을 파는 문장이 내 뒤통수를 어루만지는 걸 떨쳐내기 위해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 P46

내 뒤통수에 대고 다른 차들이 출발을 종용하며 보내는 경적은 동료들을 놓치고 불시착한 니니코라치우푼타의 고장난 우주선에서 새어나오는 마지막 비상벨 같았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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