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까야해서 일석이조의 시간활용으로 선택한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제레미 아이언스의 연기력과 매력은 차치하고 영화에서 느껴지는 지적 아우라에 신선한 충격을 받아 마늘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영화에 집중했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리스본도 매력만점인데 야간열차라
기적같은 여행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혼은 사실이 있는 장소인가, 아니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우리 이야기의 거짓 그림자에 불과한가?]



비에 젖은 창백한 그녀의 얼굴에 분노가 일었다. 소리를 질러 가라앉힐 수 있는 그런 감정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꾹 누르며 견디어온 분노, 내면을 향한 분노였다. - P11

침묵하고 있는 경험 가운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형태와 색채와 멜로디를 주는 경험들은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관찰의 대상은 그 자리에 서 있지 않고, 말은 경험한 것에서 미끄러져 결국 종이 위에는 모순만 가득하게 남는다. 나는 이것을 극복해야 할 단점이라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 P27

낡은 단어들과 진부한 언어 습관을 내 머릿속에서 날아가게 하고, 늘 똑같은 잡담의 찌꺼기를 묻히고 사는 나를 씻겨 깨끗한 정신으로 돌아오게 해줄 바람. 그러나 그런 다음에도 뭔가 할말이 생기면, 예전과 조금도 달라진 바 없는 나를 보게 된다.



단어들은 윤을 낸 대리석처럼 흠이없고,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은 모두 완벽한 침묵으로 변화시키는 바하의 변주곡 음색처럼 맑아야 한다. 가끔 언어의 진흙 구덩이와 타협하려는 마음이 내 안에 약간 남아 있다면,  - P39

그 아인 기억력이 엄청나게 뛰어났지. 검은 눈은 옆에서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해도 흔들리지 않는 달관한 시선과 굉장한 집중력으로 두꺼운 책들을 한 줄씩, 한 쪽씩 모두 빨아들였소. 어떤 선생이 이렇게 말하더군. ‘아마데우가 책을 읽고나면 그 책에는 더 이상 글씨가 들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아마데우는 책의 의미만 삼키는 게 아니라 잉크까지 먹는다니까요." - P193

" 먼지가 날리는 더위에서 물을 한 잔 마시는 것과 같우, 중요하지 않은 작은 기쁨이나 스치고 지나가는 즐거움에 관해문제가 아니야. 이건 사람들이 하길 원하고 경험하고 싶은 일, 그게 있어야 고유하고 아주 특별한 각자의 인생이 ‘완전해지고, 없다면 토르소나 파편처럼 불완전해지는 그런 문제야." - P263

영혼은 만들어진 것에 불과해 우리 인간의 가장 천재적인 발명품이지, 현실 세계에서처럼 영혼에도 뭔가 발견할 게 있으리라는, 무척이나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질 만한 암시성 때문에 천재적이지 하지만 조르지, 진실은 그렇지 않아. 우린 대화할 대상을 갖기 위해 영혼을 만들어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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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영혼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고 한번 생각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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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유는 둘째야.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시(詩)지 시적인 사유와 사유하는 시가 존재하는 곳은 낙원일 거야.‘ - P438

"난 말하지 않았소. 단 한마디도 말은 몽땅 내 안에…… 가두었지. 그래요, 내 안에 가두고 다시는 열지 못하도록 문을 잠갔소. - P479

분노를 올바르게 다스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우리는우리가 무엇을 만나도 상관없는 무정한 존재, 차갑고 냉철한 판단만 내리는 존재, 진정으로 신경을 쓰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그 무엇도 흔들어 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타인에게 복수하는 데 너무나 많은 것을, 너무 많은 힘과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이 대차대조표는 청산염처럼 쓴맛이 나리라. - P498

기억의 방은 텅 빈 채 침묵하고 있었다.
아니었다. 쏴아 소리를 내는 드넓은 바다가 언어와 낱말의 기억이나 망각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게 아니었다. 


여러 말 가운데, 여러 단어들 
가운데 단 하나의 단어, 말과 단어는, 눈 먼 채 침묵하는 바다가 손댈 수 없는 먼 곳에 있었다.  - P511

왜 완행열차를 선택했느냐는 그의 질문에, 그녀는 지금 들고 있는 책을 마저 다 읽으려고 탔다고 대답했다. 
《말이 있기 전, 세상의침묵』이라는 프랑스 책이었다. 그녀는 기차만큼 책 읽기에 좋은 장소는 없다고, 새로운 것을 향해 자기가 이렇게 마음을 활짝 여는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그래서 완행열차의 전문가가 되었다고 말했다.  - P560

기억은 과거를 고르고, 조절하고, 수정하고 속일 것이다. 기억 말고는 다른 근거가 없으므로, 누락과 비틀기와 거짓을 나중에 인식할 수 없다는 점이 소름 끼쳤다. - P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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