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Sunday


일요일이었다. 그냥 하루라기보다는, 두 날 사이에 낀 틈새 같은 날이었다.  - P115

바로 앞에서는 은막의 ‘위대한 연인‘이 감자 싹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 P124

스텔라는 가장 실질적인 현실과 가장 뻔뻔스러운 흉내 사이의 어딘가를 맴돌았다. - P133

큰길위에 떠오른 보름달은 안방 구석진 자리에 놓인 커다란 전기스탠드처럼 장식적인 소품일 뿐이었다. - P143

그때 갑자기 세 가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그가 자신의 술을 단숨에 들이켰고, 집이 떠나갈 듯 크게 전화벨이 울렸고,
거실의 괘종시계가 트럼펫 소리를 내며 종을 친 것이다.
아홉..... 열.....열하나.....
열둘.....


다시 일요일. 조얼은 지난 저녁, 자신이 한 주 동안 있었던 일을 여전히 수의처럼 몸에 두른 채로 극장에 갔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날 하루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처리할 문제에 덤벼들듯 스텔라와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이제 일요일이 되었다.
새로운 24시간이 사랑스럽고 느긋하게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매분 매초가 어르고 달래듯 에둘러 접근해야 할 무엇이었다. 매순간이 셀 수 없이 많은 가능성의 씨앗을 담고 있었다.  - P147

그는 이제 삶이 마치 생명을 보호하는 나뭇잎처럼 죽음 주위에서 퍼덕거리며 웅성거리고 고동치는 현관 앞 계단에 서서 낮게 끅끅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마일스는 손을 대는 모든 것에 뭔가 마법을 걸었어.‘ 
조얼은 생각했다. 
‘심지어 저 근본 없는 여자에게도 생명을 불어넣어서 일종의 걸작으로 만들었잖아.‘
그러고 나서 생각했다.
‘그는 이 끔찍한 황야에 큰 구멍을 남겼다. 이미 헤아릴 수 없이 큰 구멍을!‘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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