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로 옮겨 가고 있는 나는 내가 더 이상보여 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 여전히 내 모습인 것에 대해서 어머니를 원망했다. 그리고 교양을 갖추려는욕망과 실제로 교양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 사이에 깊은 구렁텅이가 존재함을 깨달았다. ] p63

어머니로 말하자면, 말할 때 실수하지 않으려고노력했고, ... 그녀는 대화 중에 익숙하지 않지만 <홀륭한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읽거나 들어 봤던 표현들을 용감하게 사용해 봤다. 그때의 머뭇거림, 틀릴까봐 겁이 나 얼굴에 떠오르는 홍조, 그러고 나면 그 <거창한 단어들>에 대해 놀려 대는 아버지의 웃음소리. 일단 자신이 생기면 기꺼이 그 말들을 되풀이 사용했고, 문학적이라고 생각되는 비유들(<그 사람 조각난 마음을 칭칭 동여맸어!> 혹은 <우리는 철새들일 뿐이야……>)일 경우에는 우쭐거림을 입안에서 누그러뜨리려는 듯 미소를 띠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것, <화려한〉 것, 누벨 갈르리보다 더 세련된 프랭탕 백화점을 좋아했다. - P55
어머니는 배움.....을 열망했다. 누군가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하면 호기심 때문에, 자신이 지식을 향해 열려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서 주의 깊게 들었다. 정신적으로 향상된다는 것, 그녀에게 그것은 우선 배우는 것이었고(그녀가 말하기를, <정신을 풍요롭게 해야 한단다>), 그 어떤 것도 지식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었다. 책이 그녀가 유일하게 조심스럽게 다루는 물건이었다. 책을 만지기 전에는 손을 씻었다. - P56
나는 어머니가 다리 사이에 병을 끼고서 병마개를 딸 때면 눈길을 돌려 버렸다. 나는 그녀가 말하고 행동하는 거친 방식이 부끄러웠는데, 내가 얼마나 그녀와 닮았는지 느끼고 있는 만큼 더더욱 생생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 P63
말들이 의미가 사라진 채 가닿았지만, 아무 대답이나 내놓았다. 그녀는 늘 소통하고 싶은 욕구는 지니고 있었다. 언어 기능은 손상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아귀가 맞는 문장들. 발음은 정확하나, 그저 사물로부터 분리되어 상상의 세계에만 복종하는 단어들,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이 아닌 삶을 꾸며 냈다. ㆍ ㆍ ㆍ 하지만 가끔씩 인식했다. 「내상태가 돌이킬 수 없게 될까봐 두렵구나.」 혹은 기억했다. 「나는 내 딸이 행복해지라고 뭐든지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걔가 더 행복한 건 아니었지.」 - P102
이것은 전기도, 물론 소설도 아니다. 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역사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리라. 어머니의 열망대로 내가 자리를 옮겨온 이곳, 말과 관념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스스로의 외로움과 부자연스러움을 덜 느끼자면, 지배당하는 계층에서 태어났고 그 계층에서 탈출하기를 원했던 나의 어머니가 역사가 되어야 했다.ㆍ ㆍ ㆍ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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