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귀엽고(?) 동거하고 싶은 귀신
벽장속의 치요
메이지 39년 (1906년 )병오생 ㅋㅋ
오기와라 히로시 단편소설집

도망치려는 유령의 코앞에 새 칼피스 워터를 내밀었다. 먹이를 앞에 둔 개가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듯이 유령이 움직임을 멈춘다. 어느새 공포심은 사라지고 없었다. 찹쌀떡처럼 생긴 얼굴에 칼피스를 목이 메도록 마시는 유령 따위 별로 무섭지 않다. 유령의 시선이 벽장과 칼피스 사이를 왔다갔다 하더니, 결국 손을 쏙 뻗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이 사진을 보고 어떤 인물인지 좀가르쳐 줄래?" 칼피스를 양손으로 감싸 쥐고 벽장으로 도망가려는 유령에게 말을 붙인다. 포장지째 먹고 있던 육포의 비닐을 벗겨주고, 펜 라이트처럼 흔들며 유혹했다. 게이타는 유령 길들이기에 성공한 최초의 인간일지도 모른다. - P35
지난 2년간 망설임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오늘 산꼭대기에서 인간들이 벌레처럼 작고 하찮아 보이는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그간의 망설임이 싹 사라졌다. 역시 불결한 바퀴벌레는 박멸해야 해. - P174
캔 뚜껑을 딴 순간, 스툴에 쌓여 있던 책 더미에 눈길이 머물렀다. 맨 위에 고양이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어느새 들어왔을까? 문은 닫혀 있었을 텐데. 고양이는 내 존재를 무시하는 듯이 딴청을 부리고 있었지만, 가늘게 뜬 눈으로 빈틈없이 나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눈치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귀를 눕히고 아주 조금 털을 곤두세웠다. "무서워하기는 네 주인님 아니냐." 안아 올려본다. 고양이 같은 걸 안아본 적이 없는지라 어설픈 손놀림에 고양이는 조그맣게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붙임성 없이 무표정하게 몸을 맡긴다. 겉보기와 달리 목도리라도 집어든 것처럼 가볍다. 살쪄 보인 것은 처진 피부와 긴 털 탓이었나보다. - P235
올빼미, 산을 오르다보면 간혹 볼 수 있는 새다. 커다란 회색 올빼미였다. 어디로 날아갔는지, 내 등 뒤에서 비웃는 듯한 울음이 한차례 들렸다. 녹나무 껍질의 선뜩한 냉기 탓일까. 갑자기 15년 전, 야요이가 사라져버리기 직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도 분명 이런 모습으로 토담에 얼굴을 묻고 있었지. 눈을 감자, 15년 전의 풍경이 되살아난다. - P281
무서웠습니다. 밤이슬로 미끌미끌한 삼나무 다리를 건너는 것도 그 너머에 보이는 사당도 금방이라도 사당 문이 열리고, 미라가 된 신관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신이치도 내 맘과 똑같았을 거예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으니까요. "사당이 아니라 냉장고라고 생각하면 돼." "갑자기 웬 냉장고?" "어쨌든 옷장이라도 상관없고." 우리는 냉장고 냉장고, 옷장 옷장, 하고 주문처럼 외며 삼나무에 달라붙다시피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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