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과 나의 관계
소설가는 자신 속에 있는 여러 인격을 각각 독립시켜서 그것을 작중 인물로서 그려나간다. <침묵>에 대해서 말해 본다면, 페레이라, 키치지로, 로드리고는 모두 나이며, 이노우에 치쿠고노카미도 역시나 자신이다. 즉 내 안에서 공존하고 있는 것을 작중 인물로서 독립시켜서 묘사한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련성은매우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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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한 사람한 사람을 구체적인 인물로서 묘사하는 것이 소설이라는 작업이다.
다른 소설가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타인에 대해서 쓴다는것은 정말 대단한 재능이 있는 소설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을 쓴다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나는 생각한다. - P62
지금이라면 <침묵> 이라고 제목을 정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정말이지 과장된 타이틀이라면 질색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탈고된 원고를 출판사에 넘길 때 내가 붙였던 타이틀은 <양지의냄새>였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일하던 친구가 이 제목으로는 박력이 없으니, 역시 이런 내용의 글이라면 <침묵>이 좋겠다고 권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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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침묵>이라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매우 난처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책이 출판된 뒤 일본의 독자나 비평가들은 "이 책은 ‘신의 침묵‘을 그린 작품"이라고 착각하였던 것이다.
나의 의도는 ‘신은 침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말씀하고 있다‘는것이었는데 말이다. -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