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녀이자 양육권까지 뺏긴 충격 일까, 그녀는 語을 잃어가고
시력이 나빠서 안경을 벗으면 盲者와
같은 희랍어강사
한 강 式의 글투가 매력있고 그러나 또 난해하다.
말을 잃어가는 그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그 남자는 천생연분아닌가?
상부상조의 환상組,
두 사람의 기척이 만나는 이야기.
[모든 사물은 그 자신을 해치는 것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다 ]

찬란한 것, 어슴푸레하게 밝은 것, 그늘진 것.
안경을 쓰지 않은 채, 그 몇 가지의 표현으로 바꿀 수 없는 미세한 조도의 차이를 느끼며 사흘째 천장을 바라보고 있어. 이해할 수 없어. 네가 죽었는데, 모든 것이 나에게서 떨어져나갔다고 느낀다. 단지 네가 죽었는데. 내가 가진 모든 기억이 피를 흘린다고 급격하게 얼룩지고 있다고 녹슬어가고 있다고, 부스러져가고 있다고 느낀다. - P115
완전한 것은 영원히 없다는 사실을. 적어도 이 세상에는. - P121
어둠 속의 어둠. 움직이는 어둠을 그는 알아보지 못한다.
어둠의 명도가 달라진다. 계단이 끝났다는 것을, 불 켜진 현관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아볼 수 있다. 희끄무레하고 검은것들의 윤곽이 보인다. 우편함으로 짐작되는 회색과 흰색의 벽면, 아마도 현관문 바깥일 압도적인 어둠이 보인다. - P134
잉크 위에 잉크가. 기억 위에 기억이. 핏자국 위에 핏자국이 덧씌워진다. 담담함 위에 담담함이, 미소 위에 미소가 짓눌러진다. - P155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침묵이라면, 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끝없이 긴 문장들인지도 모른다. 단어들이 보도블록에, 콘크리트 건물의 옥상에, 검은 웅덩이에떨어진다. 튀어오른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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