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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잘못 걸려 온 전화로 시작되었다.]
폴 오스터 중편 소설 세 편
두꺼운 책이지만 한장 한장 넘기며 읽을 분량이 줄어드는 만큼 안타까움과 서운함이 재미와 흥미를 더 하는 작품

책의 세계는가능성과 비밀과 모순으로 소용돌이치며 생명력을 얻는다. 눈에 보이거나 말해진 것 모두가, 아무리 사소하고 하찮은것일지라도, 이야기의 결과와 관련될 수 있기에 그 어느 것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 P16
전에 없던 날로서의 오늘. 떠돌이들, 볼장 다 본 자들, 집 없는 여자들, 비렁뱅이들, 주정뱅이들. 그저 돈 없는 가난뱅이부터 비참하게 몰락한 사람들까지. 어느 모퉁이를 돌건 잘사는 동네건 못사는 동네건, 그들이 있다. - P161
단음계의 잔물결 이는 듯하고 꿈틀대는 음형들을 번갈아 구사하며 멋지고 세련된 연주 솜씨를 보여 줬다. 연주는 계속 이어졌고 결국은 언제나 똑같은 것이었지만, 그렇더라도 들으면 들을수록 자리를 뜨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 음악 속에 있다는 것, 그 반복되는 고리에 빠져든다는 것. 그 고리는 아마도 인간이 최후로 사라질 수 있는 곳이리라. - P162
더군다나 책을 많이 읽은 세련된 독자들도 《월든』을 읽는 데는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심지어는 에머슨 같은 사람까지도 언젠가 일기에다 소로를 읽으려면 신경이 곤두서고 힘이 든다고 적지 않았던가. ㆍ ㆍ ㆍ 제3장에서 그는 드디어 뭔가를 말해 주는 문장 -책이란 신중하고도 냉정하게 쓰인 그대로 읽혀야 한다-과 마주치고 바로 그 순간 요령은 천천히, 전에 어느 때 그랬던 것보다도 더 천천히 읽어 나가는 것임을 알아차린다. - P240
그 친구는 어느 누구보다도 책을 많이 읽었죠. 시인, 철학자, 작가 가릴 것 없이.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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