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오~ 브람스
기억하고 싶은 일도 아닌데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있듯
연유도 없이 머리와 가슴과 입에서 자꾸 맴맴돌며 착 붙어 안 떨어지는 것도 있다.
브람스 오~ 브람스

때때로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는 화살처럼 우리 마음속으로 곧장 날아든다. 그리하여 신체의 조성組成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 P161
첫머리에 호른의 잔잔한 인트로가 흐르고 나서 피아노 선율이 흘러 나왔다. 그 연주를 듣고 있으려니 웬일인지 몸속의 피로가 쑥 빠져나가는 듯이 느껴졌다. ‘나는 지금 치유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세포의 구석구석에 찌들어 붙어 있던 피폐함이 하나씩 씻겨지듯 사라져갔다. 나는 거의 꿈꾸는 듯한 기분으로 음악을 들었다. 브람스의 협주곡 2번은 옛날부터 좋아해서 여러 사람의 연주를 들어보았지만, 이렇게 감동을 받은 적은 난생 처음이었다. 곡이 끝난 후, 나는 거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얼마나 근사한 체험인가 하고 나는 감탄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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